Thinking About / 봄의 향연

온라인팀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18-03-15 12:55:22

이제 곧 3월의 추위를 이겨내고 여기저기서 봄꽃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새싹들이 기지개를 펴고 겨우내 얼었던 땅을 박차고 나올 것이다. 이러한 생명이 숨 쉬는 계절을 반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 셰프들이야말로 이 계절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장본인들이다.
Writer _김준호(잠실롯데호텔 중식당 ‘도원’ 셰프)

 

 

Thinking About

  
봄의 향연
  

어느 계절이나 다 마찬가지로 방방곡곡의 많은 진귀한 제철의 식재료들을 찾아 방랑하는 것이 우리내 숙명이겠지만, 봄이야말로 가장 기대되는 화사한 계절이기에 이 고마운 계절에 나는 봄내음 그득한 재료들로 음식을 디자인 하고 싶은 셰프들의 소박한 욕망은 그 어느 것보다도 클 것이다.


그렇다면 봄철 식재료들은 무엇이 있을까?


몸에 좋다는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봄철 보양야채 미나리, 봄철에 산삼보다 더 쳐준다는 달콤하고 쌉싸름한 더덕, 더덕이 땅속에서 향을 머금고 있었다면 땅 위로 솟구쳐 올라 한껏 푸르른 색과 향을 물씬 풍기는 두릅, 그리고 대지의 기운을 몸으로 알리는 다양한 우리나라의 봄철 식재료들(봄동, 달래, 냉이, 쑥, 취나물, 우엉, 양배추 등,,,)을 마주한다는 것은 행복한 미소가 될 것이다.


또 이 밖에도 3~4월에 알이 가장 가득한 쭈꾸미, 봄에 그 향이 더 진한 바지락, 꼬막, 소라, 홍합 등의 조개류와 햇미역, 도다리, 암꽃게 등은 신선한 바다 향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식재료들이다. 이러한 식재료들을 이용한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의 다양한 음식이 선보여지는 한국의 외식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이러한 식재료들은 한식의 범주 안에서만 다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다른 분야의 셰프들이 우리나라 고유의 신선한 식재료들을 각 분야의 조리법에 접하여 각양각색의 맛으로 디자인 했으면 하는 기대감이 크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고 잘 알고 있지만, 전혀 다른 모양과 맛으로 다가올 새로운 음식의 탄생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위에서 말한 식재료들 외에도 알려지지 않거나, 잘 접할 수는 없지만, 만나보고 싶은 것들은 너무 많다. 하지만, 가장 흔하고, 가장 일반적인 재료조차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현실도 많이 있기에 가장 친근하고 풍부한 재료 사용부터 이루어져야 이외의 재료에도 눈길을 주고 새로운 창작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것이다. 요리사로써, 셰프로써 살아온 수 많은 계절 동안 음식을 바라보는 내 몸 속에 흐르는 많은 피가 아름다운 생각으로 가득하고, 그 생각이 접시 위에 올려져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윤동주 시인의 ‘봄’은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에 저항 詩(시)의 하나로, 이 詩(시)가 만들어진 시기는 암담하고 우울한 시기로 시인이 간절히 바라는 ‘봄’은 대한의 독립을 얘기하고 있지만, 필자가 바라본 詩(시) ‘봄’은 詩(시) 자체의 표현만큼은 아름다운 운율 속에서 봄을 아주 간결하고 아름답게 표현 해 낸듯하였고, 셰프로써의 필자가 바라는 봄을 대변 해 주는 듯 하였다. 감히 윤동주 시인이 말하는 위대하고 숭고한 정신의 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저 그가 바라는 봄이 나의 봄과 다르지 않은 듯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어느 봄 자연의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만들고 그 향에 취해서 나른한 시간을 만끽하면서, 여러분과 같이 시 한편 나누고 싶은 필자의 마음을 전한다.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 아른, 높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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