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이제는 토마토 코어, 토마토가 식품업계를 점령한 이유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5-26 18:39:49

라이코펜부터 토마토 빙수까지, 건강과 미식 사이를 넘나드는 붉은 식재료
“그냥 채소 아니다”… 식품업계가 다시 토마토에 주목하는 이유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한때 토마토는 건강을 위해 억지로 먹는 채소에 가까웠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샐러드 위에 몇 조각 올라오고, 아침 주스 재료로 사용되거나 병문안 과일 바구니에 담기는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식문화 흐름 속에서 토마토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토마토는 단순한 건강식 재료를 넘어, 디저트와 간식, 프리미엄 호텔 메뉴까지 장악하는 핵심 식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토마토 코어(Tomato Core)’ 현상이라고 부른다. 건강한 식재료를 찾는 소비 흐름과 미식 트렌드가 만나면서, 토마토가 다시 식탁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여름 호텔가에서는 애플망고빙수 대신 토마토 빙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자청에 절인 방울토마토와 바질, 올리브오일, 요거트를 조합한 메뉴들이 연이어 출시됐고, 일부 호텔은 토마토를 보석처럼 연출한 프리미엄 디저트를 대표 메뉴로 내세웠다. 과거에는 “채소로 디저트를 만든다”는 발상이 낯설게 느껴졌다면, 지금은 오히려 건강한 단맛과 산미를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변화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데 있다. 최근 소비자들은 단맛만 강한 디저트보다 ‘몸에 덜 부담스러운 맛’을 찾기 시작했다. 이른바 저속노화와 웰니스 소비 흐름이 확산되면서 항산화 성분과 영양 밀도를 함께 고려하는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토마토가 있다.

붉은색 안에 담긴 항산화의 힘

토마토가 건강 식재료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라이코펜 때문이다. 토마토의 붉은 색을 만드는 이 성분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다.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줄이고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최근 ‘저속노화 식단’에서 자주 언급된다.

현대인은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만성적인 산화 스트레스 상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항산화 식품은 단순한 건강 보조 개념을 넘어 일상적인 식생활 관리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토마토는 라이코펜뿐 아니라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 칼륨 같은 영양소도 함께 함유하고 있어 영양 밀도가 높은 식재료로 평가된다.

특히 라이코펜은 심혈관 건강과 관련해 꾸준히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외 연구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라이코펜 섭취가 혈압 관리와 혈관 건강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물론 특정 식품 하나만으로 건강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토마토가 오랫동안 ‘몸에 좋은 음식’으로 소비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토마토는 익혀야 더 강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토마토가 조리 과정에서 오히려 영양학적 강점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많은 채소가 열을 가하면 비타민 손실이 생기지만, 토마토 속 라이코펜은 열을 가했을 때 체내 흡수율이 높아지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올리브오일 같은 지방과 함께 조리하면 흡수 효율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셰프들과 건강 전문가들이 토마토 수프나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 달걀볶음 같은 메뉴를 추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일부 요리 전문가들은 “토마토는 생으로 먹는 것보다 익혔을 때 더 깊은 풍미와 영양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재료”라고 설명한다.

유튜브와 SNS에서는 토마토를 오래 끓여 만든 주스 레시피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천천히 졸여 농축한 토마토는 단맛과 감칠맛이 진해지고, 올리브오일이나 소금을 더하면 풍미도 한층 살아난다. 단순한 건강 음료를 넘어 ‘맛있는 건강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설탕 뿌려 먹던 토마토”는 끝났다

한국인의 토마토 소비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설탕을 뿌려 먹는 방식이 익숙했다면, 최근에는 토마토 본연의 산미와 감칠맛을 즐기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 특히 미식 시장에서는 토마토를 과일처럼 소비하려는 흐름이 강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테비아 토마토와 대저 토마토다. 스테비아 토마토는 강한 단맛 덕분에 디저트처럼 소비되고, 대저 토마토는 짭조름한 감칠맛과 높은 당도로 프리미엄 식재료 이미지를 구축했다. 흑토마토 역시 안토시아닌과 라이코펜을 함께 강조하며 기능성 식품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 맛에 익숙해지면 위험하다'라고 말한다. 스테비아 토마토처럼 지나치게 단맛에 익숙해질 경우 오히려 당 감각 자체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품종 하나를 맹신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습관 안에서 토마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토마토 코어 시대, 토마토는 왜 지금 다시 소비되는가

식품업계는 이미 토마토를 ‘건강한 감각 소비’의 핵심 재료로 보고 있다. 토마토맛 캔디와 토마토 빙수, 토마토 비타민 음료까지 등장한 배경에는 건강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 심리가 있다. 단순히 달고 자극적인 맛보다, 몸에 덜 부담스럽고 이야기가 있는 식재료를 찾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토마토는 건강성과 계절감을 동시에 전달할 수 있는 드문 식재료다. 붉은 색감은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고, 새콤한 풍미는 여름철 입맛을 살린다. 여기에 라이코펜과 비타민 같은 영양학적 서사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죄책감 덜한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토마토의 가장 큰 힘은 활용 범위에 있다. 샐러드와 수프, 파스타, 빙수, 잼, 주스, 김밥까지 어떤 요리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건강 식단과 미식 경험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식재료인 셈이다.

과거의 토마토는 건강을 위해 참고 먹는 음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토마토는 다르다. 사람들은 더 이상 건강과 맛 사이에서 하나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토마토는 그 두 가지를 가장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붉은 식재료로 다시 식탁 한가운데 서고 있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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