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의 식(食)더스트리] K-급식, 해외 사업장의 점심을 넘어 산업이 되다

신현우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5-26 18:40:53

K-푸드 수출 확대와 제조업 해외 진출 맞물리며 단체급식 기업의 새 성장축으로 부상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신현우 전문기자]  한식 세계화의 무대가 식당과 마트 진열대를 넘어 해외 사업장의 구내식당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식의 해외 확산은 김치, 라면, 소스류, 냉동식품 같은 K-푸드 수출이나 한식당 증가를 중심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체급식이라는 산업 영역에서 한식의 확장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다.

해외 단체급식 시장에서 한식이 주목받는 이유로는, 단순히 메뉴 인기에만 있지 않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제조기업의 생산거점 확대, 현지 직원 복지 수요, K-푸드 식자재 공급망, 반조리·HMR 제품의 표준화가 함께 맞물리면서 한식 급식은 하나의 산업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 한 끼 식판 위에 담긴 밥과 국, 반찬은 이제 문화적 상징을 넘어 급식 운영, 식자재 유통, 수출 판로를 연결하는 산업적 접점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K-푸드 플러스 수출액은 전년보다 5.1% 증가한 136억2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농식품 수출액은 104억1000만 달러로 처음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라면은 단일 품목으로 처음 15억 달러를 돌파했고, 소스류와 김치, 아이스크림, 딸기 등 주요 품목도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수치는 한식이 일부 마니아층의 소비에 머물지 않고, 해외 소비자의 일상 식품군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소스류, 김치, 간편식, 반조리 식품의 수출 확대는 해외 단체급식 사업과도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이다. 급식 현장에서 한식 메뉴가 정기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현지 조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표준화된 소스, 전처리 식재료, 반조리 제품, HMR 제조 역량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해외 급식 시장으로 넓어지는 K-푸드 수요

단체급식 산업에서도 해외 확장 흐름은 확인된다. 삼정KPMG가 2025년 발간한 식자재 유통·단체급식 산업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K-푸드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K-급식 수요가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 단체급식 사업장 확대와 K-푸드 중심 메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 사업장 수는 기업별 공개 기준과 집계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합산 수치로 제시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현대그린푸드와 아워홈은 해외 급식 사업장 수와 매출 흐름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삼성웰스토리의 경우 사업장 수와 해외 급식 매출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공개자료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국내 주요 급식기업들이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흐름은 확인되지만, 이를 특정 합산 사업장 수로 단정하기보다는 업체별 공개 현황을 구분해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 흐름은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확대와도 연결된다.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자, 건설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장이 늘어나면 그곳에서 일하는 한국인 주재원과 현지 직원의 식사 수요도 함께 발생한다. 단체급식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 공장과 오피스가 안정적인 식수 기반이 되고, 한식 메뉴는 현지 직원에게 차별화된 급식 콘텐츠가 된다.

기존에는 해외 사업장 급식이 국내 기업을 따라 나가는 부대 서비스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현지 직원 비중이 높은 사업장에서 한식 메뉴가 정기적으로 제공되고, 한국식 식단 운영 경험이 축적되면서 별도의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급식은 매일 반복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 번 수주하면 일정 기간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식자재 공급, 전처리 제품, 소스, 반조리 식품까지 연결되면 단순 급식 운영을 넘어 수출형 식품 비즈니스로 확장될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아워홈, 해외 급식 사업 확대

기업별 사례에서도 산업적 전환이 확인된다. 현대그린푸드는 해외 단체급식 매출 성장세가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개된 사례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아랍에미리트, 미국, 중국, 멕시코 등 7개국에서 80여 개 급식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538억 원이었던 해외 매출은 2025년 1187억 원으로 늘었고, 연평균 성장률은 22% 수준으로 제시됐다. 2026년 상반기에는 미국과 멕시코의 글로벌 제조업체 대형 공장 3곳에서도 신규 단체급식 사업장을 운영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린푸드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해외 급식이 식자재 수출과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그린푸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해외 단체급식 연계 K-푸드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해외 급식사업장에 한식을 접목한 메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자사 HMR과 중소 식품업체의 식재료,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K-급식 레시피를 개발하고 식단 편성을 늘리는 방식으로 K-푸드의 해외 판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아워홈도 해외 법인 매출 확대를 통해 글로벌 사업 비중을 키우고 있다. 보도자료 기준 아워홈의 해외 매출은 2023년 2293억 원, 2024년 2345억 원, 2025년 2418억 원으로 증가했고, 중국, 베트남, 미국, 폴란드, 멕시코 등에서 해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이 수치는 단체급식만이 아니라 해외 법인 사업 전반을 포함한 매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아워홈 사례는 “해외 단체급식 단독 매출”이 아니라 “해외 식음사업 확대 흐름”으로 해석하는 것이 안전하다.

삼성웰스토리 역시 중국, 베트남, 헝가리 등을 중심으로 해외 급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삼성웰스토리의 해외 사업장 수와 해외 급식 매출을 현대그린푸드·아워홈과 동일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공개자료는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3사를 하나의 표로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국내 주요 단체급식 기업들이 해외 생산거점과 오피스 시장을 기반으로 K-급식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는 흐름으로 정리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K-급식의 경쟁력은 ‘메뉴’보다 ‘운영 모델’에 있다

산업적으로 볼 때 K-급식의 경쟁력은 특정 메뉴의 인기에만 있지 않다. 급식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매일 일정한 품질로 대량 조리할 수 있는가,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현지 조리 인력으로 표준화된 맛을 낼 수 있는가, 현지 직원의 식습관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한식은 이 지점에서 확장 가능성을 갖는다. 밥을 중심으로 국과 반찬을 조합하는 방식은 메뉴 변주가 쉽다. 같은 식판 구조 안에서도 제육볶음, 불고기, 닭갈비, 잡채, 나물, 계란찜, 김치, 된장국, 미역국 등으로 조합을 바꾸면 다른 식사 경험을 만들 수 있다. 급식기업 입장에서는 기본 운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메뉴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한식 급식은 반조리 식재료와 소스 표준화에 적합하다. 고추장·간장·된장 기반 소스, 불고기 양념, 김치류, 냉동·냉장 반찬, 국·탕류 HMR은 현지 조리 인력이 한식에 익숙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맛을 구현하도록 돕는다. 이는 급식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 식품 제조기업의 수출 품목 확대와도 연결된다.

결국 해외 단체급식에서 한식이 산업적 의미를 갖는 이유는 한식 메뉴가 식판에 오르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메뉴가 정착되면 식자재가 따라가고, 식자재가 따라가면 소스와 반조리 제품, HMR, 물류 시스템이 함께 움직인다. K-급식은 한식 세계화의 소비 접점이면서 동시에 K-푸드 수출의 반복 구매 채널이 될 수 있다.

제조업 동반 진출에서 현지 시장 개척으로

국내 단체급식 기업의 해외 진출은 초기에는 그룹사나 국내 대기업의 해외 사업장을 따라가는 방식이 많았다. 자동차, 전자, 배터리, 건설 등 한국 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 그곳의 근로자 급식을 국내 급식기업이 맡는 구조다. 이 방식은 초기 시장 진입 리스크를 낮추는 장점이 있다. 이미 한국 기업의 수요가 있고, 일정한 식수 규모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적 확장을 위해서는 이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 해외 급식사업이 지속적인 성장축이 되려면 국내 기업 사업장 중심에서 현지 기업, 글로벌 기업, 학교, 병원, 공공기관 등으로 고객군을 넓혀야 한다. 현지 노동법과 위생 기준, 식문화, 종교적 식단, 원재료 조달 구조에 맞춘 운영 역량도 필요하다.

특히 중동, 북미, 유럽 시장에서는 할랄, 채식, 알레르기 표시, 저염·저당 식단, 지속가능한 식자재 조달 같은 기준이 중요하다. 한식 급식이 해외에서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단순히 “한국식 메뉴”를 내는 수준이 아니라, 현지 급식 시장의 기준에 맞춘 운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 지점에서 K-급식의 과제는 분명하다. 매운맛과 발효 향을 어떻게 조절할지, 김치와 장류를 어떤 방식으로 현지화할지, 한국산 식재료와 현지 조달 식재료의 비중을 어떻게 맞출지가 중요하다. 한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 직원이 반복해서 먹을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해외 급식사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수 있다.

한식 세계화의 다음 단계는 ‘반복 소비’다

K-급식의 산업적 의미는 한식 세계화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기존 한식 세계화가 “한 번 먹어보는 음식”의 확산이었다면, 단체급식은 “반복해서 먹는 식사”의 영역이다. 급식은 매일 같은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장이다. 이곳에서 한식이 선택된다는 것은 한식이 일상식으로 검증받는다는 뜻이다.

한식당 방문이나 K-푸드 제품 구매는 소비자의 개별 선택에 가깝다. 반면 단체급식은 기업 복지, 생산성, 식단 품질, 원가 관리, 식자재 공급망이 함께 작동하는 산업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안으로 한식이 들어간다는 것은 한식이 문화 상품을 넘어 운영 가능한 산업 콘텐츠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K-급식의 성장은 해외 사업장 수 확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한식 메뉴가 얼마나 정기적으로 제공되는지, 한국산 식자재와 소스류 사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현지 직원의 반복 이용률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급식 운영 모델이 국내 기업 사업장을 넘어 현지 시장으로 확장되는지다.

한식 세계화의 다음 경쟁력은 화려한 한 접시가 아니라 매일 먹어도 부담 없는 한 끼에서 나올 수 있다. 해외 단체급식 시장에서 K-급식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밥과 국, 반찬을 한 식판에 담는 한국식 식사 구조가 글로벌 급식 산업 안에서 반복 가능한 운영 모델로 자리 잡는다면, 한식은 더 이상 문화적 유행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해외 구내식당의 식판 위에서 한식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 있다. 그 시험대는 단순한 인기 검증의 장이 아니다. 급식 운영, 식자재 유통, 소스와 HMR 수출, 현지화 역량이 동시에 평가되는 산업 현장이다. K-급식이 해외 사업장의 점심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Cook&Chef / 신현우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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