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특별 만찬의 주인공, 오골계의 맛과 힘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0-30 19:32:05

세계 정상들이 맛본 한국의 보양식
몸을 덥히고 마음을 단단하게하는 오골계의 효능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채연 기자] 최근 열린 APEC 정상회의 특별 만찬에 강원도 영월산 오골계가 빛을 발했다. 이번 만찬의 메인 요리에는 영월 오골계와 트러플을 곁들인 만두, 공주 천년한우 등심, 경주 남산 송이버섯, 구룡포 광어, 지리산 캐비아 등이 올랐다. 대통령실은 “한국 각 지역의 대표 식재료를 통해 K-푸드의 품격과 철학을 세계 정상들에게 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오골계는 단순한 닭 요리가 아닌, 귀한 손님을 위한 보양식의 상징으로 만찬의 중심에 섰다.

검은 닭, 건강과 생명의 색을 품다

오골계는 털과 피부, 심지어 뼈까지 검은색을 띠는 토종 가금류로, ‘흑계(黑鷄)’라고도 불린다. 그 검은 빛은 멜라닌 색소가 풍부하기 때문인데, 이 성분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 억제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 닭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지만 근섬유가 단단하고 육즙이 깊어 풍미가 뛰어나며, 청정 자연환경에서 자란 영월산 오골계는 특히 육질이 탄탄하고 잡내가 적어 국물 요리와 구이 모두에 잘 어울린다. 예로부터 오골계는 왕의 진상용 보양식으로 쓰였을 만큼 귀한 식재료로 여겨졌다.

오골계의 효능, 속을 덥히는 보약 한 그릇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은 오골계를 “간장과 신장의 기운을 북돋워 피로를 풀고, 기력을 회복시킨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오골계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은 고단백·저지방 식품으로, 체력 회복과 면역 증진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약 24g으로 일반 닭보다 10% 이상 높으며, 지방 함량은 2g 수준으로 약 20% 낮다. 타우린, 글리코겐, 비타민 B군, 칼슘, 아연 등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혈액 순환 개선, 간 기능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겨울철에는 오골계를 삼계탕이나 백숙으로 즐기면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한 해의 피로를 풀어주는 보양 효과가 크다. 왕실에서도 귀빈을 맞거나 국운을 기원할 때 오골계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검은 깃털 아래 숨은 생명의 힘

오골계는 단순한 가금류가 아니라 한국 전통 음식 문화 속에서 생명력과 회복의 상징으로 자리해온 귀한 식재료다. 몸 전체가 검은 빛을 띠는 이유는 멜라닌 색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며, 이 멜라닌은 세포 손상을 막고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자연 항산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징은 오골계가 오랜 세월 동안 ‘보양식의 대명사’로 사랑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오골계는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근육 조직이 단단하고 육즙이 풍부하다. 살코기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지니며, 삶거나 구워도 질기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오골계는 ‘영양’과 ‘맛’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갖춘 드문 식재료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는 산삼이나 인삼 등 한약재와 함께 끓여 기력을 보하고 원기를 회복시키는 탕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삼계탕, 전골, 구이뿐 아니라 퓨전 한식이나 웰니스 레스토랑 메뉴에서도 다양하게 응용되며, 기능성 단백질 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검은 깃털 아래 숨은 생명의 에너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골계는 단순한 전통의 유산이 아니라, 몸을 살리고 마음을 회복시키는 자연의 힘을 품은 음식으로, 시대를 넘어 건강식의 본질을 이어가고 있다.

한 해의 끝, 오골계 한 그릇의 온기처럼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계절, 세계 정상들이 맛본 그 오골계 한 점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회복의 상징이었다. 깊고 진한 국물 속에 녹아든 따뜻한 기운은 한 해의 피로를 녹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힘을 전한다. 

건강한 식탁이 곧 평화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맑은 산에서 자란 오골계 한 그릇은 몸을 덥히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보약이 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식탁 위에서 조용히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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