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보다 ‘마트 한 끼’… 미국 식생활 트렌드를 바꾸는 완조리 식품의 질주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17 17:59:11
한국식 RTE·냉동식·양념류까지 확장 가능한 K-푸드의 새 기회
[Cook&Chef = 송채연 기자] 미국의 식생활 지형이 조용하지만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식재료를 사러 슈퍼마켓을 찾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바로 먹을 수 있는 한 끼’를 고르기 위해 마트를 방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완전히 조리된 음식을 뜻하는 RTE(Ready-to-Eat) 식품이 식사 대안에서 일상적인 식습관의 중심축으로 이동하면서, 슈퍼마켓은 더 이상 장보기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외식 채널로 기능하고 있다.
“외식은 비싸고, 요리는 번거롭다”… ‘편의의 재정의’
이 변화의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이 자리한다.물가 상승으로 외식비가 높아진 데다, 미국 전역에 퍼진 팁플레이션이 소비자의 피로도를 극대화했다. 패스트푸드마저 부담되자, 소비자들은 “집에서 먹되, 요리하는 시간은 최소화”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완조리 식품은 간단한 대체재가 아니라 ‘시간을 아끼는 합리적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재택·혼합 근무 증가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빠르고 신선한 ‘마트식 한 끼’는 자연스럽게 식단의 일부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는 미국 RTE 시장 매출이 2025년 597억 달러, 2030년에는 8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단순한 소매 판매 성장세가 아니라, 소비자가 음식을 선택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하이브리드 식사: “메인은 사 오고, 사이드는 집에서”
미 식품산업협회(FMI) 조사에서 소비자 64%가 “지난 1년간 마트에서 한 번 이상 조리된 식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절반 이상이 ‘하이브리드 식사’를 한다는 점이다.
즉, 메인 메뉴는 마트에서 구매하고, 간단한 사이드나 샐러드만 집에서 추가해 요리 부담은 줄이고 풍성함은 유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가성비 뿐 아니라 ‘노력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최근의 라이프스타일과 정확히 맞물린다.
샐러드·피자·중식·멕시코 음식 등 익숙한 메뉴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문화 식단 탐색이 늘고 있어 새로운 조리식 시장도 열리고 있다.
이 트렌드는 슈퍼마켓의 공간 구성까지 바꾸고 있다. Publix, Whole Foods, Kroger 등은 매장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식사형 공간을 만들고, 소비자가 구입 즉시 먹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일부 매장은 실제 오픈 키친을 운영해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등 마트-레스토랑 경계가 흐려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제 소비자는 장보기와 외식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마트에서 해결하는 한 끼는 경제적이면서도 신선하고, 선택지가 넓은 ‘새로운 외식 경험’이 되고 있다.
슈퍼마켓은 더 이상 식재료를 파는 곳이 아니다. 이제는 소비자의 끼니를 책임지는 생활형 외식 채널이자, 식문화 변화를 선도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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