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한국 해양수산의 미래

온라인팀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17-12-24 23:49:54

양식에 관한 가장 오랜 기록은 기원전 1800년경 이집트의 메리스 왕이 연못을 만들고 22종의 어류를 넣어 길렀다는 내용이다. 19세기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바다 양식이 활발해졌다. 한반도는 조선 시대에 김과 굴 양식을 했고, 1929년 경남 진해에 만들어진 양어장이 어류 양식의 원조(元祖)다. 한국은 3면이 바다인 데다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물공학기술(BT),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갖춰 ‘스마트 바다 양식업’의 잠재력이 큰 나라다. 참다랑어 뱀장어 명태 연어 양식에 잇따라 성공한 것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관(民官)이 협력해 스마트 양식 기술개발 같은 첨단화를 이루고 자본력이 든든한 대기업의 양식업 진출을 유도하면 미래형 첨단산업으로 클 여지가 많다.(편집국) 

COLUMN - 한국 해양수산의 미래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양식산업, 꿈이고 미래다 
 

양질의 수산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세계 수산물 생산에서 양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가량이다. 2030년이면 비중은 60%로 올라갈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의 수산정책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연어 생산국인 노르웨이는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양식 산업화를 이뤘다. 노르웨이에서 연어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이은 세 번째 수출품이다. 최근 한국도 양식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월 한국에서 성공한 명태 완전양식기술은 세계 최초였다. 완전양식은 수정란에서 부화한 어린 명태(1세대 인공 명태)가 성장해 다시 수정란(2세대 인공 명태)을 생산하는 단계를 말한다. 자연산 명태 없이 인공 부화한 명태만으로 양식을 이어갈 수 있음을 뜻한다.  

명태 - 완전양식 성공 
선태, 건태, 코다리, 황태, 백태, 먹태, 진태, 금태, 동태 등 건조 정도와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국산 명태가 우리 밥상으로 다시 돌아온다.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연평균 7만 톤 넘게 잡히며 국민 생선으로 이름을 높였던 명태는 수온 상승과 남획 등으로 지금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명태는 과거 강원도 고성 등 동해안에서 주로 잡혔다. 한 때는 동해안에서 잡히는 어종의 30%를 명태가 차지하기도 했다. 값도 싸고 맛도 있어 서민들의 밥상에 쉽게 올릴 수 있는 국민생선이라는 이름도 이때 붙여졌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수온상승과 명태 새끼인 노가리 남획으로 생산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연근해에서 잡힌 명태가 1톤에도 미치지 못했고, 이후로 지금까지 연근해 생산량은 1~2톤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동해안에서 사라진 명태 자원의 회복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강원도 해양심층수수산자원센터, 강릉원주대와 함께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후 프로젝트 2년 만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에 성공했다. 완전양식 기술이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부화시켜 키운 어린 명태를 어미로 키워서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순환체계가 구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명태 완전양식 성공은 2014년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2년여만의 성과다. 그동안 자연산 암컷 명태를 얻는 것조차 힘들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9년부터 포상금까지 걸었지만 소용없었다. 2014년 포상금을 50만원으로 올린 지 1년 만인 지난해 1월에야 한 강원도 어민의 그물에서 살아있는 어미 명태 1마리를 얻었다. 이 명태에서 53만 개의 수정란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부화한 1세대 인공 명태 중 건강한 200마리가 산란이 가능한 크기인 35㎝ 이상으로 자랐다. 이 중 7마리에서 3만 마리의 2세대 인공 명태가 태어났다. 이들이 10월 6일 0.7㎝ 크기로 성장하며 완전양식을 이뤘다. 폐사율이 높은 명태는 0.7㎝까지 자라야 생존한 것으로 본다.


연구진은 인공 명태가 살 적정 수온이 10도인 것도 확인했다. 5~15도의 수온을 구간별로 나눠 어떤 환경에서 명태가 잘 자라는지 반복 실험을 해 얻은 결과다. 28도 이상에서 살던 먹이생물(플랑크톤)도 10도 이하에서 살도록 적응시켰다.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저온성 동물성 플랑크톤과 고에너지 명태 전용 배합사료 개발로 명태의 성장 기간을 3년에서 1년 8개월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이번 기술 개발로 그동안 포획이 어렵고 생존율도 낮은 자연산 어미가 아닌, 명태 인공종자를 생산, 방류함으로써 앞으로 동해안 명태 자원도 회복하고 양식산 명태를 국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게 됐다. 이번에 완전양식 기술로 태어난 어린 명태가 산란기에 도달하는 2018년 이후부터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이르면 2020년 국내산 양식 명태가 우리 밥상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 상태의 명태는 만 3년 후에 산란이 가능한 정도로 성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연구소는 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해수 온도를 명태의 적정 수온인 10℃로 유지하는 한편, 10℃에서도 생존하는 저온성 먹이생물과 고도불포화지방산(EPA, DHA)을 강화한 고에너지 명태 전용 배합사료를 개발했다. 배합사료를 사용할 경우 명태의 성숙 기간을 부화 후 3년에서 약 1년 8개월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사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완전양식 기술과 성장을 촉진하는 사료가 개발됐지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려면 명태 양식에 참여하는 어민들이 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 경쟁력이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는 명태 종자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시설을 확충해 명태 종자 대량 생산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명태 서식환경 구명 등 생태학적 연구도 강화해 방류한 어린 명태의 생존율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6월 서해안 뱀장어 완전양식에 이룬 후 동해안에 사는 명태 양식에도 성공했다. 남해안 쥐치 양식에도 나서 동·서·남해안에서 사라진 수산자원을 복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 내년에 1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명태 종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생산동을 구축하고 양식업자들에게 종자를 분양해 상업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2018년부터는 양식 생산도 가능해져 국내산 명태가 밥상에 오를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연어 - 아시아 최초로 양식에 성공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수산물은 연어다. 연간 생산량만 424만t(2013년 기준)이다. 연어는 한국에서도 광어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양식 물고기다. 2010년 1만2000t이던 게 지난해 3만4000t으로 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물량(3만2000t)을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에서 잡히는 연어의 수가 많지 않아서다. 연어 양식은 지난해 8월 참다랑어와 올해 6월 뱀장어에 이어, 고부가가치 어종 양식화 사업의 세 번째 성공 사례이다. 아시아 국가 중 연어 양식에 성공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강원도 고성 앞바다 가두리에서 양식한 연어 500톤이 지난 11월 8일 국내 최초로 출하되었다. 해양수산부는 국내 수산업체가 2014년 캐나다에서 수입한 연어 알을 내수면 양식장에서 부화시킨 뒤 지난해 3월부터 외해 가두리에서 키운 결과, 수입 연어와 경쟁할 만한 크기로 자랐다고 밝혔다.
연어는 강·하천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성장한 뒤 산란을 위해 강·하천으로 돌아오는 회유성 어종이다. 이 때문에 내수면 양식장에서의 민물 양식과 트인 바다 가두리에서의 바닷물 양식이 모두 필요하다. 또 생육 최저수온이 17도 이하로, 수온이 2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폐사한다. 우리나라 바다는 여름철 수온이 크게 올라 연어 양식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국내 수산업체인 ㈜동해STF는 지난 2014년 캐나다에서 수입한 연어 알을 부화시킨 후 10개월간 내수면 양식장에서 200∼400g으로 키운 뒤 지난해 3월 강원도 고성 앞바다 가두리에서 양식하기 시작했다. 특히 수심 25m까지 내려갈 수 있는 ‘부침식 가두리’(수면 아래로 가두리를 내려 수중 양식이 가능하도록 만든 시설)를 활용해 수온을 15~18도로 유지했다. 그 결과 연어를 20개월 만에 200g에서 5㎏까지 키우는데 성공했다. 수입산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크기다.


연어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반면 자연산 어획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연어 대량 양식 성공은 더욱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해양수산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연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수산물로, 연간 생산량이 424만 톤(2013년 기준)에 달한다. 최대 생산국인 노르웨이의 대표기업인 ‘마린하베스트’의 경우 연간 연어 판매 매출액이 4조원이다. 국내에서도 연어는 광어 다음으로 많이 찾는 어종이다. 소비량이 지난해 3만4000톤으로 5년 사이 3배 가까이 급증했지만 사실상 연어 수요 전량을 노르웨이 등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 연어의 양식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노르웨이산보다 기름기가 덜하고 맛도 담백한 국산 연어 양식으로 비행기로 운송되는 수입 연어보다 원가 경쟁력이 있다”며 “수입산 연어를 국내산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강원도 동해의 트인 바다 지역을 중심으로 연어 양식에 적합한 곳을 발굴하고, 연어 양식에 대한 민간 영역의 활발한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양식산업의 현재
이미 한국은 양식을 통해 대량 생산에 나서 수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출도 하고 있다. 광어·김·전복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양식이 시작된 광어는 이미 ‘국민생선’이자 효자 수출품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된 양식 광어는 총 4만5759t으로 세계 1위다. 한국보다 광어 양식을 먼저 시작한 일본도 자국 소비량의 25%를 한국에서 사들였다. 세계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김도 지난해 단일 품목으로 수출액 3억 달러(약 3340억 원)를 달성했다. 국내 농수산, 축산 수출 품목 중 가장 많은 액수다. 보양식으로 꼽히는 전복도 대량 양식이 본격화된 2003년 이후 가격이 내려가 대중화와 수출에 성공했다.


2016년 10월에 아프리카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에 세운 새우양식연구센터에서 양식한 새우 5t을 수확하기도 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새우를 기를 수 있었던 건 ‘바이오플록’이란 기술 덕분이다. 이는 미생물을 활용해 물의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새우의 먹이를 만드는 기술이다. 양식장에 한 번 물을 채우면 정화해 재사용할 수 있다. 강준석 원장은 “한국의 양식 기술은 수산 강국 사이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며 “현재 수산 양식 생산량이 세계 7위 수준이지만 순위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양식산업엔 그늘도 있다. 명태 완전양식 기술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된 건 이유가 있다. 변순규 국립수산과학원 선임연구사는 “명태 주요 생산국인 미국·캐나다·일본·러시아에선 어획량이 크게 줄지 않았다”며 “일본도 자원 관리 차원으로 양식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만 1980년대 이후 노가리(어린 명태)를 무분별하게 잡아 명태를 멸종시키고선 뒤늦게 복원에 나서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한 셈이다. 국산 연어도 노르웨이와 비교하면 대량 생산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폐사율이 1% 미만인 노르웨이에 비해 국내 연어 양식 폐사율은 10%나 된다. 국내 연어 양식은 외국에서 수정란을 들여와 기르는 ‘부분양식’이다. 인공수정으로 만든 연어가 어미가 돼 다시 새끼를 낳는 완전양식 기술은 아직 갖지 못했다. 김성욱 동해STF 이사는 “국립수산과학원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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