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송년기획] 독자가 선택한 하반기 키워드... '비평의 시대' 그리고 '제철의 위로'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2-31 23:35:59

쿡앤셰프 2025년 하반기(7~12월) 조회수 TOP 10 데이터 정밀 분석 -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방송 비평·노동 인권 등 '관점' 담긴 기사에 클릭 집중
1위·2위 휩쓴 '흑백요리사 비평', 자극적 편집에 지친 대중 심리 반영
폭염과 한파 속 '제철 식재료' 찾는 검색량 급증, 자연으로 회귀 본능 확인
이미지 생성: Google (Nano banana)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이경엽 기자] 올해 하반기 독자들의 선택은 변하지 않는 '본질'에 대한 탐구였다.

쿡앤셰프가 2025년 하반기(7월~12월) 자사 뉴스룸 데이터를 통해 독자들이 가장 주목한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독자들은 단순한 신메뉴 출시는 맛집 정보보다는 사회적 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 그리고 계절의 흐름을 읽어주는 인문학적 미식 정보에 뜨겁게 반응했다. 이는 외식 소비자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주체'에서 식문화를 '비평하고 향유하는 주체'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다.

특히 연말을 강타한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즌2' 관련 기사가 상위권을 휩쓸었으나, 단순한 회차 요약이 아닌 심사 공정성과 요리사의 처우를 다룬 '비평 칼럼'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 '비평의 시대', 대중은 공정한 잣대를 원했다 (1, 2, 7, 9위)

하반기 독자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기사는 지난 12월 18일 보도된 '[흑백요리사2] 이름 불리지 못한 26명, 그들의 조리를 기억하며'(1위)였다. 이 칼럼은 방송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통편집'되거나 이름조차 불리지 못하고 탈락한 요리사들의 노력과 조리 과정을 꼼꼼히 복기하며 재조명했다. 이는 방송사가 보여주는 자극적인 승부보다, 묵묵히 칼을 가는 요리사들의 '진정성'을 보고 싶어 하는 대중의 갈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어 2위 역시 12월 20일 보도된 '[기자수첩] 백종원, 당신의 신기하다는 심사였는가'가 차지했다.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심사위원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방송의 편집 방향을 날카롭게 꼬집은 이 칼럼은 보도 직후부터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맥락을 같이 하는 '[흑백요리사2] 백종원은 탈락시키지 않는다'(12월 19일, 9위)와 요리사의 사회적 지위 문제를 건드린 '요리사는 국민 아니다? 국민대표에 한 사람도 없어'(8월 16일, 7위) 역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독자들은 이제 '누가 우승했는가'보다 '누가 공정하게 평가받았는가', 그리고 '요리사는 사회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는가'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자연으로의 회귀, '제철'이 주는 확실한 위로 (3, 5, 8위)

디지털 도파민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독자들은 역설적으로 흙냄새 나는 '제철 이야기'를 갈구했다. 24절기와 제철 식재료를 다룬 기사들이 10위권 내에 3개나 포진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3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 6일 발행된 ''여왕의 과일' 무화과, 해남에서 한발 먼저 익다'가 선정됐다. 기후 위기로 식재료 지도가 바뀌는 가운데, 가장 맛있는 시기의 산지 정보를 얻으려는 독자들의 니즈가 반영됐다.

하루 차이로 발행된 '"입추가 왔다, 계절의 혀끝이 달콤해진다"'(8월 7일, 5위) 역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무더위 속에서도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입추)에 대한 기대심리가 음식 검색으로 이어진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던 10월 8일 보도된 '찬 이슬 맺히는 날, 한로의 밥상'(8위) 또한 추어탕과 국화전 등 절기 음식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계절의 미학을 전달했다. 이는 현대인들에게 '제철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심리적 위안을 얻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 '가치 소비'의 부상... 위생부터 기업인의 식탁까지 (4, 6, 10위)

사회적 이슈와 연결된 먹거리 뉴스들도 큰 파장을 낳았다.

4위는 먹거리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떡볶이 프랜차이즈, 식품위생법 위반 1위 엽기떡볶이'(9월 29일 보도) 기사였다. 소비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국민 간식 브랜드의 배신은 즉각적인 공분을 샀으며, 이는 브랜드의 신뢰도가 위생이라는 기본기에서 판가름 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10월 27일 보도된 '[기자수첩] 빵의 맛은 반죽이 아니라 노동의 존엄에서 나온다'(10위)는 '가치 소비' 트렌드를 명확히 보여준다. 화려한 디저트 뒤에 숨겨진 제빵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지적한 이 기사는, 맛있는 빵을 넘어 '윤리적인 빵'을 소비하려는 시민들의 높은 의식 수준을 보여주었다.

반면, K-푸드의 위상을 보여주는 밝은 뉴스도 있었다. 글로벌 기업 총수들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이재용·정의선·젠슨 황의 깐부치킨 회동 메뉴'(10월 30일, 6위)는 단순한 가십을 넘어, 한국식 '치맥' 문화가 글로벌 비즈니스의 사교 수단으로 격상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 총평: 2026년, 독자는 더 똑똑해지고 더 까다로워진다

2025년 하반기 쿡앤셰프의 데이터는 명확하다. 독자들은 '맛집 리스트'보다 '비평'을 원하고, '가공식품'보다 '자연의 절기'를 그리워하며, '브랜드'보다 그 뒤의 '윤리'를 감시한다.

12월을 뜨겁게 달군 '흑백요리사' 비평 기사들과 꾸준히 사랑받은 '절기 음식' 콘텐츠는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2026년 외식업계는 이러한 '스마트 컨슈머'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맛은 물론 철학과 윤리, 그리고 스토리텔링까지 갖춘 새로운 차원의 경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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