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ste Trip / 2018년 진 프로닥터 맛 기행> 맛을 체험하고, 맛을 평가하다

조용수

cooknchefnews@naver.com | 2018-07-16 23:14:51

- (사)한국외식산업미래연구원의 제철 이벤트, 지역의 맛집을 순례하다
- 음식은 생활과 직결되는 즐거운 휠링이며, 삶의 보람과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매개체

매년 진행되어왔던 진 프로닥터 맛 기행이 처음 시작이 언제였는지~기억에도 흐려질 만큼 어느새 많은 세월이 흐른 듯싶다. 처음 참가했을 때는 약간의 어색함과 서먹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만남의 얼굴들이 반갑고 친근감에 정겹다.
writer _구본길 셰프 ((사)한국외식산업미래연구원장)


Taste Trip

맛을 체험하고, 맛을 평가하다
2018년 진 프로닥터 맛 기행  


작은 것이라도 챙겨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아침부터 커피와 물을 챙기면서 마음만 조급해 했다. 오늘 출발장소는 사당동. 출발시간에 최대한 맞추느라 일찍 나왔는데 차가 엄청 밀렸다. 출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 봐 하는 조바심에 아이스 커피 얼음이 녹기 전에 내 마음이 다 녹는 듯 했다. 다행스럽게도 5분 전에 도착했고, 버스의 출발로 맛 기행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버스의 실내는 쾌적했고 의자가 넓고 편안했으며 흰색으로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기사님의 출발 인사도 경쾌하고 인정스러웠다. 언제나 첫 출발은 설레임과 기대감로 가득 찬다.  

 

 


안성 서원농원
이번 맛 기행에서 첫 번째로 선택한 음식점은 안성 서원농원 내에 있는 ‘솔리’라는 건강밥상집이었다. 잘 꾸며진 정원과 수많은 장독대는 식당 내부를 들어가 보지 않아도 밥상이 보이는 듯 했다. ‘솔리’의 밥상에 올리는 요리들의 식재료는 서일농원에서 정성스럽게 키웠다. 식재료 하나하나 고유의맛을 살린 전통과 세월이 농익어 있다. ‘솔리’의 잘이인 된장찌개와 청국장찌개를 중심으로 다른 부재료들을 정성스레 다듬고 재어 세월에 익혀온 각종 장아찌류들의 감칠맛을 자랑하는 곳이다. 잠시 후, 차려져 나온 밥상은 말 그대로 건강밥상이었다. 적절한 양념 간 맛이 재료와 조화롭게 잘 아우러지는 것 같았다. 버섯요리와 삼채무침 등 건강에 유익한 음식들로 밥상은 채워져 있었으며 어릴적 옛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구수한 된장찌개 맛과 콩비지찌개 맛은 짜지 않으면서 원래 콩비지의 뻑뻑한 식감을 부드럽게 한 맛도 좋았다. 음식에 맞는 질그릇은 음식의 품위를 돋우어 주었다. 
 

 

 


진천 장수막걸리
식사를 마치고 다음 방문지로 진천에 위치한 장수 막걸리 공장으로 향했다. 서일농원 ‘솔리’에서 식사 중, 반주로 술을 시키지 않아 약간 의아했는데 일정을 보고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진천에 위치한 장수막걸리 공장은 생각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았다. 막걸리는 우리 어렸을 적에는 탁주라 하여 가가호호(家家戶戶) 직접 담아 먹기도 했고, 면 단위 마다 대형 양조장이 있어 지역 막걸리 업자들에게 공급했었다. 배고팠던 어린 시절엔 막걸리 재료인 쌀로 찐 고두밥을 훔쳐 먹다 혼이 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명절날이면 꼭 막걸리를 먹고 즐겼던 어른들의 모습을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내 어릴 적 추억이다. 잠시 옛 생각을 더듬고 있는 동안, 회사직원이 장수막걸리 역사와 현황에 대해 설명을 했는데 2010년도 매출의 성장이 최고조로 올랐지만 지금은 조금씩 하향곡선이라고 했다. 

 

 

막걸리는 영양소 풍부하고 적당하게만 즐겨 드시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관계자의 설명이 개인적으로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나로서는 마치 새로운 정보를 안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막걸리 시음에서 다양한 막걸리의 맛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역시 내게는 항상 마시던 생 장수 막걸리 맛이 입에 와 닿았다. 앞으로 보다 다양한 막걸리 신제품이 출시가 되어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 뿐 아니라 외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막걸리가 되었으며 하는 염원을 하면서 다음 맛 기행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금산 인삼관
우리나라의 인삼의 산지인 금산 인삼관 관람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금산 인삼의 역사 재배 과정, 인삼종류 가공과정에서 인삼의 변화, 또한 금산약초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은 새삼 신선한 충격처럼 와 닿았다. 인삼 판매시장과 약초시장거리를 돌아보고 인삼튀김과 인삼막걸리 시식과 시음은 옛 푸짐한 인심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금산에서 저녁식사도 인삼 삼계탕으로 금산에서 몸 보양을 만끽하고 숙소인 남이 자연휴양림에서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산림 속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며 1박 휴식 여유의 행복감을 가졌다. 

 

 


2일차 첫 기행지 영동군 ‘어죽과 도리뱅뱅이’
자연 속에 하루 밤을 보내고 아침 9시 숙소인 남이 자연휴양림을 출발 금산군에서 영동군으로 군의 경계선을 넘어 선희식당의 ‘어죽과 도리뱅뱅이’로 조식 맛기행은 계속 되었다. 예전에 방송 촬영하느라 먹어 본 ‘어죽과 도리뱅뱅이’ 맛과 친구들과 함께 다니면서 먹어 본 ‘어죽과 도리뱅뱅이’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각 식당마다 양념 맛이나 만드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기행지로 선택한 선희식당의 ‘어죽과 도리뱅뱅이’ 맛도 기존의 기억하던 맛과 약간 달랐다. 일반적으로 어죽에 들어가는 소면이 아닌 굵고 넓은 칼국수 같은 생면을 사용은 했다. 고추장과 고춧가루의 붉은 색상은 약간 매운맛을 느낄게 해주었다. 예전의 어죽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주인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으신 어머님이나 할머니였는데 이번 방문한 선희식당 주인은 아주 젊은 사람이었다. 재료에 따라 맛의 차이도 크지만 만드는 사람의 손맛(재료의 혼합, 비율, 숙성 과정 등)도 그 이상의 맛의 변화에 차이를 내는 요인이다.

음식의 깊은 맛이란 재료 하나하나의 맛들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가장 강렬한 포인트의 맛이 깊은 맛이 아닐까 싶다. 즉, 고추장 맛이 좋다는 것은 고추에서부터 들어가는 많은 재료들이 적절한 비율의 혼합과 숙성 과정에서 기계의 인위적인 방법이 아닌 날씨, 태양광의 조건 등 자연에 노출시켜 기다림의 자연의 깊은 맛이 진짜 깊은 맛이라 생각된다. 요즈음 빠르고 즉흥적인 맛을 찾다보니 그야말로 자연의 깊은 맛 옛 맛을 찾기가 쉽지 않다. 

 

 


와인코리아
아침식사로 맵고 칼칼한 ‘어죽과 도리뱅뱅이’ 조식을 마치고 영동지역의 대표 특산물인 와인전문 회사인 와인코리아로 향했다. 와인코리아를 견학하고 느낀 점은 한국의 전통주 문화가 아닌 외국의 술인 와인문화를 낯선 한국 땅에 심는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유럽 포도 품종에 토양이나 기후 모든 조건들이 유사하게 맞는 곳이 영동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유럽 와인의 맛과 기술적 노하우나 규모에 못 미친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제 진천 장수막걸리 공장견학에서 우리나라 대표 술이라고 할 만큼 예로부터 만들어온 막걸리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조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지 않던가? 시음을 한 와인들이 와인의 고장이라고 하는 서구유럽이나 칠레에서 생산되는 와인 맛에 미치지 못했지만 어려운 환경에서 굳굳하게 성장해가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머지않아 대한민국 와인이 세계적인 와인 반열에 오르길 기대하면서 김천으로 향했다. 

 

 


김천 자두공판장과 부일산채식당 한정식
김천에 많이 생산되는 농산물 중 하나가 자두다. 넓은 자두 공판장에는 경매를 마친 자두박스가 산처럼 끝없이 쌓여 있었다. 산지 공판장에서 먹어본 영글은 자두의 풍부한 과즙과 달콤하고 새콤한 맛이 제철 과일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한다. 지금도 생각하면 입안에 침이 고이는 이유는 생과일만이 주는 자연의 맛이 아닐까 싶다. 

 

 


자두의 달콤한 과즙을 음미하며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부일산채식당. 이곳의 메뉴는 산채를 메뉴로 한 한정식 요리였다. 더덕, 고사리, 취나물에 계란찜, 된장찌개, 두부조림 등 많은 가짓수에 놀랐고 가격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가성비 대비 만족할 수 있는 메뉴들로 푸성하게 구성되었지만, 조리전문가 입장에서 본다면 요즘의 트랜드에 맡지 않는 가짓수를 좀 줄여도 좋을 듯 싶었다. 하지만 그곳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산채요리로 구성된 건강식에 포만감을 느끼며 일정을 위해 버스에 올랐다.  

 

 


직지사와 지례 흑돼지가든
산채요리로 점심을 배불리 먹고 우리나라 4대 사찰 중에 하나인 직지사를 돌아보며 해설사의 깊이 있고 명쾌한 설명을 통해 우리나라 불교문화의 참다움을 알았다는 자긍심에 흡족했다. 직지사를 돌고 부항 댐 물문화관을 돌아보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그곳에서 가까이에 있는 지례 흑돼지 농장 가든으로 향했다.  

 

 


조용한 지례란 시골마을에도 흑돼지 상호가 곳곳에 있는 것을 보니 서울 같으면 먹자골목 인 듯 싶다. 직원들의 시골답지 않은 예절 바른 친절한 인사에 새삼 놀랐다. 쫀득쫀득하면서도 고소한 흑돼지고기 맛은 한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식감이었다. 적당히 잘 익은 시골스러운 작은 열무배추김치 맛은 김치만으로 밥 한 공기를 먹고 싶을 정도로 감칠 맛이 있었다. 흑돼지 고기에 곁들인 다른 음식들도 정갈함과 깔끔함이 저녁 만찬의 기쁨을 한껏 들뜨게 했다.

사람의 뇌는 여러 가지 음식의 가짓수를 다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특별했던 한 두가지 음식이 뇌리에서 각인되어 시간이 지나 후에 아련히 그 음식 생각이 나고 그때 먹었을 때 맛의 충동이 강하면 강할수록 다시 그 음식집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수도산 자연휴양림
흡족함에 들뜬 기분으로 안고 2박을 할 수도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어둠이 깔려 있었지만 느낌적으로 깊은 산중으로 가는 듯 했다. 계곡이 깊었고 시원한 물소리는 여정에 지친 하루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었다. 수도산은 산세가 높고 산림이 울창해 산자체가 그야말로 자연휴양림이었다. 요즈음 지역마다 지자체들이 관광객유치를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듯 깊고 깊은 산중인데도 잘 닦아진 도로며, 호화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게 지어진 펜션은 북유럽, 의 휴양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창문을 통해 불어오는 자연의 바람은 도심 에어컨 바람보다 더 차갑고 시원함에 자연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고개 숙이게 했다. 하루의 맛 기행의 느낌를 정리하는 자리에 함께 곁들인 술 한 잔과 진양호 교수님의 좋은 경험의 말씀과 각자의 정보와 느낌을 나눠보는 시간 또한 귀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껴본다.

 


온천골 한우 가마솥국밥
수도산의 청량한 새벽 바람을 느끼며 각자를 짐을 꾸려 아침 맛 투어를 위해 ‘온천골 한우 가마솥국밥집’으로 향했다. 그리 멀지 않는 거리였지만 굽이굽이 산 계곡을 내려오는 차장으로 비치는 풍광은 그지없이 아름다웠다. 소낙비가 내린 후 산 중턱에 걸려있는 물안개는 어떤 그림이나 사진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멋진 풍경이었다. 

외국에서 장염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귀국하자마자 미린 일정을 뒤로 미루고 달려와 김천 지역 모든 일정을 안내하면서 식사까지 제공하고 하루 밤을 함께 한 김천 대학 배인호 교수님의 작별 인사가 회원들의 가슴에 고마움으로 가득하게 했다.

모든 음식을 유기로 담아내는 ‘온천골 한우 가마솥국밥집’의 한우 국밥은 맛보다 담아낸 기물 자체가 한 몫을 하는 듯 했다. 단순한 밑반찬이 시골스럽지 않아 좀 의아한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이집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운영한다는 이야기에 약간 실망의 느낌이 쓰나미 처럼 밀려왔다. 사방 논과 밭 사이에 우둑 선 건물은 깔끔하고 그 위용을 뽐내는 듯 했지만 주변의 환경과의 조화는 짚신 신고 양복 입은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독립기념관과 병천순대
소낙비가 쏟아질 듯 날씨가 심상찮다. 원래의 일정은 문경새재도립공원이 목적인데 우리가 도착할 무렵에는 그곳에 폭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다. 일정을 변경해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에 방문하기로 즉시 계획을 변경을 했다. 한 번은 꼭 가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잘되었다는 생각과 기념관을 돌아보고 나선 더욱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어느 나라나 지나온 역사는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역사는 가까운 주변국들에게 많은 시련을 받았다는 사실을 재삼 일깨우게 되었고, 이런 아픔의 역사를 되새기면서 미래는 밝고, 희망찬 역사가 만들어지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스케줄이 변경됨에 따라 맛 기행 행선지도 천안으로 바뀌었다. 천안하면 ‘병천순대’로 이미 많이 미식가들 사이에 알려진 사실. 그러나 병천의 많은 순댓집 중에서도 맛있다고 하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가 추천받은 집은 원조를 자처하는 ‘충남집’이었다. 붐비는 손님들 사이로 우리는 예약된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손님이 많은 탓인지 서비스라곤 찾아 보기 힘들었다. 선지로 버무린 소로 만든 순대와 살코기와 귀머리 고기가 썰어져 나왔는데 가성비 대비 만족이 되지 않았다. 순대국 역시 내 개인적인 입맛에는 확 와 닿지는 않았다. 어째거나 마지막 맛 기행을 정리하고 2박 3일의 여정을 끝으로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피곤함 몸을좌석 시트에 의탁하며 이번 일정에 대한 느낌을 정리하며 어두운 차창을 바라보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요즈음은 한 끼의 식사가 하루의 기분을 만들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많은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점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 나 자신부터 맛없는 음식을 대했을 때 망쳐지는 기분을 생각하면 외식의 선택은 항상 망설임을 동반한다. 음식은 생활과 직결되는 즐거운 휠링이며, 삶의 보람과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외식에 관련된 석·박사 제자들 모임을 만들어 이끌어주시고 함께 여행을 통해서 가르침을 몸소 주시는 ‘진 프로닥트’의 맛 기행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살아가면서 같은 길을 향하는 영원한 스승이 있기에 이런 즐겁고 유익하며 보람된 시간을 만들어지지 않나 생각과 스승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2018년 맛 투어의 일정의 막을 내린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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