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농식품·한식 예산안의 구조적 특성 분석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11-19 11:30:55
[Cook&Chef = 이경엽 기자] 2026년도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의 식품 관련 예산안을 종합 분석한 결과, 예산의 배정이 첨단 기술 도입과 해외 시장 확대에 집중된 반면, 국내 조리 인력 육성과 외식업 현장 지원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거나 간접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는 '비대칭적 구조'가 확인되었다. 이는 푸드테크 및 수출 마케팅 관련 예산의 급격한 증액 추이와 인력 및 내수 지원 예산의 정체 현상을 통해 파악된다.
기술 및 수출 주도형 예산 편성의 가속화와 재정 투입의 쏠림
2026년 예산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하드웨어'와 '해외' 부문에 대한 투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식품산업정책관 소관의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구축' 사업은 144억 7,6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245.8% 증가했으며, '농식품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해외시장 진출' 예산은 합계 약 1,800억 원 규모에 달해 전년 대비 24%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해양수산부의 '수산물 해외시장 개척' 예산 역시 43.3% 증액된 781억 9,800만 원으로 확정되었다.
반면, 이러한 산업화 및 수출 주도형 예산 편성은 필연적으로 내수 기반의 전통적 외식 산업과 조리 현장에 대한 재정 지원 비중의 상대적 축소를 동반하고 있다. 전체 식품 예산의 파이는 커졌으나, 그 증가분 대부분이 자동화 설비 구축, 물류비 지원, 해외 홍보관 운영 등 '시설'과 '해외' 항목에 할당됨에 따라, 국내 외식업 현장의 실질적인 인프라 개선이나 소프트웨어(인력) 강화를 위한 여력은 예산안 상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력 양성 예산의 구조적 한계: 기초 연구와 단순 노무 중심
식품 및 외식 산업의 핵심인 '인력' 관련 예산을 분석해보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조리 인력 양성보다는 '기초 과학 연구'와 '단순 노무' 인력 공급에 예산이 편중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농업기초기반전문기술인재양성(R&D)' 사업(32억 원)은 농업 기초 기술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며, '농촌고용인력지원' 사업(399억 1,600만 원)은 농촌 현장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한 단순 인력 중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식 진흥 예산 역시 해외 한식당 종사자 지원이나 해외 마케팅 인력 지원에 치중되어 있으며, 국내 한식 조리사의 기술 숙련도 향상이나 장인 육성을 위한 독립적인 교육 훈련 예산은 편성 내역에서 배제되었다. 이는 정부의 인력 양성 정책이 식품 산업의 고도화(R&D)나 농촌 인력난 해소라는 거시적 목표에만 집중되어 있을 뿐, 실제 미식 가치를 창출하는 외식 조리 전문 인력의 육성과 보호라는 미시적이고 실질적인 과제는 예산 편성의 우선순위에서 제외되었음을 시사한다.
내수 활성화 및 식문화 보존을 위한 직접 지원 체계의 부재
내수 외식업 경기 활성화와 전통 식문화 보존을 위한 예산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우회적이거나 간접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신규로 편성된 '직장인 든든한 한끼' 사업(79억 4,800만 원)은 외식업소에 대한 경영 자금 지원이 아닌 근로자에 대한 식대 할인 지원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는 외식업체의 매출을 보조하는 효과는 있으나, 식재료비 상승이나 고정비 부담 등 외식업 경영주가 겪는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직접적인 재정 투입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전통 식문화 보존과 관련된 예산은 기획 2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농생명 마이크로바이옴 혁신기술 기반구축'(53억 원)이나 '농산부산물 Eco순환기술개발'(66억 원) 등 바이오 기술 R&D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전통 식품을 과학적 분석의 대상으로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전통장 담그기나 발효 기술 전승 등 식문화 자체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활동가나 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예산은 2026년 주요 사업 내역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2026년 예산안은 '기술'과 '수출'이라는 산업적 성과 지표 달성에는 유리한 구조이나, '사람'과 '문화'라는 식품 산업의 본질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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