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열전 103 / 벤로막 10년(Benromach 10y), 퍼스트핸드 1960년대 위스키의 부활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5-03-21 22:07:15

[Cook&Chef=조용수 기자]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작은 증류소에서 탄생한 벤로막(Benromach) 10년이 국내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숲이 무성한 산'이라는 뜻을 가진 벤로막은 1898년 설립 이후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1960년대 스페이사이드 싱글 몰트의 정통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벤로막은 연간 생산량이 30만 리터 정도인 자그마한 증류소로, 벤로막의 모든 위스키들은 100%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다. 벤로막은 소규모, 소량생산으로 퀄리티를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며 실제로 증류소에 컴퓨터가 거의 없어 모든 공정을 100%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한 벤로막에서는 캐스크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캐릭터를 최대화 하기 위해 퍼스트필 캐스크만 사용하고 있다. 퍼스트필 캐스크란 숙성하는 오크통(캐스크)을 재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딱 한번만 위스키를 숙성하고 재사용 하지 않기 때문에 엄선된 특유의 위스키가 만들어진다.

벤로막의 대표작인 벤로막 10년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위스키로 자리잡았다. 80%의 버번 캐스크와 20%의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된 후 마지막 1년간 올로로소(Oloroso) 셰리 캐스크에서 피니시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과일의 풍미와 부드러운 스모키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을 선보인다. 피트향뿐만 아니라 셰리 캐스크에서 뿜어져나오는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어 가성비 최고의 위스키로 꼽힌다. 벤로막의 특별함은 그 제조 과정에 있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수확한 보리에 피트향을 더해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내며 로막힐(Romach hill)에서 발원한 청정수를 사용한다. 또한 최대 5일에 이르는 긴 발효 시간과 나무로 만든 워시백, 작은 팟스틸 사용 등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벤로막은 1960년대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의 맛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벤로막의 성공 뒤에는 세계적인 독립 병입 기업 고든앤맥패일(Gordon & MacPhail)이 있다. 1993년 벤로막을 인수한 고든앤맥패일은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융합하여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벤로막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에는 증류소 주변의 붉은 문과 벽돌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품을 선보였으며 퍼스트필 셰리 캐스크의 숙성을 강화하여 더욱 깊이 있는 맛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벤로막 15년, 21년, 피트 스모크 2009, 오가닉 2012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벤로막은 단순히 위스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역사와 전통을 지키며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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