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의 식(食)더스트리] 두바이 쿠키·봄동비빔밥·버터떡까지… 외식 유행, ‘복제’할 것인가 ‘해석’할 것인가

신현우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3-18 23:56:57

유행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독배’
유행은 ‘복제’가 아니라 ‘해석’이다

이미지 생성: 나노바나나 (Google)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신현우 전문기자] 대한민국 외식 시장은 지금,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압박과 따라가면 무너질 수도 있는 불안이 공존하는 ‘트렌드 소용돌이’ 속에 있다. 어제의 대세가 오늘의 진부함이 되고, SNS를 뒤덮던 화제의 메뉴는 불과 몇 달 만에 ‘임대 문의’ 전단지로 바뀐 매장의 흔적으로 남는다.

최근 시장을 달구고 지나간 ‘두바이 쫀득 쿠키’, 제철의 생동감을 담은 ‘봄동비빔밥’,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결합으로 주목받는 ‘버터떡’까지. 이 흐름 앞에서 자영업자들은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지금 이 유행에 올라타야 하는가, 아니면 버텨야 하는가. '

유행이라는 이름의 ‘달콤한 독배’

외식업에서 유행은 강력한 무기다. 정체된 매출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트리거이자, 신규 고객을 유입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특히 SNS 환경에서는 ‘보여지는 음식’이 곧 경쟁력이다. 비주얼, 스토리, 희소성을 갖춘 메뉴는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한다.

최근의 ‘두바이 쫀득 쿠키’ 열풍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동 디저트에서 출발한 요소가  ‘쫀득한 식감’과 결합하며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했다. 피스타치오의 풍미와 카다이프의 바삭한 식감은 ‘새로운 경험’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히 자극했다.

하지만 유행은 양날의 검이다. 빠르게 뜬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진입장벽이 낮은 메뉴일수록 시장은 빠르게 포화되고, 결국 가격 경쟁으로 흘러간다. 수익성은 그 순간부터 무너진다.유행은 매출을 올려주지만, 사업을 살려주지는 않는다.

브랜드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방법

더 큰 문제는 정체성이다. 외식업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산업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파는 산업이다. 사람들은 메뉴 하나가 아니라, 그 공간의 분위기와 스토리, 일관된 경험을 소비한다.

그런데 유행을 따라 메뉴가 계속 바뀌는 매장은 고객에게 혼란을 준다. 전통을 강조하던 공간에서 갑자기 트렌디 디저트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건강식을 표방하던 매장에서 자극적인 메뉴를 구색으로 추가하는 순간, 브랜드의 방향성은 흐려진다. 

유행 메뉴로 매출은 잠시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왜 이 매장에 와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사라진다. 그때부터 그 매장은 대체 가능한 공간이 된다.

유행은 ‘복제’가 아니라 ‘해석’이다

그렇다면 유행을 외면해야 할까. 아니다. 유행은 시장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신호다. 문제는 따라가는 방식이다. 성공하는 외식업자는 유행을 복제하지 않는다. 해석한다.

봄동비빔밥의 유행을 보자. 단순히 ‘봄동이 맛있다’는 차원이 아니다. 그 안에는 계절성을 느끼고 싶어 하는 욕구,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관심, 그리고 ‘지금만 먹을 수 있는 것’에 대한 소비 심리가 담겨 있다. 이 흐름을 읽는다면 대응 방식은 달라진다. 메뉴를 그대로 추가하는 대신, 기존 요리에 봄동을 활용하거나, 사이드 구성에 계절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트렌드를 흡수할 수 있다.

두바이 쫀득 쿠키 역시 마찬가지다. 핵심은 식감과 조합이다. 카다이프의 바삭함, 견과류의 풍미라는 요소를 포착했다면 이를 반드시 동일한 형태로 구현할 필요는 없다. 한식 디저트, 음료, 혹은 기존 메뉴의 토핑으로도 얼마든지 재해석이 가능하다.

유행의 형태가 아니라, 유행의 이유를 가져와야 한다.
결국 남는 것은 ‘운영’이다

아무리 매력적인 메뉴라도 운영이 받쳐주지 못하면 실패다. 유행 메뉴는 대부분 조리 공정이 추가되거나, 특정 식재료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는 곧 인력 부담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특정 재료 수급이 불안정한 경우 리스크는 더 커진다. 한때 대란을 겪었던 피스타치오 품귀 현상은 이번만이 아닌 유행에 따라 다른 식재료에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루 100개 팔리던 메뉴가 30개로 떨어지는 순간,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라면 그 유행은 전략이 아니라 리스크다. 유행은 어디까지나 가변적인 요소다. 고정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유행은 쫓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

외식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맛, 품질,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 경험이다. 유행은 그 위에 얹히는 하나의 변수일 뿐이다. 두바이 쫀득 쿠키와 버터떡, 봄동비빔밥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메뉴 변화가 아니다. 소비자의 취향, 미디어 환경, 그리고 시장 구조의 변화다. 이 변화를 복제로 대응하면 소모되고 해석으로 대응하면 축적된다.

지금 당신 앞에 있는 유행은 기회일 수도, 함정일 수도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해석이다. 그 선택이 ‘유행으로 소비될지’ 아니면 ‘브랜드로 살아남을지’를 결정한다.

Cook&Chef / 신현우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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