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스페인 ‘D.O.몬산트’ 필라 저스트 트릴러스 대표, “세계 40여개국에 수출되는 와인업계 라이징 스타, 한국의 식탁에서도 즐거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유성욱

cooknchefnews@naver.com | 2024-11-29 08:00:31

- 2001년 ‘D.O(원산지명)’ 지정, 짧은 역사에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라
- 59개 와이너리 생산 와인의 절반을 독일과 미국 등 해외 40여개국 수출
- D.O.몬산트의 아시아 투어 일환으로 ‘서울 그랜드 테이스팅’ 첫 개최

 

 

 

 

 

 

[Cook&Chef=유성욱 기자] 스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의 포도밭을 갖고 있다. 포도주 생산량은 이탈리아에 뒤지지만, 프랑스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구대륙 와인을 대표한다. 역사에 있어서도 뒤지지 않는다. 스페인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시기에도 이미 와인 생산이 활발했으며, 중세 시대에는 이슬람 문화와의 교류를 통해 와인 생산과 소비를 발전시켜 왔다.


프랑스, 이탈리아와 더불어 구대륙 와인을 대표하는 스페인 와인
오늘날에도 그 전통은 이어지고 있어, 오랜 포도 재배 및 와인 양조의 역사를 통해 뚜렷한 정체성과 개성을 가진 신의 물방울이 지역 곳곳에서 샘솟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최고 와인 생산지로서의 명성이 다소 뒤처졌던 것이 사실. 그러나 앞서 ‘AOC(원산지 통제 명칭)’라는 등급제를 통해 와인의 품질과 가치를 높인 프랑스의 사례처럼, 스페인도 ‘DO(Denominación de Origen)’라는 원산지 호칭을 통해 까다로운 품질 규제 및 관리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까지 69곳이 스페인에서 DO 지정을 받았다고. 스페인에서 대부분의 고급 와인들이 이 등급에 속해 있다.

D.O.몬산트, 28개로 출발해 59개 와이너리를 품어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의 ‘D.O.타라고나’에 포함되어 있다가, 차별화 된 중요성을 인정받은 프리오라트(Priorat) 지역과 인근의 16개 마을, 28개 와이너리가 지난 2001년 ‘D.O.몬산트’라는 원산지명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뒤늦게 출발한 ‘D.O.몬산트’의 앞날에 꽃길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오랜 와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프리오라트 지역에는 이미 스페인에서 단 두 곳밖에 없는 ‘DOC 등급(DO의 상위 등급, 1991년 시행)’의 ‘D.O.C.프리오라트’가 존재하고 있었을뿐더러, 앞서 자리잡은 DO 등급 와이너리와도 치열한 경쟁을 해야했기 때문. 탄생 초기 ‘D.O.몬산트’는 틈새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D.O.몬산트’는 곧 스페인 와인업계에서 주목의 대상이 된다. 출발 당시의 28개 와이너리는 현재 59개 와이너리로 늘어났다. 연간 와인 생산량 약 600만병의 절반은 독일과, 미국, 캐나다 등으로 수출되어 세계 40여개국 테이블에 오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D.O.몬산트’는 와인업계의 라이징 스타로 국내외에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DO 몬산트 규제위원회’ 유일한 여성 이사로 대표까지
‘D.O.몬산트’는 2001년 탄생 이래 처음으로 지난 11월 15일 한국에서 첫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브랜드 홍보와 마케팅을 위한 아시아투어 일정으로 먼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와인박람회(11.12~14)에 이어 한국을 찾은 것. 중국과 한국은 그간 ‘D.O.몬산트’의 역량이 미치지 못했던 곳이다. 한국도 한국이지만, 특히 중국 시장은 와인 소비 측면에서 놓칠 수 없는 곳이라 좀 더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진 ‘2024 서울 그랜드 테이스팅’은 서울 마포의 호텔 나루 엠갤러리에서 주류업계 관계자 및 언론, 와인 애호가를 대상으로 성황리에 진행됐는데, 6개 와이너리가 참여한 시음회를 통해 몬산트 지역의 기온, 지형, 습도 등 지중해성 기후 조건과 독특한 토양 유형에 영향을 받은 다양한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와인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D.O.몬산트’ 필라 저스트 트릴러스(Pilar Just Trilles) 대표가 직접 진행한 마스터 클래스. 참석자들은 지역의 독특한 떼루아와 전통,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역사적·문화적 의미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자녀를 셋 둔 여성으로서 ‘D.O.몬산트’의 오늘을 일군 그녀에게서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그녀의 원래 전공은 경제학과 금융수학, 바르셀로나에서 학업을 마친 후 도시에서 유망한 미래를 갖고 있었지만, 어느 날 모든 것을 던지고 고향에 내려와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의 세계에 입문했던 인물이다.

마스터 클래스를 마친 후 별도로 쿡앤셰프와 인터뷰를 가졌다. 문답형으로 진행된 이날 인터뷰를 정리해본다.

Q : 2001년 D.O.몬산트 탄생 이래 이번이 한국에서의 첫 프로모션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국에 진출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A : 네, 한국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첫 프로모션을 통해 우리의 D.O.몬산트 와인을 소개하려 한 이유는, 한국이 우리에게 있어 굉장히 중요한 미래 시장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몬산트 와인을 드셔보시면, 입안에 프레시함이 가득하게 되는데요, 프루티한 향과 기분 좋은 향의 우아함이 동시에 느껴지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특성이 현재의 한국인과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Q : 몬산트 와인은 주로 독일이나 미국에 많이 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이나 중국 등 아시아시장을 중시하지 않았던 이유가 따로 있었던 건가요?
A : 예전에는 사실 말씀하셨던 나라들이 주력시장이었는데요, 지금은 굉장히 많은 나라로 다변화시켜서,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을 필두로 세계 35개국에 D.O.몬산트 와인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에 진출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지리적 문제가 컸습니다. 아시겠지만, 거리가 멀다는 것이 관심이 적었던 이유였는데요, 이번 중국과 한국에서의 프로모션을 시작으로 앞으로 꾸준히 D.O.몬산트 와인을 알리기 위해 쇼룸 개최 등 다양한 행사를 가질 예정이고요, 상업적 판로 개척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브랜드를 좀 더 알리고 소개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Q : 질문 순서가 좀 바뀌기는 했지만, 본인 소개를 좀 부탁합니다. D.O.몬산트를 대표해서 한국에 오시기도 했지만, 와이너리 대표이기도 하시다고 들었습니다
A : 저는 이번 시음회에 참여한 와이너리 ‘셀러스 산트 라펠(CELLERS SANT RAFEL)’이라는 가족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래부터 전공이 와인은 아니었습니다만, 도시생활을 접고 1998년 제가 어릴 때 자란 고향에 내려와 농장을 구입해 포도를 심기 시작했고, 다른 와이너리를 빌려 2003년에 첫 빈티지의 와인을 생산하며 와인계에 입문했습니다.

Q : 그런데 어떻게 D.O.몬산트의 대표로 활동하시게 되었나요? 또 대표로서 무엇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지요?
A : 제가 수확한 포도로 첫 와인을 만들 당시 다른 와이너리의 도움을 빌렸는데, 그곳에서 그들은 출범한 지 얼마 안된 D.O.몬산트 조직에의 참여를 권유했고, 그 제안에 따라 지역에서의 와인환경을 대표하는 포도 재배자, 가공자, 공공행정기관으로 구성된 ‘DO 몬산트 규제위원회’ 이사로 두 번의 임기를 통해 10년 넘게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활동을 시작할 당시, 모든 구성원이 남성이었고 저만 여성인 상황이어서 제 위치가 다소 특별했습니다. 2015년부터는 ‘DO 몬산트 규제위원회’ 대표를 맡아 9년 6개월째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와이너리와 위원회 대표를 동시에 맡고 있는 이유는 몬산트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와인이 우리의 삶에 있어 가장 크고 귀중한 선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몬산트 지역은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최적의 모든 요건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가 노력하는 것은, 원산지가 가진 특성을 와인에 부여하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각각의 와이너리마다 정체성이 담긴 와인을 생산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어필해서 세계 속에서 사랑받는 것입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생산하는 와인에 달려 있습니다. D.O.몬산트는 지금까지 충분히 잘 해왔고, 앞으로도 더 크게 성장할 잠재력이 있기에 대표로서 제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Q : 마스터 클라스를 통해 말씀해 주셨듯이 D.O. 몬산트는 토양의 특성이 다양하고, 지중해성 기후임에도 험준한 산악지형과 에브로 강의 영향,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으로, 포도의 품종을 물론이거니와 와인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음에도, 굉장히 다른 스타일의 와인이 나온다고 하셨는데, 특별히 한국 소비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스타일의 와인이 있는지요?
A : D.O.몬산트의 포도밭은 가장 낮은 지역이 해발 50m에 위치해 있고, 가장 높은 지역은 700m 고도에 있습니다. 이러한 지형적 요인과 함께 역사적으로 지역의 뚜렷한 특징을 대변하는 포도 품종으로는 기본적으로 4가지가 있습니다. 레드 와인 품종은 몬산트 포도밭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가르나차 네그라’와 ‘까리냥’이고요,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는 ‘가르나차 블랑카’와 ‘마카베우’입니다. 품종이 그리 다양한 것은 아닙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특성 덕분에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군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중 어떤 스타일이 한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향을 이끌지는 아직 저희에게도 미지수입니다. 그래서 특정 스타일의 추천은 보류하고 싶습니다. 소비자의 취향이 굉장히 다양하기에, 어떤 특정 스타일을 말씀드리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번에 제가 한국 소비자들이 어떤 스타일을 선호하는지 알아볼텐데, 그걸 바탕으로 다음 기회가 또 있다면,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 몬산트 지도와 함께 사진을 보니 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험준한 급경사가 지역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던데, 바로 평탄한 대지로 이어지고 바다와 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형이 스페인 와이너리의 일반적 특징인지요? 만약 몬산트가 특별하다면, 그 특성이 몬산트 와인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요?
A : 좋은 질문이신데, 답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고, 복잡하기도 해서 좀 난감하네요. 일단 이런 지형은 스페인에서도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몬산트 지역의 특성이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지형에 따라 슬레이트(점판암), 화강암, 점토(클레이), 모래, 석회암, 석회암&점토라는 다양한 토양을 모자이크처럼 가지고 있으며, 기후도 험준한 산악지형과 평지, 강 인근, 바닷가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기에 현재도 저희는 D.O.몬산트 내 구역설정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지역, 어떤 기후 어떤 토양에서 생산하냐에 따라 저마다 다른 와인의 특성이 발현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D.O.몬산트 와인을 수입하려는 분들께는 항상 몬산트에 위치한 다양한 지역의 와인을 모두 맛보시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Q : 몬산트 지역은 와이너리의 전통이 오래된 곳이지만, DO로서의 역사는 비교적 짧습니다. 그래서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과 동시에 새롭게 계속 디벨롭해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떠한 밸런스를 갖고 계신지요?
A : 말씀하신 바와 같이 D.O.몬산트는 비교적 젊은 DO이기 때문에 역동성과 다이나믹 등 그로 인해서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장점을 무기로 D.O.몬산트를 알리고 세계로 진출시키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구요. 또 다른 장점은 몬산트 지역에 있는 많은 종사자들입니다. D.O.몬산트에는 대형 협동조합부터 가족 와이너리, 규모가 다양한 개인 와이너리, 다른 와이너리의 시설을 이용해 자체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 등 다양한 이들이 함께 고품질 와인을 생산한다는 목표로 프로페셔널리즘을 갖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D.O.몬산트는 스페인에서도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이렇게까지 빨리 해외에 진출하고, 세계적으로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못했을 겁니다. 저는 그 성공요인을 수세기 동안 이어온 전통을 유지하며, 그 전통에서 나오는 아이덴티티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 힘썼다는 데서 찾습니다. D.O.몬산트 와인은 수세기에 걸친 전통과 현재의 학문적 연구를 통해 도출된 지식, 그리고 다이내믹한 역동성의 집합체입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귀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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