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or Interview / ‘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 설립한 이재규 교수 “수원의 5미(五味)를 아시나요?”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4-08-30 10:05:22

- 퇴직 후에도 음식연구·조리강의·외식사업으로 분주
-‘이교수 양푼이탕',‘수원빵·수원주막국밥’등 운영

[Cook&Chef=조용수 기자] 올 2월 퇴직 후 어느 해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문경대학교 호텔조리과 이재규 교수. 갈비 명인 1호로서 수원화성의 토속, 향토, 전통 음식을 연구 중으로 현재 (사)‘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를 설립해 새로운 제2의 이모작 인생에 하루하루를 매진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이재규 교수가 설립한 ‘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 사무실은 당장이라도 멋진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조리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고, 흰 조리복을 입고 교육하는 밝고 활기찬 이 교수의 모습은 나이를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열정에 가득 차 있었다.

 

수원화성은 조선의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어 준 곳으로 수원의 음식문화에 관심을 두고 있던 이재규 교수는 명예퇴직 후 특임교수로 물러나면서 ‘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를 설립해 수원화성음식문화 재조명에 가장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에 보면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진찬연’ 행사를 8일간 열면서 음식 종류와 참석자를 날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것을 알 수 있다. 아쉽게도 레시피가 빠져 있어 이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이 교수는 국가의 무형 유산이므로 대대손손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역사적이며, 객관적인 사실들을 유추하여 연구 중이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간장된장고추장 담그는 것을 가까이서 보면서 음식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제가 조리사의 인생을 살아오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현대에 와서야 조리·외식 분야는 비즈니스의 주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남자가 조리를 한다고 하면 굉장히 선진적으로 받아들였던 때였습니다.”

조리사의 어려운 길을 개척해 온 이 교수는 학교 재직시절에도 학생들에게 “이왕 요리를 하는 것이라면 최고의 경지에 오르라”라고 조리사가 지녀야 할 자긍심을 키우는 교육을 병행해 왔다고 한다.

“조리사라는 직업은 ‘제3의 맛’을 찾는 사람입니다. 누구나 그 맛을 알고 누구나 다 만들 수 있는 그런 음식이 아니라 세상에 나와 있지 않은 새로운 맛을 찾아내야 합니다. 한식이 됐든 양식이 됐든 차별화되는 맛으로 대결해야 외식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조리사의 숙명입니다. 저는 재직시절 학생들에게 ‘롯데리아’에 가서 2000원짜리 점심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롯데호텔’에 가서 20만 원짜리 점심을 먹는 인생을 살 것인가? 묻곤 했습니다. 조리사로서 장사 마인드를 가지지 말고 사업 마인드를 갖고 요리하라는 뜻으로 학생들의 미래의 꿈을 크게 키워주고 싶었습니다.”

수십 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수 생활을 통해 많은 학생이 호텔이나 리조트를 비롯해 다양한 방면의 외식업체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맡은바 업무에 성실하게 임하며 조리사로서 자신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 교수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가끔 여행이나 업무로 제자들이 근무하는 현장을 방문해서 그들을 만날 때, 각자의 고충과 즐거움을 전해주며 자신이 만든 요리로 대접할 때 교수로서의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리’와 ‘요리’를 헷갈려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그 개념을 먼저 정립시켜 주는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조리’란 물리적·화학적·기술적 방법을 통해 음식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물리적으로 씻고·다듬고·까고·썬 후에는 된장·소금·조미료 등을 이용해 맛을 가하게 된다. 음식이 소화 흡수가 잘되도록 지지고·볶고·찌고·삶는 등 테크닉 요소까지 ‘조리’에 포함된다.

반면 ‘요리’란 ‘조리된 음식’은 물론 음식의 기획 단계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서점에서 파는 책이 ‘조리책’이 아니라 ‘요리책’인 것도, ‘조리대회’가 아니라 ‘요리대회’인 것도 그런 이유이다. ‘조리’를 포함하는 큰 개념이 ‘요리’인 것이다. ‘요리사 시험’이 아니라 ‘조리사 시험’인 것은 ‘조리’가 학문적인 용어라는 의미다.

 

인생 백세 시대를 맞아 반평생을 조금 더 살아온 이재규 교수는 그동안 갈고·닦고·공부했던 요리에 대한 모든 것들을 사회에 환원할 때라고 생각한다. 돈으로 환원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평생 음식을 연구한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 만드는 법을 세상에 공개하고 제공하는 것이 기부라고 이재규 교수는 말한다.

현재 (사)‘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를 통해 시니어 요리 아카데미를 개설해 ‘맛있는 인생 2막, 시니어 행복한 요리’ 강좌를 개설해 시니어들에게 조리 교육을 시작했고, 김남수 교수의 ‘면역요리’, 김성길 교수의 ‘일식요리’, 안기복 교수의 ‘초밥요리’ 등 다양한 커리큐럼으로 수원 최고의 요리 아카데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한, 수원 전 지역에 ‘이교수 양푼이탕·찜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수원시 팔달구 전통문화관에서 ‘수원빵, 수원주막국밥’ 등 다양한 외식업을 운영하며 바쁜 일정 속에 자신만의 일정을 소화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은 수원에서 나왔다. 정조대왕 때부터 수원에서는 저수지와 인공 수로를 만들어 농사에 활용했다. 조선시대 3대 우시장이 있었던 수원은 전국 최대의 농산물 산지이자 최대의 거래시장으로 식재료가 항상 풍부했던 곳이다. 농촌진흥청이 괜히 수원에 있는 게 아닌 것이 새삼 느껴진다. 또한, 수원영화동에는 조선 시대 역참이 있던 곳이다. 역참은 관리들이 말을 갈아타는 곳으로 30리마다 하나씩 있었다. 역참 주변에는 주막이 발달해 관리는 물론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선비들이 들러 잠도 자고, 주린 배도 채우곤 했다. 특히 수원의 영화 역참은 과거시험의 족보를 주고받는 곳이기도 하였다.

 

‘수원주막국밥’은 바로 이들 주막의 대표메뉴였다. 그래서 수원을 대표하는 수원갈비·주막국밥·광교산나물보리밥·지동순대·수원통닭이 수원의 오미(五味) 음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수원갈비는 갈비의 대명사라고 할 만큼 예전부터 수원의 로컬 메뉴로 자리 잡았다. 이재규 교수의 시그니처 메뉴도 당연히 갈비다. ‘수원갈비의 역사성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평생 갈비를 연구해 온 학자로 2012년 수원시의회에서 간행한 ‘수원 대표 음식 5미’의 책임 연구자로 참여하기도 했던 수원갈비 전문가이다.

세계적으로 K-문화가 붐을 이루는 이때가 한식을 수출할 절호의 기회라며, 한식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재규 교수의 꿈은 ‘수원화성음식문화연구회’를 기반으로 수원의 음식을 보다 심층적으로 연구해 체계적으로 정립해 널리 소개되는 것이라고 전한다. 수원은 관광인프라가 어느 도시보다도 잘 되어있는 곳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더욱더 활성화하려면 수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놀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잠잘거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관광의 최고 목표는 머무는 시간을 길게 가져갔을 때 그 효과가 배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원은 많은 돈을 들여서 한옥을 멋지게 지어놓았다. 이것들을 어느 한 기관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전주한옥마을과 남산한옥마을 주변처럼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젊은이들이 수원에 와서 저렴하게 이용 할 수 있어야 한다. 수원을 찾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오랫동안 머물게 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꼭 현실화 되어야 한다고 이 교수는 강조하였다.

다른 어떤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요리 역시 인생과 비슷하다는 이재규 교수, 누구나 성공을 위해 자신을 던지지만, 성공이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열매는 아니다. 치열한 과정을 즐겁게 견뎌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시간을 보내고 경륜이 쌓이면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전하는 이재규 교수. ‘요리는 삶의 전부이며, 아직도 일이 재미있고,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가을의 하늘처럼 청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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