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소풍 / 네번째 나들이, 와인 브리딩(Breathing)에 대하여

이철형

winepicnic4u@gmail.com | 2024-07-02 19:29:52

- 와인도 숨을 쉬게 하면 더 맛있어진다.

[Cook&Chef=이철형 칼럼니스트] 고등학교 동창이자 마케팅 교수를 하고 있는 와인 애호가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이 친구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와인은 소비자가 최소 10만원 이상대를 주로 마신다. 이 친구가 와인 디캔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왔다. 자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레드 와인도 디캔팅을 잘 하지 않는데 어떤 모임에 나갔더니 화이트 와인까지 디캔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것이다. 별로 고급 와인도 아닌데.,......

원래 디캔팅(Decanting)은 오래 보관된 와인의 경우에 생기는 와인 앙금을 걸러내는 필터링때문에 하는 것인데 이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은 디캔팅보다는 에어레이션(Aeration) 혹은 브리딩(Breathing)의 의미인 것이다. 에어레이션이나 브리딩(이하 브리딩이라고 한다.)은 와인을 셀러에 오래 보관했을 경우나 영빈티지의 경우 공기와의 접촉을 빨리하고 늘려서 제대로 된 향과 맛이 나오게 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것은 디캔더라는 도구를 활용해서 할 수도 있고 그냥 마시기 몇시간 전에 병을 오픈해두거나 잔에 따라서 잔을 돌려가면서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마시는 것으로도 가능한 작업이다.

이 브리딩이라는 것은 어떤 경우에 하면 좋을까? 그리고 와인을 맛있게 즐기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일까?사실 이에 대한 정답은 없으나 참고할 권고 사항들은 있다. 우선 10만원 이상의 고급 와인일 경우 품종이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쉬라, 말벡 등 풀바디 와인이면서 영 빈티지(생산년도인 빈티지로부터 4~5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와인들은 디캔터를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마시기 전에 최소한 1시간 정도 전에 미리 오픈해두는 병 브리딩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하지만 5년 이상 경과한 경우에는 병 브리딩 정도만 하거나 별도의 병 브리딩 없이 큰 와인잔에 따라서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맛과 향의 변화 과정을 살펴가면서 마시면 된다. 역으로 10~15년 정도 경과한 와인들은 다시 디캔터를 활용해볼 필요가 있을 수 있다. 대신 아주 오래된 20년 이상 경과한 와인들은 디캔터를 활용하면 오히려 맛과 향이 조기에 사라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10만원 이하 특히 5만원 이하의 데일리 와인들은 디캔터까지 사용할 필요는 거의 없다. 병 브리딩이나 잔에 따라놓고 천천히 마시면 된다. 이 때 시간별로 맛과 향의 변화 추이에 집중하면 좀 더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상은 레드 와인의 경우에 해당하고 대부분의 화이트 와인은 그 청량감을 즐기는 것이기에 굳이 브리딩이 필요가 없다. 하지만 10만원대 이상의 화이트 와인 중에 오크 숙성을 한 와인들은 디캔터를 활용한 브리딩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와인들은 최소한 빈티지로부터 3~5년이후부터 오픈해서 마셔야 한다. 2~3년 미만은 아예 오픈하지 않고 두었다가 마시는 것이 좋다.


3~5년이상 경과한 화이트 와인들은 병 브리딩만으로도 충분하나 부르고뉴 그랑크뤼 와인들은 디캔터를 이용한 브리딩이 필요하다. 5만원대 미만의 데일리 화이트 와인은 역으로 가급적 5년이내의 것을 구매하고 병브리딩조차 없이 잔에 따라서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잔 브리딩만으로도 충분하다. 

레스토랑일 경우에는 브리딩 여부를 소믈리에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좋다. 소믈리에는 적어도 그 레스토랑에서 취급하는 와인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하는 전문가이기에. . 만약 레스토랑에 소믈리에가 없다면 인터넷 검색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있다.

집에서는 에어레이터(Aerator)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와인병을 오픈한 후에 병 입구에 이 도구를 설치하여 와인을 따르면 따르면서 공기가 유입되게 하여 자연스럽게 브리딩을 촉진하는 도구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한 잔의 와인을 천천히 시간을 두고 그 변화과정을 살펴보는 ‘느림의 철학’이다. 첫 잔부터 그리고 제한된 식사 시간에 맞추어 빨리 마시기 위해 브리딩이 필요한 것이지 만약 시간만 충분하다면 그냥 큰 잔에 따라놓고 천천히 맛과 향의 변화를 음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럼 언제 와인의 맛과 향이 꺾이는 지도 경험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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