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 주범이라니, 억울한 굴의 외침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 2025-12-29 20:55:05

겨울 식탁에서 멀어진 ‘바다의 우유’, 굴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


[사진=중앙씨푸드 굴브랜드 싱싱스]

[Cook&Chef = 서현민 기자] 한국에서 굴은 오랫동안 겨울의 대표 식재료로 사랑을 받아 왔다. 영양이 풍부해 ‘바다의 우유’라는 별칭도 붙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굴은 노로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소비 감소는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생산 현장의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노로바이러스가 문제로 떠오르지만, 감염 경로는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굴을 전혀 먹지 않은 사람도 감염되는 사례가 있다. 식수, 조리 환경, 사람 간 전파 등 다양한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굴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은 균형을 잃기 쉽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굴 생산국이다. 생산량은 매우 크지만, 시장 전략은 여전히 양 중심에 머물러 있다. 품종이나 크기, 양식 환경에 따른 차별화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반면 유럽과 북미에서는 굴을 생산지와 품종별로 세분화해 소개한다. 오이스터바에서는 지역별 특성을 이야기하며, 굴은 자연스럽게 고급 식재료로 자리 잡는다.

[Jan Davidsz de Heem의 Still Life with a Glass and Oysters로 유럽 회화에서 굴이 등장한 대표적 정물화]

굴은 인류 식문화의 긴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고대 패총에서 발견되는 굴 껍데기부터, 중세와 근세 유럽의 회화에 이르기까지 굴은 식탁 위에서 꾸준히 등장한다. 특히 17세기 유럽 정물화에서 굴이 식탁 위 음식으로 묘사된 사례가 많다. 당시 굴은 단순한 해산물이 아니라 부와 풍요, 그리고 미식의 상징으로 표현되었으며, 식탁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예가 오시아스 베르트의 작품 「Still Life with Oysters and Pastries」이다. 이 그림 속 굴은 와인, 빵, 과일과 함께 배치되어 식탁을 풍요롭게 완성하는 소재로 등장한다. 그림은 굴이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식생활과 미식 문화 속에 깊이 자리해 왔음을 보여 준다.

영양 가치 역시 높다. 굴은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하다. 아연, 철, 셀레늄과 같은 미량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한겨울 체력을 보충하는 식재로 굴이 선택되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우리는 굴을 위험의 상징처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위생 관리와 검사를 강화하면 안전성은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 동시에 품종 다양화와 지역별 특성화, 프리미엄 전략이 함께 이루어진다면 굴 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굴은 오랫동안 겨울 식탁을 지켜 온 식재다.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귀한 해산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 굴을 둘러싼 오해를 걷어 내고, 그 가치와 가능성을 다시 생각해 볼 때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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