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잠시 차 한잔을 나누다

김형종

cooknchef@daum.net | 2018-01-02 18:05:47

한대원 일식조리기능장

▲ 한대원 일식조리기능장

신이 원하는 걸 아는 사람만이 그를 향해 묵묵히 터벅터벅 걸을 수 있는 법


무언가를 동경하고, 그것을 목표로 계획을 세워 한 방향으로 부단하고 부지런하게 나아간다. 이를 보통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고 짧게 표현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성취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꿈을 어떤 관점으로 정의하느냐는 차치하고 그만큼 이상과 현실 사이에 놓인 산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그린푸드 외식사업부 과장 한대원 일식조리기능장을 만나 그의 치열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05년 인터컨티넨날호텔에 입사했을 때 기능장인 선배님이 여럿 있었습니다. 아직 어리기도 했지만 그분들을 보고 있자니 존경스러우면서 어떤 경외감마저 들었죠. 적어도 저에겐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저 자리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그 때부터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그는 자신이 동경하는 어떤 인물이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만큼 그에게는 기능장이라는 이름이 꼭 손에 쥐고 싶은 꿈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하얏트호텔에 재직 당시 주방장 집에 방문해 벽에 걸려 있는 휘장을 마주했을 때의 경험을 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마음을 빼앗겨 탄성까지 질렀다”는 그는 “과연 내가 넘볼 수 있는 자리일까? 하며 기능장이란 먼 미래의 일로만 여겼다”고 덧붙인다.

 
한 셰프는 이후 기능장 도전을 결심하기까지 13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현장에서 보냈다. 무엇보다 그는 생활인이었다. 쉽게 계획하고 움직이기에는 그가 처한 현실적인 상황은 그리 만만치 않았던 탓이다. 그렇게 집과 직장, 학교를 오가면서도 태생이 요리사이기 때문에 잊지 않고 그 꿈을 조금씩 키우며 기회를 노렸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조리기능사는 120여만 명에 이른다. 대학의 조리 관련 학과만 140여 개이고, 학원까지 합하면 조리를 공부하는 사람의 숫자는 엄청나다. 그중 조리기능장은 600여 명에 불과해 누구나 한 번쯤 도전을 꿈꿔본다. 일각에서는 기능장의 수가 과거에 비해 많아 희소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절대적으로 그렇다고 판단하기에는 미묘한 지점이어서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기능장협회 내의 분위기이기도 하다.


외부의 눈으로 봤을 때 기능장은 분명 동경의 대상이고, 한 셰프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 과정을 밟기에는 넘어야 할 난관 자체가 현실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지원자 중 10% 정도만 합격을 하기 때문에 확실한 보장도 없다는 게 고민을 더하게 했다. 무엇보다 한 셰프처럼 일식 전공자는 기능장 기수에 1명 남짓 있다고 하니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되 결과가 불투명해 결심을 실행에 옮기는 셰프들도 흔하지 않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일식 전공자라면 같은 기능장 내에서도 희소성이 있다는 게 한 셰프의 견해다.


언젠가 수확의 계절은 온다


▲ 한대원 일식조리기능장은 언제나 세상과 치열하게 마주한다
한대원 셰프는 결국 2년간 네 번의 도전을 한 끝에 지난 2014년 6월 10년 넘게 꿈꾸던 일식조리기능장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다. 최연소 합격이었다. 여력이 없어 학원은 언감생심 전공인 일식은 혼자 준비하고, 아는 교수의 도움으로 한식만을 간신히 공부해 얻은 결과였다. 그가 직장생활에 대학원 논문까지 쓰는 와중에 기능장 시험을 준비했다는 걸 안다면 그 치열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멀리 있어서 제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감히 내가 올라갈 곳이라고는 믿지 않았던 거죠. 그래도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 한다는 고집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실은 지금도 제가 가만히 있으면 아내는 불안하다고 합니다. ‘저 사람이 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저럴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는 거예요.”


그의 이력이 말하듯 11개의 자격증과 대학원 졸업, 그리고 각종 강의와 대회 참가까지 그는 한 순간도 허투루 시간을 쓴 일이 없다. 그런 만큼 집에서는 좋은 아빠이거나 남편이 되기에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한 셰프의 아내가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싶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기능장에 합격한 이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는 단순한 꿈이라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봤을 때 그 속에 꿈틀대는 열망을 읽어내기란 그리 어렵지도 않다. 왜 그렇게 끝없이 달리려고 하는지에 대한 단초는 그의 얘기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회사, 집, 회사, 집을 돌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걸 어느 날 발견하게 된다고 한, 어느 선배의 말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전 그 얘기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자격증에도 계속해서 도전하게 되었죠. 정말 정신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덧 수확의 계절이 눈앞에 있더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그의 말처럼 평소 부지런한 농부가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수확하는 법이다. 너무 당연해서 진부하기까지 한 이 사실은 그러나 지금에도 유효하다.


한대원 일식조리기능장에게는 두 가지 신조가 있다. 하나는 시작이 있어야 결과가 있고, 시작이 없으면 아무런 결과도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두 개의 심장을 갖고 있는 것처럼 살자는 것이다. 그가 가진 두 개의 신조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지 짐작할 만하다. 어떻게 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말이지만 그는 “그동안 자신을 버티게 한 신념과 같은 모토”라면서 “그것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는 힘”이라고 고백한다.


한 셰프는 이제 갓 4년차 기능장에 들어섰고, 조리기능장협회 내에서도 무척 젊은 층에 속한다. “기능인으로서의 조건이 완성돼야 기능장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그는 “젊은 만큼 열정이 넘치지만 지나치면 성급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노련함을 겸비한 선배들의 가르침과 견인이 무척 중요하다”면서 “신구의 조화가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한다.

 

결론은 이렇다. 한대원, 그는 지금보다 내일이 몹시 궁금한 일식조리기능장이다.

 

▲ 한대원 일식조리기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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