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f Story : 김현수 셰프 - 행복한 마음으로 드라마 같은 파스타를 연출하다.

김형종

cooknchef@daum.net | 2018-01-15 17:32:47

짧은 드라마를 파스타처럼 맛보다


분당구 구미동에 자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Corner546의 김현수 오너셰프와 요리에 관해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가 요리를 얼마나 행복한 마음으로 즐기는지 알게 된다. 그만큼 그에게서는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과 열정이 읽힌다. 그래서인지 그가 만들어 내는 요리를 맛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을 사먹는다는 느낌보다 누군가 나를 위해 내놓은 정성을 받아든 기분이다.


김 셰프는 올해로 28살이 되었다. 사회적으로 보자면 그는 분명 젊고, 상대적으로는 어린 나이로 여겨질 수도 있다. 젊은 나이에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에 오너셰프가 되었다면 여유가 있어서 그렇다는 오해도 가능하다. 거기에 더해 겉모습이 젊고, 그래서 치기어린 젊은 셰프로 단정하기 쉬우나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노라면 비록 조금은 서투른 화법이지만 요리에 대한 간단치 않은 깊이를 읽을 수 있다.

 

 

▲ 이탈리안 레스토랑 Corner546 김현수 오너셰프
“이탈리아 요리를 평생의 업으로 선택한 건 20살 때 대학에 다니며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면서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맛도 좋았지만 가정식이라는 친근하고 따뜻한 느낌에 매력을 느꼈던 거죠. 거기다가 어떤 재료와도 맛의 조화를 낼 수 있어서 ‘이거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약관의 나이 스무 살에 이탈리아 음식을 선택한다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그것도 본인의 정서와 어울리는 점에서 매력을 발견했다는 것은 그가 나이에 비해 성숙한 사람이라는 걸 방증하는 건 아닐까.


호텔조리과에 입학한 나이는 스물이었지만 그가 조리를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식당을 운영하던 부모님을 도와 주방일을 돕던 그는 자신의 재능이 조리에 있다는 걸 일찍 간파하고 진로를 정하게 된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조리학원을 통해 조리 전반에 관해 공부한 후 호텔조리과에 입학했고, 현장경험을 위해 입사한 레스토랑에서 자신의 전공을 이탈리아 음식으로 정했던 것이다.


휴학 후 군에 입대한 그는 사단장 조리병으로 군복무를 하게 된다. 조리병으로서 그는 코스요리 등 만찬을 관리하는 군에서의 경험이 소중했다고 한다. 제대 후 군에서 인연을 맺은 선임병의 추천으로 2014년 체코 대한민국 대사관 메인셰프로 입사하게 되는데, 대사관 메인셰프 자리는 그가 인맥이 아닌 자신의 실력으로 얻어낸 자리였다. 외교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사관 만찬이나 각종 행사에서 전반적인 요리를 총괄하는 메인셰프를 단지 인맥으로 채용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고, 철저한 테스트로 이뤄지는 면접을 23살인 그가 통과했다는 건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사관에 입사할 즈음 그는 결국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 교육에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한동안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그 시간에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대사관을 선택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그에게 고비가 찾아왔다. 체코에서 생활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났을 무렵 한 차례 수술을 했던 손목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현지에서 수술을 할 수도 있었지만 외교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사관 일이 그를 기다려줄 리는 만무했다. 그는 결국 외교적 업무에 문제가 되면 안 되겠다는 판단에 대사관 메인셰프를 그만두고 귀국길에 오른다.


어쩌면 한 편의 짧은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쉽지 않은 결정과 기회, 그리고 또 다른 어려운 결정에 이르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돌아보면 아찔하지만 자신을 살찌울 귀한 경험을 쌓은 것이다. 그렇게 체코를 뒤로 하고 다시 국내로 되돌아온 그는 몇몇 양식 레스토랑에 입사해 선배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자신만의 길을 찾아 묵묵히 나아갔다.


“그렇게 일하다가 제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좋은 스승을 만난 것이죠. 리에또 피렌체 레스토랑의 정동우 조리 이사님이 바로 제 인생의 스승이십니다. 그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정동우 이사에게 배운 것은 섬세함이다. 주로 코스요리를 공부하는 과정이었는데, 정동우 이사는 매우 엄격한 분이었다고 그는 설명한다. 처음에는 실수투성이라 호되게 혼나는 일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는 좌절하지 않고 스승으로부터 더 많은 배움을 얻기 위해 묻고 또 물었다. 물러서거나 포기하지 않고 문제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그가 기특해서인지 스승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그를 대하게 되었고, 지금은 그를 아들처럼 여기며 각별한 사제관계가 되었다. 뻔한 성공스토리처럼 들릴 수 있는 이 에피소드는 그러나 요리에 대한 그의 열정과 집요함을 엿보게 하는 하나의 단초라 할 만하다.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조리의 세계


그에게 이탈리아 음식이 왜 매력적인지 다시 한 번 물었다.

 

“일반적으로 이탈리아 요리를 고정된 틀에서만 바라봅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한 게 이탈리아 요리의 특징입니다. 기본 토대는 이탈리아를 지향하지만 제가 권태석 대표님과 함께 몸담고 있는 코너546처럼 이탈리아 요리의 변화는 앞으로 지속될 겁니다.”

 

 

▲ 김현수 오너셰프와 권태석 대표
그는 이탈리아 요리는 무엇을 접합해도 어울리는 장점을 지녔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전 세계 모든 식재료를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포용 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꾸준하게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며 변화를 추구하려 한다. 물론 이탈리아 음식의 토대는 여전히 유지한 채로 말이다. 그렇듯 자신만의 색깔로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고정된 인식의 틀을 깨고 싶은 것, 하지만 일방적으로 맛을 강요하는 요리가 아닌 손님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다양한 이야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요리를 하고 싶다는 게 그가 가진 비전이다.

“요리하는 게 재밌고, 요리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몸이 근질거립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으면 보상을 받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게 요리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매달리다보면 그 일뿐 아니라 인생을 이해하고,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나이와 무관하며, 얼마나 그것에 집중하고 열정을 쏟아 부었는가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김현수 셰프는 지금 세계를 이해할 하나의 깨달음을 얻은 셈이다.


여러 길을 걸어오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코너546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김현수 오너셰프. 이곳에서 그만의 이탈리아를 만나는 건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될 것 같다.

 

 

▲ 김현수 셰프는 이탈리아 요리에 다양한 변화를 주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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