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의 식(食)더스트리]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2026, 한국 레스토랑 위상 재확인
신현우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4-06 10:36:19
[Cook&Chef = 신현우 전문기자] 아시아 미식의 흐름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인 Asia’s 50 Best Restaurants가 2026년 3월 25일 발표됐다. 이 리스트는 단순한 인기 순위를 넘어, 아시아 내에서 레스토랑의 경쟁력을 보여주는기준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셰프, 외식업 관계자, 미식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투표단의 경험을 기반으로 선정된다는 점에서 현장의 흐름과 트렌드가 직접 반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최근에는 음식의 완성도를 넘어 철학과 스토리, 지속가능성까지 평가 요소로 확장되며 ‘경험 중심 미식’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이 리스트는 글로벌 무대인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매년 3월 발표되는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은 6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발표의 전초전 성격을 가지며, 지역 미식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기능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올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 레스토랑들은 한식의 현재 위상과 함께, 글로벌 미식 시장에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1·2위는 홍콩이 차지… 미식 도시의 저력 재확인
1·2위는 홍콩이 차지했다. Hong Kong은 이번 2026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발표에서도 최상위권을 석권하며, 아시아 미식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깊이와 현대적 해석이 공존하는 홍콩의 미식 구조는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1위에 오른 The Chairman은 화려한 연출이나 과장된 플레이팅 없이 음식 자체에 집중하는 철학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홈페이지에는 “보여주기식 요소 없이 음식 본질에 집중하는 레스토랑”이라고 평가했다. 전통 광둥 요리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기존 레시피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 요리의 역사적 토대 위에 새로운 조리 방식과 구성을 더해 조용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철학은 현지 고객층의 높은 충성도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해외 미식가들의 방문까지 이끌어내며 글로벌 레스토랑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숙성된 소흥주와 닭기름을 활용한 꽃게 요리, XO소스를 더한 제철 채소 요리 등은 전통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대표적인 메뉴로 꼽힌다. 또한 격식 있는 서비스와 달리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이 레스토랑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2위를 차지한 Wing은 보다 확장된 개념의 중식 파인다이닝을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셰프 Vicky Cheng이 이끄는 이 레스토랑은 프렌치 클래식 조리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요리를 재해석한 ‘경계 없는’ 미식 접근을 선보인다. 중국 8대 요리를 기반으로 하되 특정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현대적인 코스로 풀어내며,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사탕수수로 훈연한 비둘기 요리, 전복을 활용한 창의적인 구성의 메뉴 등은 기존 중식의 틀을 확장한 사례로 꼽힌다. 또한 고객의 취향을 기록해 다음 방문에 반영하는 맞춤형 서비스, 중국 와인과 바이주, 사케, 그리고 다양한 차(茶)를 아우르는 음료 구성은 파인다이닝 경험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홍콩은 한쪽에서는 전통의 본질을 깊이 있게 파고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을 이어가며, 서로 다른 방식의 미식 경쟁력을 동시에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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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것은 셰프 강민구이 이끄는 밍글스다. 밍글스는 4위를 차지했으며, 제철 식재료와 발효를 기반으로 한 현대 한식을 통해 한국 레스토랑 중 최고 순위를 기록하며, 올해 역시 한국 파인다이닝의 중심축 역할을 이어갔다. 해외에서 쌓은 조리 경험을 바탕으로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점이 강점으로 꼽히며, 도토리묵과 도라지 등 지역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 구성과 장(醬)을 중심으로 한 풍미 설계가 특징이다.
밍글스는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한국 미식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꾸준한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14위에 오른 온지음은 한식의 전통과 문화적 맥락을 연구 기반으로 풀어내는 레스토랑으로 평가된다. ‘온지음’이라는 이름처럼 ‘바르게 만든다’는 철학 아래, 고조리서와 전통 기록을 바탕으로 한식을 재해석하는 것이 특징이다. 셰프 조은희와 박성배가 이끄는 주방은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축적된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계절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코스를 구성한다.
온지음은 단순한 레스토랑을 넘어 한복, 건축 등 전통 문화를 함께 연구하는 복합 문화 공간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경복궁 인근에 위치한 공간적 특성과 함께, 음식·의복·건축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은 한식을 ‘요리’가 아닌 ‘문화’로 확장시키는 시도로 평가된다. 이러한 구조는 과거의 전통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의 감각에 맞게 재구성하는 온지음만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26위에 오른 이타닉 가든은 도심 속 자연을 콘셉트로 한 현대 한식 파인다이닝으로 주목받았다. 셰프 손종원이 이끄는 이 레스토랑은 조선 팰리스 호텔 상층부에 위치해 서울 전경을 내려다보는 공간적 특징과 함께, 자연과 미식을 결합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타닉 가든은 식재료의 본질과 계절성을 중심에 두고 있다. 메뉴는 고정된 텍스트 대신 각 코스의 핵심 식재료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카드로 제공되며, 이를 바탕으로 제철 재료에 맞춰 유연하게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조리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도 계절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요리는 한우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낸 구성이나 성게와 해조류를 결합한 메뉴 등,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형태가 주를 이룬다. 발효와 제철 재료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플레이팅과 구성에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한국 식재료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또한 자연을 모티프로 한 공간 연출과 스토리 중심의 서비스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며, 도심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한식 파인다이닝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1위에 오른 모수는 한국과 서구의 경험을 결합한 현대적 한식을 선보이며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셰프 안성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서울로 확장한 이 레스토랑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기반으로 한 ‘개인적 서사’를 요리로 풀어내고 있다.
모수는 한국적인 맛을 중심에 두면서도 프렌치와 일본 요리에서 쌓은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한 감각의 코스를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복을 활용한 타코 형태의 요리나 도토리 국수에 버터와 트러플을 더한 메뉴, 양파를 활용한 디저트 등은 전통 식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 사례로 꼽힌다.
또한 레스토랑은 계절 식재료를 중심으로 메뉴를 유연하게 구성하며, 미니멀한 공간과 절제된 분위기 속에서 개인적인 미식 경험을 강조한다. 화려함보다는 섬세한 구성과 서사에 집중하는 접근은 모수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43위에 오른 비움은 사찰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파인다이닝으로 주목받았다. 셰프 김대천이 이끄는 이 레스토랑은 ‘비움’이라는 이름처럼 절제와 균형, 그리고 내면의 회복을 음식으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움은 마늘과 양파 등 자극적인 식재료를 배제한 식물성 기반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제철 재료를 활용해 사찰음식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단순한 채식 요리를 넘어, 음식이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각 요리는 흙·물·불·바람 등 불교의 사상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콩을 활용한 요리나 산나물, 연근 등을 중심으로 한 메뉴는 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완성된다. 또한 한지와 목재, 도자기를 활용한 공간 연출은 음식과 어우러져 하나의 명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처럼 비움은 한식을 ‘미식’의 영역을 넘어 ‘정신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며, 한국 음식이 지닌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49위에 오른 7th Door는 발효와 숙성을 중심으로 한 한식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레스토랑이다. 셰프 김대천은 20년 이상의 경력을 바탕으로 전통 한식의 핵심 요소인 ‘시간’을 요리에 반영하며, 발효를 하나의 미식 경험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7th Door는 ‘일곱 가지 맛’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오미(五味)에 발효의 맛을 더하고, 마지막으로 셰프의 해석을 더해 총 일곱 단계의 미각 경험을 제시한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다양한 식재료의 발효 과정을 보여주는 공간을 지나게 되며, 이는 식사가 단순한 소비가 아닌 ‘과정의 이해’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장치다.
요리는 전통 한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결합한다. 트러플을 활용한 떡볶이, 숙성 생선과 쌈장을 결합한 요리 등은 익숙한 한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같은 셰프가 이끄는 비움 역시 이번 리스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하나는 발효와 숙성을 통해 한식의 깊이를 확장하고, 다른 하나는 사찰음식을 기반으로 절제와 균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김대천 셰프는 상반된 방향의 미식을 동시에 전개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7th Door는 발효라는 한국 음식의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며, 한식이 지닌 시간성과 깊이를 미식 경험으로 구현한 레스토랑으로 평가된다.
51~100위에서도 이어진 한국 레스토랑의 확장
50위 밖 순위인 51~100위에서도 한국 레스토랑들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리스트에는 총 8곳이 이름을 올리며, 상위권뿐 아니라 중위권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다.
54위 산, 55위 솔밤, 56위 본앤브레드, 57위 알라프리마는 각각 한식과 양식, 그리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접근을 통해 한국 외식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74위 스와니예, 87위 정식당, 98위 권숙수 역시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한국 파인다이닝의 안정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99위에 오른 피오또다. 서울 중심으로 형성된 파인다이닝 시장 속에서 부산 레스토랑이 리스트에 포함됐다는 점은 지역 확장의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한국 미식이 특정 도시를 넘어 전국 단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향후 지역 기반 레스토랑들의 성장 가능성에도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Individual Awards에서도 확인된 한국 미식의 위상
레스토랑 순위뿐 아니라 Individual Awards에서도 한국의 존재감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온지음의 조은희 셰프는 Asia’s Best Female Chef Award 2026을 수상하며, 아시아 미식 무대에서 여성 셰프로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올랐다.
또한 산은 One To Watch Award 2026에 선정되며 차세대 레스토랑으로 주목받았다. 이 상은 향후 Asia’s 50 Best Restaurants 리스트 진입이 유력한 레스토랑에 부여되는 것으로, 현재의 성과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과 방향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한국 미식의 다음 무대 주목
이번 2026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발표는 한국 미식의 현재 위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상위권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레스토랑들과 함께, 51~100위까지 저변이 확대되고 Individual Awards를 통해 다음 세대의 가능성까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흐름이 오는 6월 발표될 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서 글로벌 무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Cook&Chef / 신현우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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