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소풍 / 다섯번째 나들이, 인생이 외롭지 않으려면 가져야 할 모임 (All That Wine & Spirits Mariage)

이철형

winepicnic4u@gmail.com | 2024-07-16 17:12:00

- 이런 와인 모임 어때? 인생에 꼭 필요한 와인 모임

[Cook&Chef=이철형 칼럼니스트]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대표이사까지 지내고 은퇴 후에는 외로운 독거 노인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자선행사로 모금활동을 해서 매년 그들을 지원했던 분이 있다. 이 분은 국내에 와인 수입 시장은 개방되었으나 와인 문화가 아직도 특정 계층에만 머물러 있던 1990년대 초반에 이미 수퍼 투스칸 와인의 효시인 티냐넬로가 맛있다고 그걸 마시던 미식가이자 음식문화 리더이기도 했다.
그가 던진 화두가 인생에서 외롭지 않으려면 가져야 할 모임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의 말을 바탕으로 칼럼을 구성해보았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회에서 점차 격리된다. 특히나 직장에서 은퇴하면 더더욱 사회적 교제의 범위가 축소되어 간다. 거기에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육체적 힘은 점차 쇠약해져서 그 나이에 맞는 운동으로 바꾸어 가게 되다보니 자전거 동호회나 골프 모임에도 점차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등산도 나 홀로 등산이 되거나 2~3인으로 자신의 신체적 능력에 맞추어 속도 조절이 가능한 사람들로 줄어들게 되고 등산 횟수도 감소하게 된다.

하바드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의 행복의 조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relationship)라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관계의 범위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거기에 배우자가 병들거나 배우자를 잃게 되면 더욱 이 관계의 수는 줄어든다. 만남의 빈도수나 관계 형성의 숫자가. . 여기에 이 관계를 유지하기에 딱 좋은 것이 와인 모임이라는 것이 이 분의 경험에서 나온 말씀이다. 이 분은 와인 모임이 세 개인데 더 많은 모임이 있었으나 정리하고 세 개를 유지하고 있단다. 하나는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서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갖는 모임이고 또 하나는 와인이 인연이 되어 와인 시음과 관련하여 만났지만 다양한 직업에 성별과 나이도 다양한 모임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사회적 직업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인연으로 만난 비숫한 나이지만 아래 위로 10년 정도 범위내의 사람들로 구성된 와인 모임이란다.

학연, 취미연, 사회적 직업연으로 구성된 와인 모임인 셈이다. 이 모임이 말이 와인 모임이지 사실은 미식 모임이자 대화 모임이 되면서 매 모임때마다 어떤 새로운 와인이 등장하는 지 설레게 만드는 모임이란다. 이 세가지 모임의 빈도가 잦은 것도 아니다, 모임에 따라서 두 세달에 한번이기도 하고 각 모임에서 시간이 되는 사람끼리 번개 모임도 갖게 되다 보면 결국은 한 달에 한 두번 정도는 이 모임과 관련한 모임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것에 대해 시들해진다는데 이 와인 모임은 어릴 때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모임에서는 이해관계 없이 알았던 죽마고우들과 과거를 추억하며 허심탄회하게 즐기는 시간이 되고 와인이 취미가 되어 와인과 미식에 대해 조예가 깊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다양한 나이와 성별이지만 성격이 맞는 사람들이다 보니 각자의 자질과 기질에 따른 다양한 세계관과 와인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감상하게 되는 시간이 되고 사회적 직업과 관련하여 만나게 된 아래 위 10년 터울의 사람들의 모임은 직업적 관계가 주었던 공통의 세계가 존재하기에 공감의 세계를 즐길 수 있고 여기에 와인이 약방의 감초가 되어 모임의 중심을 잡아 주는 셈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은 혼자 하는 운동이나 배우자와 하는 산책이 전부일 수 있다. 사회적 관계도 대부분 경제적 이유나 건강상 이유로 점차 축소되어가고 65세가 넘어가면 이 속도는 더 빨라진다. 사람이 먹어야 산다지만 소화기능도 약화되어 하루 한끼내지 두끼만 먹는 소식(小食)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할 정도다. 설레임과 호기심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마 인생의 낙이 사라지고 그때부터 더 인생이 급격히 외롭고 쓸쓸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혼자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대화도 없어서 치매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고 우울증에 이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생의 낙을 유지하는 것이 와인을 매개로 한 세가지 모임일 수 있다는 인생의 지혜를 이 분을 통해서 알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와인을 매개로 4~7인이 모이는 와인 모임 서너개 정도는 만들기를 권한다. 그 모임의 구성원은 당연히 유유상종으로 성격이 맞아야 한다. 만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리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모나지 않고 지갑을 적당히 풀 줄도 아는 다양한 경험과 경력의 사람들을 만나서 와인을 놓고 와인에 대해 그리고 인생살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다 보면 거기에 또 스승이 있어 배울 것도 있다. 와인의 맛과 향을 통한 감각과 감성의 유지와 와인에 대한 정보를 통한 지적 능력 유지는 부수적으로 얻는 효과다. 치매 예방효과에 우울증 예방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그대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할 와인 동무가 있는가? 인생 행복의 필수 요소다.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