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영의 한식탐구]학교를 꿈꾸며 박물관을 세우다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5-07 08:17:06
[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한국으로 돌아온 최수근 관장의 길은 다시 교육으로 이어졌다. 그는 현장에서 일했고, 학교에서 가르쳤고, 박물관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박물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요리사를 가르치는 학교를 향한 과정이며, 조리 기술을 다음 세대로 전수하기 위한 기반이다.
그의 현재 관심은 바베큐 소스와 한식 소스, 그리고 AI 시대의 조리교육까지 이어진다. 이름은 바베큐지만, 그 안에는 소스 교육과 조리교육, 산업화, 지역 콘텐츠에 대한 구상이 함께 들어 있다.
Q. 한국으로 돌아오신 뒤, 모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모교 출신이 와야 한다는 동문들의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이 학교 1회 졸업생이잖아요. 제가 와서 후배들에게 좋은 걸 전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왔어요. 나름대로 많은 노력도 했고요.
또 IMF 때, 현장에서 사람을 자르라는 일이 있었어요. 저는 직원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자르라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학교로 간 거예요. 앞으로 제 꿈이 학교였기 때문에, 학교를 좀 배워보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Q. 학교에서 가르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실제로 보여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요리는 말로만 해서는 잘 안 돼요. 팬프라이와 딥프라이를 설명하려면 실제로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래야 이해가 돼요.
그래서 지금도 실습할 때 학생들에게 많이 가르쳐주려고 해요. 이런 전수가 아쉬운 거예요. 말로만 해서는 안 되고, 직접 보여주고 익히게 해야 해요.
Q. 경희대학교로 오실 때도 큰 결심이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A. 저는 제자들을 많이 만들고 싶었어요. 영남대학교에 있을 때 좋은 대우를 받았지만, 경희대학교로 오면서 연봉을 낮추고 왔어요. 그래도 왔어요. 왜냐하면 모교에서 제자들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경희대학교에서 강의 베스트 대상도 두 번 받았어요. 주변에는 박사 출신 교수들이 많았지만, 저는 셰프로서 강의했어요. 강의 기법도 남달랐다고 생각해요. 그런 걸 소스와 바베큐를 통해 다시 전수하고 싶어요.
Q. 지금의 조리교육이나 조리산업을 보시면서 아쉬운 점도 있으신가요?
A. 산업의 문제라고 봐요. 경영이라는 건 이익이 남아야 하잖아요. 예전에는 셰프가 인사권도 가지고 있고 구매권도 가지고 있었어요. 외국 셰프들은 그런 권한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많이 잃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셰프가 예술가나 장인이 아니라 직원의 역할처럼 되어버린 부분이 있어요.
또 조리과가 너무 많아졌어요. 그래서 이제는 특화된 사람을 양성해야 해요. 성공하는 길을 하나 보여줘야 해요. 그런 샘플을 만들어야 후배들도 방향을 볼 수 있어요.
Q. 조리박물관은 관장님의 어떤 꿈과 연결되어 있나요?
A. 저는 지금도 요리사만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여건이 안 되니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기다리는 거예요.
박물관대학도 그렇고, 에꼴드 모카도 그렇고, 다 그 일환이에요. 학교를 만들려고 하는 거예요. 제 인생 철학이 “씨 뿌리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지금도 씨 뿌리는 마음으로 일을 벌이고 있어요.
조리박물관도 단순히 전시만 하는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을 가르치고, 기술을 전수하고, 다음 세대가 배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공간이에요.
Q. 현재 준비하고 계신 바베큐 소스 과정도 그 꿈의 연장선인가요?
A. 그렇죠. 바베큐 소스 과정을 만들면 기초부터 가르칠 거예요. 서양요리의 기초 소스를 가르치고, 한식의 기초 소스도 가르치고, 그다음에 바베큐 소스로 가는 거예요.
기초가 없으면 바베큐 소스를 해도 안 돼요. 이름은 바베큐지만, 실제로는 요리 소스 학교를 만드는 거예요. 기술별로 가르치고, 정말 인정받는 사람을 만들고 싶어요.
Q. 안성 국제 바베큐 페스티벌에 대한 구상도 말씀해주셨습니다.
A. 안성에서 국제 바베큐 페스티벌을 열고 싶어요. 사람들이 모여서 소스 만들고, 고기 먹고, 대화하는 거예요. 한 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야 해요. 10회 정도 하면 안성의 명물이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농장에 오고, 얼굴 보러 오고, 사인 받으러 오고, 그런 장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바베큐 고기도 먹고, 밥도 먹고, 대화도 하고요. 단순히 고기를 굽는 행사가 아니라, 소스와 교육, 산업, 지역이 연결되는 장을 만들고 싶은 거예요.
Q. AI 시대에는 조리교육도 달라질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A. 앞으로 챗GPT 같은 게 나오면 대학 교수의 역할도 달라질 거라고 봐요. 누구나 비슷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오잖아요. 그러니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해요.
저도 아직 찾고 있는 중이에요. AI와 공존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런 학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AI와 공존하는 조리교육, 그런 방향도 필요하다고 봐요.
Q. 앞으로 후배들이 어떤 태도로 공부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A. 본인이 찾아야 해요. 누가 다 가르쳐주는 게 아니에요. 공부는 본인과의 싸움이에요. 자기가 좋아하는 주제가 있으면 그 사람을 찾아가고, 논문도 보고, 조언도 구해야 해요.
한 사람에게만 배우려고 하면 안 돼요. 여러 사람에게 자문도 받고, 본인이 방향을 찾아야 해요. 학교는 강의실만 왔다 갔다 하는 곳이 아니에요. 도서관도 가고, 사람도 만나고, 대화도 하고, 봉사도 하고, 그렇게 성장하는 거예요.
Q. 마지막으로, 관장님께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A. 저는 지금도 요리사만 가르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한국소스과학고등학교’ 같은 것도 제 목표였어요. 바베큐 소스 과정도 그 꿈과 연결되어 있어요.
이름은 바베큐지만, 저는 그 안에 서양 소스, 한식 소스, 기초 조리, 기술교육을 다 넣고 싶어요. 그리고 안성에서 국제 바베큐 페스티벌도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이 모여서 소스를 만들고, 먹고, 이야기하고, 그런 장을 만드는 거죠. 저는 지금도 씨 뿌리는 마음으로 일을 해요. 후배들에게 방향이 되고, 지침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 그것이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최수근 관장에게 조리박물관은 과거를 보관하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학교를 향한 준비이자, 조리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기 위한 기반이다. 그는 여전히 요리사만을 위한 학교를 꿈꾸고, 바베큐 소스라는 이름 아래 소스 교육과 조리 교육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씨 뿌리는 마음”은 조리 인생 전체를 관통한다. 프랑스로 떠났던 청년의 질문은 소스 연구로 이어졌고, 소스 연구는 후학 양성과 박물관, 그리고 앞으로의 교육으로 확장되고 있다. 최수근 관장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Cook&Chef / 서진영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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