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의 식(食)더스트리] 외식업 위생 정책의 변화 과정과 앞으로의 과제

신현우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3-17 16:22:20

모범음식점에서 음식점 위생등급제, 그리고 식품안심업소로... 이미지 생성: 나노바나나 (Google)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신현우 전문기자] 외식은 단순한 식사 행위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소비자가 식당에서 접하는 음식의 품질은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조리 과정의 대부분이 주방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식업은 본질적으로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나라는 음식점의 위생 수준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운영해 왔다. 식품 안전 확보와 소비자 신뢰 강화를 위해 여러 위생 정책이 도입됐으며, 최근에는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중심으로 외식업 위생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외식 위생 정책은 모범음식점 지정 제도에서 음식점 위생등급제, 그리고 최근 추진되고 있는 ‘식품안심업소’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초기 위생 정책은 ‘모범음식점’ 지정 제도

우리나라 음식점 위생관리 정책의 출발점은 1962년 제정된 「식품위생법」이다.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은 음식점 위생관리 정책의 기본 틀을 형성해 왔다.

이후 외식업소의 위생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모범음식점(모범업소) 지정제도’가 도입되면서 일정 기간 음식점 위생관리 정책의 핵심 제도로 운영됐다. 모범음식점 제도는 위생 상태와 서비스 수준이 우수한 업소를 선정해 지정·관리하는 방식으로 외식업의 위생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제도가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지역별 지정 기준과 관리 수준에 차이가 나타났고, 지정 이후 사후 관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이러한 한계는 음식점 위생관리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로 이어졌다.

특히 모범음식점 제도가 행정기관의 지정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이후 도입된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음식점의 위생관리 수준을 평가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위생등급제의 시작

위생등급제 / 사진 = 식품안전관리인증원 홈페이지

우리나라에서 음식점 위생을 등급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처음 시도된 것은 2009년 서울 강남구의 시범사업이었다. 당시 강남구는 지역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위생 상태를 평가해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며, 이후 2010년에는 서울시 전체 일반음식점을 대상으로 위생 평가 인증 사업이 확대 시행됐다.

이러한 서울시의 시범사업 경험은 이후 국가 정책으로 발전했다. 정부는 식중독 사고 예방과 외식업 위생 수준 향상, 소비자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식품위생법」 제47조의2(식품접객업소의 위생등급 지정 등)을 신설했고, 이에 따라 2017년 5월 19일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음식점 위생등급제를 전국 단위 제도로 시행하고 있다.

음식점 위생등급제는 음식점의 위생관리 수준을 평가해 ‘매우 우수’, ‘우수’, ‘좋음’의 세 단계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다. 평가 항목은 기본사항, 일반 위생관리, 공통 가점사항 등으로 구성되며 조리장 위생, 종사자 개인위생, 식재료 관리, 시설 관리 등 음식점 운영 전반의 위생 수준을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또한 최근 외식업 환경 변화에 맞춰 배달 서비스, 공유주방 운영, 푸드테크 로봇 활용 등 새로운 외식 형태도 평가 요소에 포함되며 지속적으로 제도가 보완되어 왔다. 

식품안심업소로의 통합

정부는 음식점 위생 인증 제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하기 위한 정책 개편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는 2025년 4월 1일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품접객업소 위생등급 지정 및 운영관리 규정’ 일부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민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그동안 외식업 위생 정책에서 지적돼 왔던 제도 간 중복 문제를 해소하고 위생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음식점 위생등급제와 모범업소 지정제도가 각각 운영되면서 목적과 대상, 인센티브 측면에서 유사한 제도가 병행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개정된 식품위생법에서는 모범업소 지정제도를 폐지하고 위생등급제로 통합 운영하도록 했다. 위생등급 지정 유효기간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돼 음식점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다.

제도 대상 역시 확대됐다. 기존에는 모범업소로만 지정할 수 있었던 집단(위탁)급식소를 위생등급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으며, 당초 2028년으로 예정됐던 집단급식소 위생등급제 도입 시기도 2026년으로 앞당겨 추진된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외식업 위생 인증 제도를 단순화하고 소비자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제도 정비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식품안심업소’ 명칭 도입과 평가체계 개편

식품안심업소 / 사진 =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특징은 인증 제도의 명칭을 ‘식품안심업소’로 변경하는 것이다. 기존 음식점 위생등급 평가를 통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업소를 식품안심업소로 지정하도록 해 인증 체계를 보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위생등급제는 평가 점수를 기준으로 좋음·우수·매우 우수의 세 단계 등급 체계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 같은 등급 체계가 소비자에게 낮은 등급 업소가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고, 등급 상향을 위한 재평가 요청 등으로 행정 비용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서는 85점 이상이면 ‘적합’, 미만이면 ‘부적합’으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평가 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집단급식소 확대와 편의점 등 다양한 조리 환경을 고려해 평가표를 세분화하고, 평가 과정에서의 보완 절차를 명확히 하는 한편 재평가 신청 규정을 폐지하는 등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안도 포함됐다.

개편 준비를 마친 식품안전관리인증원

식품안전관리인증원 홈페이지 팝업 / 사진 = 식품안전관리인증원

음식점 위생등급제 평가 운영을 담당해 온 기관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다. 인증원은 그동안 위생등급제 평가기관으로서 현장 평가 수행과 평가 결과 관리, 평가위원 운영 등 제도 운영의 실무를 맡아 왔다.

제도 개편에 맞춰 인증원 역시 운영 체계를 정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는 음식점 위생등급제 신청이 식품안전나라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졌으나, 제도 개선 과정에서 일부 운영 기능이 인증원 중심으로 조정되고 평가 운영 체계도 함께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변경 예정된 평가 절차 / 사진 = 식품안전관리인증원

특히 과거에는 신청 서류에 미비 사항이 발생할 경우 현장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불편이 있었지만, 개편된 제도에서는 서류 보완 절차를 통해 재평가 없이 심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운영 체계 정비는 향후 위생등급제가 ‘식품안심업소’ 제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평가 시스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사전 준비 단계로 해석된다.

제도의 장점과 앞으로의 과제

외식업 현장에서는 제도 변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외식업 관계자는 “제도의 변화와 지자체 지원에도 불구하고 평가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아 인증을 받기까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생등급제는 제도 시행 이후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참여율이 충분히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26년 3월 말 기준 전국 위생등급 지정 업소는 약 4만 1,021곳으로 집계됐다. 전국 음식점 수와 비교하면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위생등급제 확산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자체별 차이는 있지만 등급제 참여를 위한 위생관리 컨설팅 지원부터, 등급을 받은 음식점에 대해 위생용품 지원, 시설 개선 지원, 상·하수도 요금 감면, 홍보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식업계에서는 평가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행정 절차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참여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평가 방식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한 음식점 운영자는 “평가가 진행되는 날과 시간에 맞춰 준비해 위생 상태를 점검받는 방식이 실제 일상적인 위생 관리 수준을 충분히 반영하는지 의문”이라며 “일부 업소에서는 형식적인 평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에서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 체계와 사후 점검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위생등급제에 관심이 있다는 한 소비자는 “3년에 한 번 진행되는 평가만으로 음식점의 위생 수준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한 번 인증을 받은 뒤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위생등급제 인증 음식점을 신뢰하고 구매하고 있을지 고민이 된다”며 지적했다.

반면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한 외식업 전문가는 “위생등급제 참여 과정 자체가 음식점 사업자에게 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한 번 평가를 경험한 사업자는 이후에도 위생 관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음식점 창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위생교육이 대부분 강의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큼, 위생등급제와 같은 현장 중심의 평가 제도가 실제 위생 관리 수준을 점검하고 교육을 현장에 적용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식산업이 성장할수록 음식의 맛뿐 아니라 위생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모범음식점에서 위생등급제, 그리고 식품안심업소로 이어지는 정책 변화는 외식 위생 관리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정비하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식업계의 참여 확대와 지속적인 사후 관리, 그리고 소비자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보완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ook&Chef / 신현우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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