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스토리] “지금까지 먹었던 목살은 잊어라”, 미쉐린 빕구르망 4년 연속 선정… 목살 맛집 ‘꿉당’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5 23:30:17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한 주의 피로가 누적되는 금요일,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 있는 고기 한 점만큼 확실한 위안도 없다. 국내 여행 때마다 고기구이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트러버’라면 특히 만족할 만한 곳이 있다. 서울 신사역 인근의 돼지고기 전문점 ‘꿉당’이다. 평일에도 대기가 길고,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빕구르망에 선정됐다. 최근 성수와 방이동까지 확장하며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꿉당을 이끄는 강진현 대표는 오랜 기간 파워블로거로 활동하며 전국 수천 곳의 식당을 경험했고, 이후 5년간 음식점 현장을 뛰었다. 고기를 주제로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미트 그로잉업’에서 강 대표는 고기 맛을 결정짓는 요소로 원육·화력·불판·굽기 기술 등을 언급했다.
강 대표는 ‘직접 구워 먹어보고’ 고기를 고르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즉각 문제를 제기해 더 나은 고기를 받는 등 원육 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숙성 또한 중요한 과정이다. 부위별로 숙성 기간을 달리하고, 냉장고 내부의 미세한 온도 차를 고려해 고기 위치를 수시로 바꾼다.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최고의 숙성이 완성된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고기를 굽는 장비 역시 차별화돼 있다. 꿉당은 자체 제작한 알루미늄 불판과 고품질 비장탄을 사용한다. 불판의 무게감과 울퉁불퉁한 표면은 목살을 촉촉하게 굽기 위한 장치이며, 구멍을 작게 설계해 숯 향이 과도하게 배는 것을 막는다. 굽기는 전담 직원이 맡아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
대표 메뉴는 ‘목살’…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
꿉당의 시그니처는 단연 목살이다. 미쉐린 가이드 역시 “15일간 숙성한 목살을 비장탄과 전용 불판에서 빠르게 구워내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지방이 일품이다”라고 소개했다. 두툼하게 썬 목살은 오겹살로 착각될 만큼 풍성한 마블링을 지녔다. 불판 위에 지글지글 구워낸 목살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육즙이 ‘팡팡 터진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촘촘한 결을 지녔다.
고기 굽기 전담 직원은 자주 뒤집으며 겉면은 바삭하게, 속은 촉촉할 수 있도록 불을 조절한다. 고기 한 점을 소금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지방과 숙성 고유의 감칠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목살을 기본으로 삼겹살, 가브리살, 항정살, 특수부위인 ‘꿉살’ 등 메뉴가 이어지지만, 단골들이 일단 목살부터 주문한다. 꿉살은 등갈비 쪽 특수부위인데 소갈비살과 겉보기에 비슷하다. 단 테이블당 2인분 한정 판매한다.
기본을 파고든 식재료… 파채·갓김치·된장찌개·쌀밥의 존재감
고기의 맛은 기본 반찬에서 한 번 더 세밀하게 완성된다.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무친 파채는 고기 위에 올리기 좋은 크기로 잘려 있으며, 갓김치는 톡 쏘는 산미와 아삭한 식감이 좋다. 쌈장은 물론 소금, 와사비, 생강절임까지 조합이 다양해 취향에 따라 맛을 조절할 수 있다.
사이드 메뉴 ‘강변외할머니 된장찌개’는 고기 국물이 어우러진 구수함이 특징이다. 두부와 고기 조각이 큼직하게 들어가 진득하고 칼칼하다.
평소 고기 먹을 때 밥은 고려하지 않는 사람도 꿉당에서는 밥을 필수로 시킬 것을 권장한다. 이곳 공기밥은 그냥 쌀밥이 아니기 때문. 꿉당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메뉴는 코쿠미(Kokumi) 쌀밥이다. 일본어로 ‘풍부한 맛’을 뜻하는 코쿠미는 일식 셰프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경남 진주산 쌀을 사용하고, 쌀을 씻는 과정부터 불림·물 배합까지 모든 단계를 계량하고 관리한다. 짭조름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배어 있는 밥 위에 목살을 올리고 와사비, 초생강을 곁들이면 스시 한 점처럼 깔끔한 맛이 난다. 고기 기름이 밥알을 코팅하며 풍미가 극대화되는 조합은 꿉당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할 방식으로 꼽힌다.
냉면 대신 트러플 짜파게티
꿉당이 독특한 점은 ‘고기집의 사이드’가 다른 고기집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대신 냉면 대신트러플 짜파게티, 신라면 투움바가 등장한다. 특히 트러플 짜파게티는 직원이 눈앞에서 트러플을 갈아 올리며, 반숙 달걀과 짭조름한 소스가 어우러져 마지막 한입까지 풍미가 이어진다. 고기를 싸 먹을 냉면 대신 짜파게티를 추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쉐린 가이드는 꿉당을 “돼지 목살 전문점으로, 숙성·불판·화력의 균형을 정교하게 조율한 곳”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목살과 코쿠미 밥을 조합해 스시처럼 먹는 방식을 별도로 언급하며 “육즙이 밴 부드러운 밥맛이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정된 좌석과 긴 웨이팅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과 셰프, 업계 전문가들이 꾸준히 찾는 이유는 결국 고기 맛 때문이리라.
고기는 많은 이가 좋아하지만,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굽지는 않는다. 꿉당은 좋은 고기를 고르는 법, 숙성의 기준, 불판의 구조, 화력의 강약, 굽기의 기술까지 한 점의 고기를 완벽하게 구워낼 수 있도록 한다.
연말 가족 모임이나 지인과의 식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한 점의 고기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체감할 수 있는 꿉당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목살의 육즙, 코쿠미 쌀밥의 조합,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사이드는 웨이팅이 길다는 점조차 감내하게 만든다.
영업시간은 평일 오후 3시부터, 주말은 낮 12시부터 오후 10시 50분까지 운영한다.
Cook&Chef / 김성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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