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면역력의 보루, 흙 속에서 찾은 ‘뿌리채소’의 미학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 2026-02-02 17:44:36

우엉과 연근에 담긴 선조들의 ‘식치(食治)’ 지혜와 현대 마이크로바이옴 과학의 만남 [사진=농사회사법인(주)용연/ 우엉]

[Cook&Chef = 서현민 기자]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태동이 교차하는 2월은 일 년 중 면역력이 가장 취약해지는 시기다. 급격한 기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우리 몸이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면서 생체 리듬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환절기, 우리 선조들이 땅의 기운을 응축한 뿌리채소에 주목한 것은 고도의 과학적 통찰이었다. 2026년 건강 화두인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와 맞물려 다시금 조명받는 우엉과 연근의 가치를 분석해 본다.

흙 속의 생명력, 인문학으로 읽는 뿌리의 철학

전통적으로 우리 선조들은 뿌리채소를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식재료를 넘어, 땅의 정기가 집약된 약재이자 식치(食治)의 핵심으로 여겼다. 연꽃의 뿌리인 연근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속은 희고 깨끗하여 군자의 절개와 청결함을 상징했으며, 사대부가의 식탁 위에서 정신과 몸을 맑게 하는 상징적 요리로 대접받았다.

반면 우엉은 투박한 생명력의 상징이었다. 산초(山草)로 불릴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우엉은 체내 독소를 씻어내고 기운을 보강하는 ‘정화의 식재료’로 쓰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지탱하는 뿌리의 힘을 귀하게 여겼던 이러한 식문화 배경에는, 겉모화(外華)보다 내실(內實)을 중시했던 선조들의 삶의 태도가 투영되어 있다.

면역의 뿌리 ‘장(腸)’을 다스리는 영양학적 지혜

현대 영양학은 “면역력의 70%는 장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우엉과 연근은 이 장내 환경을 다스리는 데 있어 독보적인 효능을 자랑한다. 우엉에 풍부한 이눌린(Inulin)은 ‘천연 인슐린’이라 불릴 만큼 혈당 조절에 탁월할 뿐만 아니라,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의 대명사다. 2월의 매서운 마지막 추위를 견디기 위해 우엉이 축적한 이 식이섬유는 겨울철 정체되기 쉬운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특히 우엉 껍질의 사포닌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통해 환절기 호흡기 질환 예방에 기여한다.

[사진=픽사베이/ 연근]

연근 역시 뛰어난 약리적 가치를 지닌다. 연근을 잘랐을 때 실처럼 늘어나는 끈적한 ‘뮤신(Mucin)’ 성분은 위벽을 보호하고 단백질 소화를 도와 환절기 피로로 저하된 소화 기능을 보완한다. 또한 연근 속 탄닌과 비타민 C의 조합은 강력한 소염 작용과 지혈 효과를 발휘하며, 이는 면역력이 저하되어 발생하기 쉬운 각종 염증성 질환을 예방하는 방패가 된다. 뿌리채소 중 드물게 비타민 C 함량이 높은 연근은 봄철 춘곤증을 미연에 방지하고 면역 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2026년 미식 트렌드: ‘근본(根本)’으로의 회귀

최근 미식 트렌드는 화려한 가공식품에서 벗어나 식재료 본연의 가치를 찾는 ‘원물 중심으로의 회귀’를 지향한다. 인위적인 영양제보다 자연의 시간을 견뎌낸 우엉과 연근을 식탁에 올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가장 진보적인 면역 관리법이다.

뿌리채소는 땅속 깊은 곳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에너지를 응축한다. 2월의 불안정한 기후 속에서 우리가 뿌리채소를 섭취하는 것은 단순히 영양소를 먹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설계한 ‘적응의 힘’을 빌리는 과정이다. 결국 면역력은 외부의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땅의 기운을 닮은 근본적인 식재료로 내실을 다지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은 2026년 오늘날 더욱 선명한 해답으로 다가온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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