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보다 이용률 더 높다? 日 외식업계, 조식으로 승부수 던지다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 2025-10-14 17:32:22
탈주류 트렌드 반영 및 매출 다변화 위한 전략, 고객 충성도 높이는 길로 자리잡아
[Cook&Chef = 김세온 기자] 일본에서 카페뿐만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 체인까지 조식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즐길 수 있는 조식 메뉴가 다양해지면서 저녁 외식보다 오히려 조식이 더 주목받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홍문표, 이하 aT)의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심야 손님이 줄어들고 영업시간을 단축한 음식점들이 아침식사로 매출의 활로를 개척한 것으로 분석됐다.
aT 오사카지사는 일본 총무성에서 발표한 ‘가계조사’에 따르면, 2인 이상 세대의 데이터를 보면 2022년부터 2023년까지는 조식 횟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2024년 조식 횟수가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며, 전반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됐다고 전했다. 즉, 사람들의 조식 소비가 줄어들던 상황에서 다시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aT 오사카지사는 2가지 배경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첫째, 심야 손님이 줄어들고, 영업시간을 단축한 음식이 많았던 가운데, 조식을 통해 매출의 활로를 개척한 음식점이 많았으며, 둘째는 조식의 맛과 질을 개선해 단순한 식사 이상의 든든하고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게 됐다는 점이다. 조식은 편리성과 가성비를 갖춘 외식으로 선택지가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아침식사 핵심을 이루는 10가지 품목의 가격 인상률 [사진=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조식 가격 변동을 조사한 결과, 2020년 약 350엔(약 3,000원)이었던 조식의 평균 가격은 2024년 말 기준 약 423엔(약 4,000원)까지 상승했다. 아침식사 핵심을 이루는 빵, 시리얼, 커피 등 품목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든 식비상승의 체감을 더욱 느끼게 됐다. 가정에서 직접 차려 먹는 아침식사 비용도 만만치 않아진 와중에 500엔 이하부터 1,000엔 이상의 다양한 가격대의 조식 메뉴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외식으로 눈길을 돌린 셈이다.
게다가 물가상승으로 저녁 외식을 자제하고, 2차, 3차 이상의 회식문화를 축소하는 탈(脫)주류 트렌드도 확산하면서 저녁 대신 아침 외식이 오히려 주목받게 됐다.
조식 메뉴 마케팅 경쟁 치열해진 일본 외식업계
도쿄에 위치한 유명 호텔들은 평소 비싼 가격으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빵과 커피를 아침 시간에만 한정해 저렴한 가격에 조식 메뉴에 포함했다. 주말에만 조식을 제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카페도 있다.
푸드 컨설턴트 오구라 토모코는 지난 6월 현지 매체 일본식품저널 칼럼을 통해 “오후에 체크인하고 다음날 아침 체크아웃을 하는 숙박업상 조식의 내실화는 고객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역에서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조식을 활용 중이다. 취향과 수요에 맞춰 고급스럽고 우아한 조식을 제공하는 곳, 조용한 분위기에서 조식을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카페도 많아졌다.
조식으로 득템을 했다는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호시노커피는 음료비 650엔에 80엔만 추가하면 삶은달걀과 토스트 세트를, 270엔을 추가하면 스페셜 샌드위치와 요거트, 수프 세트를 즐길 수 있다.
오구라 토모코는 “카페 체인점의 경우 아침식사 메뉴가 스테디셀러가 되고 있다. 종이컵이 아닌 도자기컵을 사용하고 테이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시간에 쫓기는 아침식사 이미지는 아니다”라며, “득템을 했다고 여겨져 일부러 아침에 해당 카페를 방문하는 동기 부여가 되고 전체 고객수 증가로 이어진다”라고 전했다.
일본의 덮밥 체인점 나카우의 조식 메뉴 [사진=나카우 홈페이지 캡처]
여기에 일본의 대표적인 외식 체인점도 발빠르게 조식 시장에 나섰다. 규동 체인점인 요시노야, 스키야, 마츠야 등은 저렴하고 빠르게 제공되는 아침 메뉴로 직장인과 학생들의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바쁜 아침 시간을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서카나 재팬(Circana Japan)이 지난 7월 발간한 ‘외식‧중식조사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3월~2025년 3월 주요 체인점의 조식 이용률이 중식보다 높았다. 규동 체인점의 경우 1인당 연간 이용 평균 횟수가 조식 3.75회, 중식 2.54회로 조식이 1.5배 많았다.
서카나재팬의 푸드서비스 디렉터 아즈마 사야카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주요 체인점 대부분에서 아침식사 이용 횟수가 점심식사보다 높았다”며, “아침시간대 이용은 같은 음식점을 습관처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돼 헤비 유저 획득과 이용 빈도 증가에 의한 손님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조식 서비스를 시작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손님수 증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체인점의 아침 및 점심시간대 이용률 비교
보라색이 아침, 핑크색이 점심. 기간 2024년 4월~2025년 3월, 아침시간대 : 오전 5시~10시 29분, 점심시간대 오전 10:30~오후 1시59분 [사진 : 서카나재팬]
사이제리아와 같은 양식 패밀리 레스토랑도 아침 시간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여유롭고 든든한 아침을 원하는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T 오사카지사의 최석규 담당자는 “외식업체들이 매출 다변화를 꾀하는 전략의 일환이자,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소비자들의 생활 패턴을 반영한 결과”라며. “간편하고 효율적인 ‘밖에서 가볍게 먹는 아침식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면서 조식 시장은 단순히 하루의 첫 끼니를 넘어서 기업의 마케팅에서 중요한 경쟁 무대로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최 담당자는 조식이 일본의 외식업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보다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조식이 단순한 식사를 넘어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Cook&Chef / 김세온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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