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매일 하던 건데…여름철 식중독 부르는 의외의 주방 습관들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 2026-06-10 16:30:49

불린 그릇·젖은 수세미·상온 해동… 무심코 반복하는 위험 신호
‘깨끗하게 씻는 것’보다 중요한 건 세균을 오래 두지 않는 습관이다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자은 기자] 여름이 되면 주방 풍경도 조금 달라진다. 냉장고 문을 여는 횟수는 늘고, 음식은 더 빨리 쉬며, 설거지는 괜히 미뤄진다. 문제는 이 평범한 생활 습관 속에 식중독 위험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마철과 초여름 무더위가 시작되는 시기에는 주방 안 세균 증식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빨라진다. 실제로 식중독은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심코 반복하는 작은 위생 습관들이 세균을 키우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불림 설거지’다. 퇴근 후 씻으려고 아침 그릇을 물에 담가두거나, 저녁 먹은 냄비를 싱크대에 그대로 두는 일은 많은 가정에서 흔하다. 특히 눌어붙은 밥그릇이나 조림 냄비는 물에 담가두면 설거지가 편해져 자연스럽게 습관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여름철에는 이 행동이 의외의 위생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잠깐 담가둔 건데”… 싱크대 안에서 벌어지는 일

음식물이 남은 식기를 물에 오래 담가두면 싱크대 안은 세균이 좋아하는 환경에 가까워진다. 음식 찌꺼기라는 영양분에 물과 높은 온도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주방은 식중독균이 빠르게 증식하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지기 쉽다.

문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다. “퇴근하고 씻어야지”, “내일 아침에 해야지” 하고 몇 시간씩 방치하면 세균이 늘어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육류나 달걀, 우유가 닿았던 식기라면 더 주의가 필요하다. 이후 세제로 씻더라도 싱크대 주변으로 오염 물이 튀면서 다른 식재료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름철에는 가능하면 짧은 시간만 불리고 바로 세척하는 편이 좋다고 조언한다. 설거지 전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먼저 닦아내는 습관도 중요하다. 고무주걱이나 키친타월로 한 번 훑어내기만 해도 세균 증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냉동실은 ‘안전지대’가 아니다

냉동실을 너무 믿는 습관도 여름철 위생 관리에서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다. 냉동실에 오래 둔 고기를 꺼내 상온에 두고 해동하는 행동은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 냉동은 세균을 완전히 없애는 과정이 아니라 활동을 늦추는 보관 방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특히 상온 해동은 여름철 가장 흔한 실수 가운데 하나다. 단단히 언 고기를 식탁 위나 싱크대에 오래 두면 겉면부터 먼저 녹기 시작한다. 이때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속은 아직 얼어 있는데 겉은 미지근해지는 시간이 길수록 위험은 커진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냉장 해동이다. 하루 전 냉장실로 옮겨 천천히 녹이면 온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급할 때는 밀폐 포장 상태 그대로 찬물에 담그거나 전자레인지 해동 기능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해동 후에는 바로 조리하는 편이 좋다.

한 번 녹인 고기를 다시 얼리는 습관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미 온도 변화가 반복되면서 세균 증식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진 고기류는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다. 냉동실에 넣을 때 날짜를 적어두고 한 번 먹을 분량씩 나누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뜨거운 물 부으면 끝 아닌가요?”

도마 관리에서도 의외의 실수가 많다. 생고기나 생선을 손질한 뒤 곧바로 끓는 물부터 붓는 행동이다. 얼핏 보면 가장 확실한 살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식물 단백질이 먼저 굳어버릴 수 있다.

이렇게 굳은 단백질은 도마의 칼집 틈 사이에 달라붙기 쉽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찌꺼기가 남고, 세균의 먹이가 되는 셈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먼저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음식물 잔여물을 제거한 뒤 세제로 꼼꼼히 세척하고, 마지막 단계에서 열탕 소독을 하는 방식을 권한다.

도마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고기를 다룬 도마로 샐러드용 채소나 과일을 바로 썰 경우 교차오염 위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도마를 여러 개 쓰기 어렵다면 채소를 먼저 손질하고 육류를 마지막에 다루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의외로 가장 더러운 건 수세미다

주방에서 가장 세균이 많을 수 있는 물건으로 수세미가 자주 꼽힌다. 젖은 상태로 싱크대 주변에 방치된 수세미는 세균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된다. 특히 여름철에는 냄새가 나거나 미끈거리는 경우도 많다.

수세미는 사용 후 세제로 충분히 헹군 뒤 물기를 꼭 짜고 통풍이 되는 곳에서 말리는 습관이 중요하다. 전자레인지 소독이나 열탕 소독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일정 기간마다 교체하는 편이 위생 관리에는 더 유리하다.

여름철 회와 달걀,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고온다습한 여름에는 살모넬라나 장염비브리오 같은 식중독균 활동도 활발해진다. 특히 달걀과 생선회처럼 날것으로 먹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는 음식은 더 주의가 필요하다.

달걀은 냉장고 문 쪽보다 안쪽 깊은 칸에 보관하는 편이 온도 변화가 적다. 껍데기를 미리 씻어두는 행동은 보호막을 손상시킬 수 있어 권장되지 않는다. 조리 전 꺼내 바로 사용하는 방식이 좋다.

회와 함께 먹는 고추냉이와 매실도 단순한 곁들임 음식만은 아니다. 고추냉이 특유의 매운 향 성분은 항균 작용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고, 매실 역시 산도가 높아 여름철 음식과 잘 어울리는 재료로 꼽힌다. 물론 이것만으로 식중독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여름철 식문화 속에는 나름의 위생 지혜가 담겨 있다.

무심코 반복하던 주방 습관 하나가 여름철 배탈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작은 습관 몇 가지만 바꿔도 식중독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더운 계절일수록 주방은 ‘깨끗해 보이는 상태’보다 ‘세균이 머물지 않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Cook&Chef / 송자은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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