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셰프 뉴스] 켈리 자크, 뉴올리언스의 심장에서 구워내는 ‘기쁨의 레시피’

이정호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2-01 12:07:49

- 2025년 Food & Wine ‘베스트 뉴 셰프’ 선정
- 동남아 뿌리와 현지 맛의 조화 ‘아유 베이크하우스’
- 크루아상 킹케이크로 도시의 입맛을 사로잡다
- “우리는 기쁨을 파는 사업을 한다”, 빵으로 전하는 긍정 메시지
이미지 = Food & Wine / Cedric Angeles

[Cook&Chef = 이정호 전문기자] 2025년, 미국 요리계의 권위 있는 매체 Food & Wine이 선정한 ‘베스트 뉴 셰프’ 명단에 뉴올리언스의 한 베이커가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아유 베이크하우스(Ayu Bakehouse)’의 공동 오너이자 셰프인 켈리 자크(Kelly Jacques)다. 

그녀는 자신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뉴올리언스 특유의 활기찬 에너지를 결합한 독창적인 페이스트리로 미국 남부 미식의 중심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올랐다. 그녀의 베이커리는 단순한 빵집을 넘어, 지역 사회에 ‘기쁨’을 전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버터크림 범벅 소녀, 뉴욕을 거쳐 뉴올리언스의 베이킹 스타로

켈리 자크의 요리 여정은 9학년 시절, 학교 과제를 위해 동네 빵집에서 하루 동안 일하게 된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되었다. 버터크림으로 뒤덮인 채 하루를 보냈지만, 그녀는 그 경험에 매료되었고 고등학교 내내 주말마다 빵집에서 일하며 꿈을 키웠다. 툴레인 대학교 졸업 후에는 ‘더 바이커리(The Bikery)’라는 자전거 배달 빵집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이후 뉴욕의 명문 요리학교 FCI(French Culinary Institute)에서 전문적인 제과 기술을 연마했고, 그곳에서 현재의 비즈니스 파트너인 사만다 와이스(Samantha Weiss)를 만났다. 뉴욕의 유명 베이커리인 ‘브레즈 베이커리(Breads Bakery)’에서 수년간 실력을 갈고닦은 그녀는 척추 수술로 잠시 휴식기를 가지며 베이커리 운영에 필수적인 시스템과 조직 관리 능력을 익혔다. 마침내 2022년, 그녀는 자신의 뿌리가 있는 뉴올리언스로 돌아와 ‘아유 베이크하우스’를 열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모던 뉴올리언스 베이커리’의 탄생, 경계를 허무는 맛의 향연

켈리 자크는 자신의 베이커리를 “모던 뉴올리언스 베이커리”라고 정의한다. 이는 그녀의 복합적인 정체성에서 비롯된다. 중국, 아일랜드, 이탈리아, 프랑스 혈통을 물려받았고, 할머니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태어났다.

이러한 배경은 그녀의 메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대표 메뉴인 ‘부댕 보이(Boudin Boy)’는 뉴올리언스 지역 소시지인 부댕과 반숙 계란을 크루아상 반죽으로 감싼 후, 중국의 라오간마 칠리 크리스프를 곁들여 내는, 여러 문화가 충돌하며 만들어낸 환상적인 맛의 조화를 보여준다. 또한, 코코넛과 판단 잎으로 만든 커스터드를 채운 ‘카야 번(Kaya Bun)’은 그녀의 동남아시아 뿌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지역의 맛을 최대한 활용하지만, 예상 가능한 것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하며, 전통과 혁신 사이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지 = nolanewstips

기쁨을 굽는 공간, ‘아유(Ayu)’의 철학

‘아유 베이크하우스’가 위치한 프렌치맨 스트리트는 라이브 음악으로 항상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켈리 자크는 “거리의 뮤지션들이 라이브 공연을 보여주면, 우리는 여기서 우리의 라이브 공연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오픈 키친 형태의 베이커리는 빵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즐거운 볼거리가 된다. 베이커리의 이름인 ‘아유(Ayu)’는 인도네시아어로 ‘아름다움’ 또는 ‘기쁨’을 의미한다. 이는 그녀의 가족사와 더불어, 고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자 하는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를 담고 있다. 2024년 지역 신문인 타임스-피카윤(Times-Picayune)이 주최한 킹케이크 대회에서 우승한 ‘크루아상 시티 클래식 킹케이크’는 이제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명물이 되었다.

켈리 자크는 “우리는 응급실 의사가 아니다. 우리는 기쁨을 파는 사업을 한다”며, 자신의 빵 한 조각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매일 오븐을 달군다.

Cook&Chef / 이정호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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