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IS ... /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 김순기 총주방장 : 추진력 & 리더십은 나만의 트렌트
김형종
cooknchef@daum.net | 2018-03-24 12:58:26
서울 용산역 앞에 서울드래곤시티가 들어서며 용산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호텔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노보텔 앰배서더, 노보텔 앰배서더,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등 총 4개 브랜드로 나뉜 상당한 규모의 호텔. 이들 각각의 브랜드에는 연회장을 비롯한 뷔페, 레스토랑이 마련되어 있다.
writer _김형종 기자 / photo _조용수 기자
추진력 & 리더십은 나만의 트렌드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 김순기 총주방장
김순기 셰프는 지난 2017년 여름 서울드랜곤시티 내 모든 브랜드의 뷔페 및 레스토랑을 총괄하는 초대 총주방장으로 부임했다. 사실 그는 새로운 호텔이 생길 때마다 섭외 대상 영순위에 오르는 실력파다. 30년을 훌쩍 넘긴 경력도 그렇거니와 태생적인 기질에서 발현되는 추진력과 리더십은 정평이 나 있는 때문이다.
“조금은 다혈질적인 면이 있어서 저를 무서워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실은 일부러 강하게 직원들을 대할 때가 더 많습니다. 호텔에서 근무한다는 건 천직이라는 인식 없이는 버티기 힘든 환경입니다. 그건 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스스로 깨우쳐야 가능한 거죠. 저는 그걸 도우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 보니 때로는 호랑이처럼 무서운 사람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이처럼 그는 직원교육이 하나하나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호텔이라는 환경이 혼자 잘 한다고 해서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닌 탓에 그는 항상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긴다.
멋과 맛의 경계
김 셰프가 근무하는 서울드래곤시티는 각기 분위기를 달리하는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머큐어의 경우 레지던스가 자리하고 있고, 그곳은 일반고객과 VIP고객이 고루 방문하는 곳이다. 때문에 한식과 퓨전 느낌의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노보텔은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 양식 스타일이다. 또한 뷔페는 용산지역의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맛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한다. 이비스의 경우에는 젊은 층이 주된 타깃이기 때문에 캐주얼하고 무겁지 않은 메뉴구성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가족단위의 방문객이 많아 그에 맞는 메뉴도 개발한다는 게 김 셰프의 설명이다.
“각각의 브랜드만 보면 어렵지 않지만 4개의 브랜드를 유기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한다는 측면에서는 상당한 규모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9개월 이상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직 일만 생각하며 달려왔습니다.”
인터뷰 내내 그가 유독 조직력, 팀워크를 계속해서 강조한 이유를 알 만한 대목이다. 또 한 가지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건 ‘멋’이다. ‘멋있게 만들어라.’ 이것이 그의 주문인데, 멋을 단순히 외양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그에게 멋이란 ‘맛’과 다른 말이 아니다.
“과거 호텔은 잠을 자는 공간에 불과했습니다.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갔을 때 숙소로서의 기능만 갖추면 문제될 게 없었습니다. 잠을 자고 밖으로 나가 그곳의 음식을 사먹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호텔은 더 이상 잠만 자는 숙소가 아닙니다. 먹는다는 행위가 무척 중요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호텔하면 뭐가 떠오릅니까? 잘 차려진 다양한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 않나요?”
바로 그 지점이다. 그가 멋있게 만들어봐라, 하고 건네는 말은 맛있게 만들어 멋지게 차리라는 의미인 것이다. 과거의 호텔 개념에서 벗어나 ‘맛있는 호텔’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호텔 총주방장은 맛과 멋 사이의 경계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필드에서는 하나의 팀
김순기 셰프를 바라보면 큰 키는 아니더라도 다부진 몸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다. 요즘은 호텔일로 시간을 낼 수 없지만 그는 운동을 즐기는 활력 넘치는 인물이다. 셰프가 되기 전 그는 한때 축구선수로 필드를 누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과 에너지가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리고 헤어디자인을 공부한 경험은 셰프로서 섬세함을 갖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이처럼 그의 리더십은 타고난 성품과 남다른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고 단련된 결과물이라 해도 별 이견은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밖으로 나가 달리고 싶습니다. 여러 운동을 경험한 덕분인지는 몰라도 조리사라는 직업이 천직처럼 느껴집니다. 셰프를 정적이고, 많은 에너지가 필요 없는 직업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운동선수 못지않은 에너지와 열정이 요구되는 직업입니다.”
운동으로 단련된 몸과 마음은 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역동적인 생활은 그를 지금까지 지탱한 힘의 원천이고, 그는 그러한 태도를 직원들에게도 적용한다. 부서별로 진행되던 회식을 없앤 것도 전체 부서를 하나의 팀으로 바라보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같은 목적을 갖고 있는 이상 필드에서는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순기 셰프가 자리를 옮긴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다. 메뉴 하나에서부터 서비스 하나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길이 안 닿은 것은 없다. 틀에 박히지 않고, 멋있고 맛있는 디자인이 그를 통해 완성된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는 그는 “아직 아무것도 완성된 것이 없다”라며 오늘도 서울드래곤시티, 바로 그 필드에서 자신과의 시합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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