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AI 식품안전망, ‘사후 적발’에서 ‘위험 예측’으로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 2026-01-09 14:32:59

[Cook&Chef = 오요리 기자] 식품 안전 관리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후 적발·대응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사전 예측 및 예방 체계로의 전환이 본격화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AI 수입식품 검사관’, ‘AI 이물조사관’, ‘AI 식품위해예측관’ 3대 시스템을 축으로 한 디지털 식품 안전망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단순한 신기술 도입을 넘어,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잠재적 위험을 선제적으로 식별하고 차단하는 과학적 행정의 시작을 의미한다. 수입 식품의 급증,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화,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변수 속에서 기존 인력과 경험에 의존한 관리 방식은 명백한 한계에 도달했다. AI는 이 한계를 돌파하고 식품 안전의 정밀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이번 정책은 국경을 넘는 수입 식품부터 국내 생산 현장, 나아가 자연환경의 변화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외식 산업 현장과 소비자에게 미칠 파급 효과 역시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식약처가 추진하는 AI 기반 식품 안전 관리 혁신의 구체적 내용과 배경을 분석하고, 이것이 국내 식품 산업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을 전망한다.

기존 식품 안전 관리의 한계, '사후약방문'을 넘어서

지금까지의 식품 안전 관리는 문제 발생 후 대응하는 ‘사후약방문’식 접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수입 통관 단계에서는 제한된 인력과 시간으로 인해 모든 물품을 정밀 검사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표본을 무작위로 추출해 검사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으나, 이는 잠재적 위해 상품을 통과시킬 가능성을 내포했다.

국내 식육 가공 현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가축 사육 및 가공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주삿바늘 파편, 화농(고름), 플라스틱 조각 등은 주로 작업자의 육안에 의존해 선별됐다. 금속탐지기나 X-ray 장비가 보조적으로 활용됐지만, 1~2mm 크기의 미세 이물이나 비금속성 이물을 식별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했다. 작업자의 피로도나 숙련도에 따른 검출 편차 역시 구조적 문제였다.

기후 변화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로 작용했다. 한반도의 아열대화가 가속화되면서 과거에 없던 새로운 식품 위해요소가 등장하거나, 기존 유해 미생물의 발생 시기와 지역이 변하고 있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비브리오 패혈증균의 국내 최초 검출 시기는 2020년 5월 25일에서 2023년에는 4월 14일로 한 달 이상 빨라졌다. 이는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만으로 미래 위험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복합적 문제들은 식품 안전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했다. 더 이상 개별 사건에 대한 사후 대응만으로는 국민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 발생 가능성 자체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해진 것이다. 식약처의 AI 기반 관리 시스템 도입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이다.

'핀셋 검사'의 시작, AI 수입식품 검사관

식약처가 가장 먼저 AI 기술을 적용하는 분야는 수입 식품 통관 단계다. ‘AI 수입식품 검사관(AI 위험예측 시스템)’은 위해 우려가 큰 수입식품을 정밀하게 선별하는 ‘핀셋 검사’를 목표로 한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빅데이터와 AI의 결합이다. 과거의 ‘수입식품 검사 정보’와 ‘해외 위해정보’ 등 국내외에 산재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한다.

AI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국가, 제조업체, 품목의 부적합 확률, 즉 위험도를 계산한다. 이 예측 모델을 통해 통관 과정에서 위험도가 높다고 자동 선별된 제품에 검사 역량을 집중 투입한다. 이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안전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식약처는 이미 농·임산물 등 7개 품목군과 과자류 등 4개 세부 유형에 예측 모델을 개발해 통관 검사 대상 선별에 활용하고 있다. 무작위 검사는 표본추출계획에 따라 물리·화학·미생물학적 시험으로 진행되며, 서류 검토와 현장 검사를 포함한다.

올해부터는 시스템 고도화에 더욱 속도를 낸다. 특히 수입량이 많고 과거 부적합률이 높았던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유형별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한 예측 모델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이는 예측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려 잠재적 위험 식품의 국내 유통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겹살 속 1mm 주삿바늘, AI 이물조사관이 찾아낸다

국내 생산 현장의 고질적 문제였던 식육 이물 관리 역시 AI 기술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소·돼지고기 등에서 발견되는 주삿바늘, 화농, 플라스틱 등은 소비자 불안을 야기하고 생산자에게는 막대한 영업 손실을 초래하는 원인이었다. ‘AI 이물조사관(식육 이물검출기)’은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기존 육안 검사는 검사자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장시간 집중력 유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X-ray 장비 역시 밀도 차이가 크지 않은 화농이나 비금속 이물은 검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러한 기존 방식의 오판독률은 최대 30%에 달할 수 있었다.

‘AI 이물조사관’은 다량의 식육 X-ray 및 카메라 영상 데이터를 AI에 집중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AI는 정상 육류와 미세 이물이 포함된 육류의 이미지 패턴 차이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의 눈이나 기존 장비로 식별하기 어려운 이물까지 자동으로 정밀 검출한다. 식약처는 이 기술을 통해 오판독률을 5%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소비자에게는 이물 걱정 없는 안전한 식육을 제공하고, 영업자에게는 이물 검출로 인한 제품 반품, 회수, 폐기 비용 등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식약처는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완성된 모델을 업계가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보급 및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이는 식품 생산 공정의 품질 관리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의 나침반, AI 식품위해예측관

3대 시스템 중 가장 미래지향적인 접근은 ‘AI 식품위해예측관’이다. 이 시스템은 기후 및 환경 변화가 식품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예측하고 경보를 발령하는 체계다.

‘AI 식품위해예측관’은 기온, 습도, 강수량 등 방대한 기후·환경 정보와 식약처가 축적해 온 식품 수거·검사 데이터를 융합 분석한다. AI는 특정 기후 조건에서 어떤 식품에 어떤 종류의 위해요소(곰팡이독소, 식중독균 등)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지를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한다.

식약처는 이미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옥수수 등에 주로 발생하는 곰팡이독소 ‘아플라톡신’에 대한 예측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는 살모넬라, 마비성 패독,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병원성 대장균, 비브리오 패혈증균 등 국민 건강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주요 위해요소 10종에 대한 예측 모델을 추가 개발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예측 정보를 기상 예보처럼 제공해 국민이 실시간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해수 온도 상승으로 마비성 패독 발생 위험이 높아지면 사전에 경보를 발령해 어패류 섭취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스스로 위험을 회피할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는 예측 정보를 바탕으로 특정 품목의 수거·검사를 강화하는 선제적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데이터 기반 행정의 구현, 식품 산업에 미칠 파장

식약처가 추진하는 3대 AI 시스템 도입은 단편적인 기술 적용을 넘어, 식품 안전 행정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이는 외식 산업, 식품 제조업,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외식업계와 식품 제조업체는 단기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것으로 체감할 수 있다. AI의 정밀한 검사망은 과거에는 통용되던 미미한 수준의 문제점까지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입 식자재 의존도가 높은 외식업체나 가공식품 제조업체는 ‘AI 수입식품 검사관’의 분석 결과에 따라 원료 수급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이는 산업 전체의 체질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 관리는 모든 사업자에게 공평한 기준을 제시하며, 안전 관리에 충실한 기업이 경쟁력을 갖는 건전한 시장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이물 혼입이나 원료 문제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 기업의 재무적 손실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명확하다. 가장 큰 수혜는 ‘정보의 투명성’과 ‘안전의 신뢰성’ 확보다. 특히 ‘AI 식품위해예측관’이 제공하는 실시간 위해 정보는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식품을 선택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소비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과제는 데이터의 질과 신뢰성, '디지털 식품 안전망'의 미래

AI 기반 식품 안전 관리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AI 학습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의 질과 양’이다.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는 학습 데이터의 품질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부정확하거나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된 AI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식약처는 국내외 식품 안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정제해 데이터 신뢰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 번째 과제는 기술의 현장 보급과 중소 영세업체 지원이다. 특히 ‘AI 이물조사관’과 같은 고도화된 장비는 초기 도입 비용이 상당할 수 있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식육가공업체들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기술 지원 및 재정적 인센티브 방안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기술 격차가 식품 안전의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 시스템 결정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AI가 특정 수입품을 ‘위험’으로 판단하거나 식육에서 ‘이물’을 검출했을 때, 그 판단 근거를 사업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I의 오판으로 선량한 기업이 피해를 볼 경우에 대비한 구제 절차와 책임 규정도 사전에 마련되어야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식약처의 이번 계획은 식품 안전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향한 담대한 첫걸음이다. 예측과 예방 중심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우리 식탁의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남은 과제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산업계 및 소비자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이 ‘디지털 식품 안전망’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ook&Chef / 오요리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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