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형의 와인소풍 / 두번째 나들이, All That Wine & Spirits Mariage! 회, 전복, 생선 조림, 고구마 튀김에 어울리는 와인은?
이철형
winepicnic4u@gmail.com | 2024-06-05 12:52:43
일본 TV 프로그램의 ‘고독한 미식가’가 아닌 것이 부인이 또한 미식가이자 요리라면 한요리하는 주부이기에 부부가 함께 미식가이니 고독하게 혼자서 맛집을 찾아다닐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인이 식당을 운영했으면 금방 유명해졌을 만한 요리 솜씨를 가진 분인지라 부부가 집으로 지인들을 초대해서 먹이기도 하고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해서 부산의 맛집이란 맛집은 완벽하게 꿰고 있을 정도니 결코 고독할 수가 없다. 남 모르게 소문내지 않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니 조용한 미식가라고 할 수 밖에. 더구나 본인들은 미식가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는 겸손함까지 갖추었다.
집에 보관하고 있는 와인만도 수준이 상당하다. 친구들끼리는 농담삼아 좋은 와인 마시려면 그 집 와인 셀러 털러 가자고 할 정도니. .^^ 전화한 이유가 오늘 회 코스 요리와 함께 소비뇽블랑, 샤르도네, 리슬링의 세 품종의 와인을 먹으려고 하는데 순서를 어찌하면 좋을까라고 의견을 구하고 싶단다. 사실은 나보다 본인이 훠얼씬 더 잘 알텐데. .^^
오늘 마실 와인은 자신은 뉴질랜드 클라우디 베이 소비뇽 블랑, 칠레 에라주리즈의 라스 피자라스 샤르도네, 독일의 마르쿠스 몰리터 젤팅거 존네우어 슈팻레제 리슬링을 가져가고 참석하는 다른 사람이 샤르도네를 또 하나 가져오는데 그 브랜드는 알 수가 없다고 하고. . 아마 그가 가져가는 독일 리슬링 와인은 로버트 파커 100점짜리일 것이다. 마르쿠스 몰리터가 최단시간내에 가장 많은 로버트 파커 100점 짜리 와인을 생산한 양조가니까. .
회에는 굴과 멍게는 당연히 따라 나올 것이고, 전복과 낙지도 나오고 생선 조림과 함께 고구마 튀김이 제공된다. 문제는 회가 어떤 생선의 회냐인데. . 대충 다금바리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다. 자연산 도다리나 광어인 들 또 어떠랴. .
훌륭한 회정찬 코스이니 자, 여기에 와인 순서를 어찌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이다. 이건 뭐 자랑도 아니고 서울사는 사람 군침만 넘기게 만드는 화려한 회 정찬 맛기행이다! 더구나 부산이니 얼마나 더 싱싱하랴! 그리고 그가 가는 단골 횟집일 테니 그를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쓸 것이고.^^
이 궁합에 관한 질문은 국가 대표 소믈리에 대회 실기 시험에서 나올 법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 경우 정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논리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하는 사람도 그 설명을 들으면 더욱 맛있다고 느낄 테니. .
사실 음식과의 궁합에 정답은 없다. 생선요리에 탄닌감이 강한 레드 와인을 마셔서 비린재가 확 풍기면서 철분 냄새를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처럼 아주 엉뚱하게 어울리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느낌이 다를 수 있기에. 심지어 철분 냄새를 즐기는, 요즘 이야기하는 괴식(怪食)의 개성도 있으니. . 알고 보면 누군가에게 미식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괴식이라 생각될 수 있다. 중국의 취두부(臭豆腐), 스웨덴의 청어를 삭힌 수르스트뢰밍(surströmming), 우리나라의 청국장이나 삭힌 홍어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소비뇽 블랑은 풀향, 허브향이 특히 특징적인 품종이고 더구나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프랑스 소비뇽 블랑과 달리 세미용 등과 블렌딩하지도 않았고 프랑스나 다른 신대륙과도 달리 날카로우면서도 맑고 깔끔한 산도가 상큼, 신선함과 발랄함을 주는 것이 특징이고 샤르도네 품종은 꽃향과 과일향이 많이 나지만 아콩카구아 지역은 좀 서늘한 지역이라서 열대 과일향보다는 꽃향과 사과향과 핵과일향이 더 많이 나서 부드럽지만 산도가 있는 편이다. 샤르도네 와인이 향이 약하거나 산미가 약할 경우 소비뇽 블랑 다음에 마시면 상대적으로 평범하고 밋밋하게 느껴져서 샤르도네 고유의 제 특성을 못 느낄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샤르도네를 소비뇽 블랑 뒤에 마셔도 괜찮을 것 같다.
리슬링은 트로켄처럼 아주 드라이해서 입안을 말릴 정도가 되면 제일 나중에 마시기에는 문제가 있으나 새콤 달콤한 산미를 가진 경우에는 고유의 스치는 듯한 석유향과 미네랄 느낌까지 있어 디저트 겸해서 생선 조림과 고구마 튀김과 마시면 잘 어울릴 것 같다. 생선 조림도 약간은 단맛이 감돌텐데 산미가 없으니 그 산미를 리슬링이 맞추어 줄 것이다. 고구마 튀김은 그 고소함에 새콤 달콤한 리슬링을 마시면 더 이상의 궁합은 없을 것이고. 그래서 그 지인에게 이 순서대로 마시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니 본인도 그리 생각했는데 내 안부도 물어볼 겸 겸사겸사 전화했단다.
이 친구의 친구에 대한 정과 겸손함이 빛나는 이유다. 사실 나는 이 친구 덕에 고래 고기를 부위별로 먹어보았고 다금바리도 부위별로 먹어보고 기장의 멸치 구이와 조림 맛집도 가보기도 했다. 광안리 벚꽃길과 그 친구 집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근사한 와인과 함께 하는 정찬과 더불어 뒤풀이로 샤토 오브리옹을 마셔보기도 했고.
근데 이 친구가 서울을 올라오게 되어 식사를 하게 되면 같이 모이는 친구들이 고민이 많다. 워낙 미식가라서 왠만한 서울의 맛집은 이 친구 입맛에 맞을 리가 없기 때문에. 그래서 맛집 보다는 맛이 무난한 집이나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평가해보는 기준으로 음식점을 고르게 된다.
각 지방에 이런 친구 한 명씩만 두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고 보니 여수 출신 친구도 있다. 여수 친구 덕에 여수에서 외부 손님용이 아닌 여수 사람들이 잘 가는 맛집에서 시금치와 새조개를 데쳐먹는 요리도 먹어보고 생전 처음 들어본 금풍생이 생선 구이집도 가보고 돌게장집도 가보았다. 그러고보니 이 친구도 와인 애호가이고 아낌없이 베풀기를 좋아하는 친구다.
진도 출신 친구도 있는데 이 친구는 중학교까지 진도에서 나와서 고등학교를 광주에서 나온 친구다. 이 친구 덕에 울돌목도 가보고 진도 감태가 최고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 친구의 중학교 친구가 하는 목포 수산 도매시장 가게에서 삭히지 않은 생홍어회를 난생처음 먹어보았고 홍어애도 푸짐하게 먹었다. 프와그라보다 맛있는 홍어애를!
요즘 서울에서는 그렇게 푹 삭힌 홍어회는 구할 수가 없어 참으로 아쉽다. 냄새가 나서 민원이 들어가는 데다가 젊은 세대들이 약하게 삭힌 홍어회는 먹어도 푹 삭힌 홍어회는 찾지 않기 때문이란다. 여튼 싱싱한 생홍어회 역시 그 부위별로 너무 맛이 있어서 그 첫맛을 들인 목포 수산 시장을 잊을 수가 없다. 다음 번 칼럼에서는 각 지방 맛기행에 어울리는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리즈로 해볼까?^^
일반적으로 회정식에 어울릴만한 와인 하나를 소개하면서 칼럼을 마무리한다. 피노 그리지오(Pinot Grigio)는 프랑스어로는 피노 그리(Pinot gris)라고 하는데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리슬링에 이어 인기가 있는 화이트 품종으로 잘못 만들면 별 특징이 없는 와인이 되지만 잘 만들면 정말 화려한 향과 적당한 산도가 ‘이 와인 뭐지?’ 라고 다시 한번 라벨을 보게 만드는 품종이다.
* 특징 : 그리스 시대부터 유명했고 드리큘라의 고향 루마니아에서 루마니아 최대 주류 그룹회사가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가성비 갑의 수상경력이 화려한 데일리 화이트 와인!
* 품종 : 피노그지오 100% (Pinot Grigio)
* 생산국 : 루마니아> 문테니아(Muntenia) > 데알루 마레 (Dealu Mare)
* 알코올 도수 : 13%
* 맛과 향 : 그린 배 등의 과일향과 아로마가 풍부하고 넥타 같은 쥬시한 신선 상큼한 향이 적당한 산미와 함께 오래 지속된다.
* 서빙온도 : 8~10℃
* 어울리는 음식 : 해산물, 닭고기, 오리 고기, 칠면조 요리, 각종 샐러드
* 가격대 : 소비자가 3만원대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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