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도 소믈리에가 필요합니다”…경기도, ‘경기미 소믈리에 교육’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7-11 12:46:44
[Cook&Chef = 이경엽 기자] 경기도가 ‘경기미’ 소비 활성화를 위한 이색 실험에 나섰다. 바로 광역 지자체 최초로 ‘경기미 소믈리에 시범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소믈리에라고 하면 흔히 와인을 떠올리지만, 경기도는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에도 미각적 평가와 품질 이해를 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7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이번 교육은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주관했으며, 쌀 품종의 맛과 향, 밥 짓기 실습 등을 포함한 이론·실습 통합형 커리큘럼으로 구성됐다. 신품종 쌀을 활용한 외식업 진입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이번 프로그램에는 전국 각지에서 총 330명이 지원, 정원 30명을 11배 이상 초과했다.
박재철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 기술사업팀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은 이미 ‘쌀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없다는 점이 의문이었다”며, “쌀에도 맛과 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품종 간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쌀, 먹는다고 다 같은 쌀 아니다
교육 참가자들은 △경기미 신품종에 대한 기초 이해 △벼 재배 과정 및 생산 현장 정보 △품종별 식미 평가 기준 △밥 짓기 실습 등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단순히 강의로 듣는 수준을 넘어, 직접 밥을 지어보고 맛을 비교하며 쌀의 개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인상적이다.
박 팀장은 “밥 맛을 좌우하는 향과 식감, 찰기 등의 요소에 대한 평가 기준이 분명히 있다”며, “이번 교육은 그런 기준을 체계적으로 배운 첫 사례”라고 말했다.
고성·김제에서도 모여든 관심… 외식업 종사자 참여도 활발
교육은 수도권에 국한되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거주지는 강원 고성부터 전북 김제, 서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특히 외식업계 종사자, 양조장 관계자, 요리연구가 등 실무 인력이 대거 참여해 향후 경기미 신품종의 메뉴화 가능성에도 기대를 모은다.
인터뷰에 따르면 참가자는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선정됐지만, “요식업 종사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며, “이분들이 경기미를 직접 체험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박 팀장은 전했다.
참가자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실시한 사후 설문에서 93%가 ‘만족’ 또는 ‘매우 만족’을 선택했다. 한 참여자는 “쌀 품종에 따라 밥맛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처음 실감했다”고 밝혔다.
‘먹는 기술’로서의 쌀 교육… 소비 촉진까지 바라본다
이번 교육은 단지 쌀을 잘 아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을 넘어, 쌀의 품종·가공·조리·소비를 하나의 체계로 이해하도록 돕는 시도였다. 박 팀장은 “우리 국민이 매일 먹는 밥에 대해 의외로 잘 모른다”며, “밥 짓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키우는 교육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하반기 중 2차 교육을 계획하고 있다. 나아가 ‘경기미 소믈리에’ 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소비를 견인하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직접 체험하고 이해하는 실습형 교육을 확대해 나가겠다”며, “경기미에 대한 관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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