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흑백요리사2] 백종원 '93점' vs 안성재 '65점'… 28점 차이가 폭로한 '직관적 심사'의 한계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6-01-07 11:19:54

짠맛에 무너진 밸런스 못 읽은 백종원… '맛의 레이어' 꿰뚫은 안성재가 없었다면 벌어졌을 참사 사진 = 넷플릭스

[Cook&Chef = 이경엽 기자] 같은 요리를 먹고 한 명은 '93점'이라는 극찬을, 다른 한 명은 '65점'이라는 낙제점을 줬다. 무려 28점 차이. 이는 단순한 취향의 차이로 치부할 수 없는 간극이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세미 파이널 1차전 '무한 요리 천국'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미식을 바라보는 두 심사위원의 관점 차이를 넘어 '결함을 감지하는 능력의 격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한국농식품융합연구원 이지헌 연구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백종원 대표는 직관적인 맛에 반응하지만, 안성재 셰프는 맛의 구조와 레이어를 본다"며 "백종원 대표가 혼자 심사했다면 치명적인 결함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방송 내용을 정밀 복기해 보면, 이 분석은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다.

백종원의 93점: 화려한 '콘셉트'에 현혹되다

이날 '요리괴물'은 킹크랩, 참나물, 미나리, 조개 육수 등을 활용해 봄의 계절감을 살린 스프 요리를 선보였다. 백종원 심사위원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그는 한 입 맛본 뒤 "계절적인 감각이 확 돋보이는 메뉴다. 먹으면서 봄이다, 봄이다 했다"며 감탄했다.

이어 그는 "채소의 향이 주인공이다. 베이스가 되는 채소의 향을 더 느끼고 싶어서 먹으면서 점점 상쾌함이 느껴지는 게 신선했다"며 93점이라는 고득점을 부여했다. 백종원 대표 특유의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미각은 재료가 주는 일차적인 향긋함과 '봄'이라는 콘셉트에 매료된 것이다. 그는 요리의 표면에 드러난 '상쾌함'에 집중하느라, 그 아래에 깔린 치명적인 구조적 결함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듯 보였다.

사진 = 넷플릭스

안성재의 65점: "소금물에 빠진 오케스트라"… 본질을 꿰뚫은 혹평

하지만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의 미각은 냉혹하리만치 정확했다. 그는 65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던지며 참가자의 기대를 산산조각 냈다. 안성재 위원의 지적은 단순한 '맛없음'이 아니라 '설계의 실패'를 꼬집는 것이었다.

안성재 위원은 "좋은 재료를 다 때려 넣고 맛의 레이어가 쌓이고 쌓여서 맛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조개 육수의 짠맛이 지배해 버렸다"고 일갈했다. 그의 혀는 정확했다. 조개 육수의 과도한 감칠맛과 짠맛이 킹크랩의 단맛을 덮어버렸고, 죽순의 식감마저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밸런스가 확 깨져버렸다(Break)"고 표현했다.

이는 이지헌 연구원이 지적한 "음식은 악기들이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서로 꽥꽥 소리만 지른다고 음악이 되는 게 아니다"라는 비유와 정확히 일치한다. 안성재 위원은 화려한 재료의 향연 뒤에 숨겨진 '불협화음'을 정확히 꿰뚫어 본 것이다. 반면 백종원 대표는 그 소음 속에서 '봄의 향기'라는 환상을 쫓고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 '운'에 속지 않는 눈

결과적으로 요리괴물 본인조차 "조개 육수가 진하게 뽑혀 짠 요소가 튈 줄 몰랐다"며 안성재의 지적을 인정하고 당황했다. 요리사 본인도 인정한 '실패한 간'을 백종원 대표는 왜 93점이나 주며 호평했을까.

여기서 백종원 심사위원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는 대중적인 맛의 흐름을 읽는 데는 탁월할지 모르나, 파인 다이닝 수준의 정교한 밸런스와 테크닉을 검증하는 데는 맹점을 노출했다. 이 연구원의 말처럼 "백종원은 운이나 겉모습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다. 만약 이날 안성재 셰프가 없었다면, 기본기가 무너진 이 요리는 백종원 대표의 93점에 힘입어 '최고의 요리'로 둔갑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28점의 점수 차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서바이벌의 후반부, 'Top 7'을 가리는 무대에서 요구되는 것은 '맛있다'는 감상을 넘어선 완벽한 설계와 실행력이다. "93대 65, 이게 말이 되냐"던 이지헌 연구원의 지적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요리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심사에 대한 전문가적 우려였다.

백종원 대표의 '좋은 게 좋은 것' 식의 직관적 심사는 자칫 요리의 완성도보다는 '한 방'이나 '콘셉트'에 기대는 요행을 부추길 수 있다. 짠맛이 지배하여 밸런스가 박살 난 요리에 93점을 주는 심사위원, 그리고 그 결함을 찾아내 65점을 주는 심사위원. '흑백요리사'가 단순한 인기 투표가 아닌 진짜 요리 서바이벌로서 권위를 갖는 것은, 백종원의 환호를 차갑게 식히는 안성재의 '65점' 덕분이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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