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만찬·미쉐린 파인다이닝에 오른 그 쌀, 뿌리는 김포였다”
민혜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6-16 11:51:13
[Cook&Chef = 민혜경 기자] 한미정상회담 국빈 만찬, 서울신라호텔 미쉐린 2스타 한식당의 밥상 위에 오른 ‘프리미엄 쌀’이 있다. 전국의 생산지를 거쳐온 이 쌀의 이름은 ‘자광미(紫光米)’, 다른 이름으로는 ‘자광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 쌀이 다시 고향 김포에서 부활하고 있다. 원산지 복원과 문화산업화를 선언한 김포시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쌀의 귀환이 아니라, 지역의 식문화 정체성을 되찾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자광미는 김포였다…문헌 속 원산지, 현대적 증명으로 이어지다
김포는 이미 조선 후기의 농서 『산림경제』(1682년, 홍만선), 『농가월령가』(1843, 고상안)에서 ‘밀다리’ 지역이 언급될 만큼 쌀 생산의 요충지였다. 오늘날 이 지역은 김포시 통진읍으로, 바로 자광미가 자생한 지역이다. 그러나 도시화와 외래 품종 보급으로 2010년 이후 자광미의 김포 재배는 자취를 감췄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민선 8기 출범 이후 “김포만의 유전자와 브랜드를 복원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김포시는 자광미 복원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작년에는 김포시농업기술센터 실증포에서 자광미 종자 복원에 성공, 소량 재배를 시작했고, 올해는 월곶면 일대에 약 6,000㎡ 규모로 확대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수확은 오는 10월 말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쌀연구회 중심으로 1ha 이상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4개 기관 ‘맞손’…브랜드화·마케팅·문화 융합까지
김포시는 지난 6월 12일, 자광미의 본격적인 상품화와 문화적 활용을 위한 4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김포시, 쌀전업농김포금쌀연구연합회, 김포고촌농업협동조합, (재)김포문화재단이 참여했다.
생산(농민)–유통(농협)–홍보(문화재단)–정책(지자체)이 손을 맞잡은 구조로, 자광미 브랜드의 전방위 육성을 위한 틀을 마련한 것이다.
조동환 김포고촌농협 조합장은 “로컬푸드매장에 자광미 즉석도정 시설을 마련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생산농가의 안정적 수매까지 지원할 것”이라 밝혔고, 이계현 김포문화재단 대표는 “김포쌀도 이제는 진천·이천·철원처럼 ‘쌀 축제’ 브랜드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며 문화 연계 계획을 예고했다.
항산화 성분 39배, 밥이 약이 되는 김포쌀
자광미는 단순히 역사적 가치만 지닌 품종이 아니다. 김포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통해 자광미의 기능성 유효성분을 분석한 결과,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일반 현미보다 39배, 총폴리페놀과 총플라보노이드는 각각 4배가량 많이 함유돼 있음을 밝혀냈다.
자광미에는 항산화와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성분들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특히 안토시아닌은 일반 현미보다 무려 39배 이상 많이 들어 있어 노화 방지와 항산화 작용은 물론, 눈 건강과 콜레스테롤 억제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총폴리페놀은 체내 염증을 완화하고 암세포 억제에 도움이 되며, 총플라보노이드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이처럼 자광미는 단순한 전통 토종쌀을 넘어, 밥상이 곧 건강이 되는 ‘기능성 식자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김포시는 이를 바탕으로 자광미를 단순한 토종벼가 아닌 기능성 프리미엄 쌀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미 소포장 브랜드 개발, 막걸리·가공식품 전환, 체험 프로그램 등 연계 콘텐츠를 가동 중이며, 애기봉 등 김포 관광자원과 연계한 K-푸드 시리즈 상품화도 검토되고 있다.
“잊혀진 원조의 귀환”…K-푸드의 본질을 복원하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좋은 쌀의 원조는 김포였지만, 그동안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자광미를 통해 김포쌀이 세계로 뻗어가는 대표 K-푸드가 되도록 전폭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장영철 쌀전업농김포금쌀연구연합회장은 “자광미처럼 기능성 특수미를 식자하고 다품종·소포장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포 자광미는 단순한 농산물이 아닌, 한 도시의 문화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농식품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500년 전 농부의 손끝에서 시작된 유전자가, 이제는 도시 브랜드와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는 자산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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