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반복된 참사…SPC, ‘안전 불감증’ 여전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5-05-21 11:47:57
[Cook&Chef=이경엽 기자] 지난 5월 19일 새벽 3시, SPC그룹 계열사인 삼립 시흥 제빵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SPC 계열사 내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세 번째 사망 사고이자, 열한 번째 산업재해다. 여론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SPC는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되풀이된 죽음…SPC그룹 11건 산업재해 속 3명 사망
SPC그룹 산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최근 3년간 총 11건에 이른다. 2022년 평택 SPL 공장에서 소스 혼합기에 끼어 숨진 사고, 2023년 성남 샤니 공장 반죽기 사고에 이어, 2025년 시흥 삼립공장에서 또 한 명의 목숨이 스러졌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특별감독 결과에서도 SPC 계열사 52곳 중 86.5%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대표적인 위반 사례는 ▲기계 보호장치 미설치 ▲작업 중 운전 정지 미실시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 부재 등이었다.
"변한 게 없다"…소비자단체, SPC에 강력 촉구
사고 발생 이틀 후,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SPC그룹의 반복된 산재 문제를 지적하며 진상 규명과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이대로는 또다시 죽음이 반복될 것”이라며 향후 법적 조치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김가람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식품소비자위원회 간사는 ‘쿡앤셰프’와의 통화에서 “작년부터 SPC 관련 사고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지만 뚜렷한 개선은 없었다”며 “이번 성명은 반복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SPC가 발표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은 겉보기에 불과하다”며 “2인 1조 근무 자체도 무리한데다, 기계 끼임을 막을 수 있는 시설 보강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작 필요한 설비 개선은 빠진 채 ‘투자하겠다’는 외형적 조치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김 간사는 또 “현재 단체 내부 변호사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SPC를 고발하기 위한 절차를 준비 중”이라며 “단순한 사과문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조만간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PC “답변 어렵다”…사실상 질의 회피
SPC그룹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SPC그룹 홍보기획팀에 문의한 결과, 명확한 답변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 이름을 밝히기조차 거부한 홍보기획팀 관계자는 “지금은 답변을 할 수 없다”며 “언제 답변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부서와도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사실상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이는 사고와 관련된 책임 있는 대응은커녕, 국민과 소비자 앞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1,000억 투자’도 의심받는 실효성
SPC그룹은 앞서 2022년 “3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안전투자”를 공언했고, 국회에도 ‘SPC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제출했다. 당시 회사는 투자 일정을 단축하고, 2023년까지 440억 원을 우선 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른바 ‘1,000억 투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부터도 실효성에 의문을 받았다. 장시간 2교대 근무와 기계 안전설비 미비 등 본질적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파리크라상 일부 작업장에 근골격계 예방 장비는 설치됐지만, 끼임 사고를 막는 센서나 차단장치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정부와 시민단체가 경고를 거듭하는 동안, 현장의 노동자는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반복되는 사고, 반복되는 대책. 진정한 변화 없이 ‘사고 뒤 대처’에만 머무는 기업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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