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셰프 뉴스] E.J. 라가시, 아버지의 왕국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는 22세의 거장

이준민 기자

cnc02@hnf.or.kr | 2025-12-07 12:00:13

- 미슐랭 역사상 최연소 2스타 셰프 등극, 뉴올리언스의 새로운 아이콘
- 아들의 손에서 35년 만에 미슐랭 2스타로 부활
- “아버지와 함께하는 최고의 영예”, 유산의 무게를 짊어진 젊은 거장의 포부

[Cook&Chef = 이정호 전문기자] 2025년 11월, 미국 남부의 미식 수도 뉴올리언스에서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설적인 스타 셰프 에머릴 라가시(Emeril Lagasse)의 아들, E.J. 라가시(E.J. Lagasse)가 22세의 나이로 미슐랭 역사상 최연소 2스타 셰프가 된 것이다. 그가 이끄는 레스토랑 ‘에머릴스(Emeril’s)’는 ‘미슐랭 가이드 아메리칸 사우스 2025’에서 이 지역 유일의 2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되었으며, E.J. 자신은 ‘영 셰프 어워드(Young Chef Award)’까지 수상하며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아버지의 거대한 그림자 아래서,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35년 역사의 레스토랑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뉴올리언스 미식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의 이러한 성공은 단순한 2세 경영을 넘어, 한 명의 독립된 셰프로서 이뤄낸 값진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지 = People

레스토랑에서 자란 아이, 운명을 요리하다

E.J. 라가시에게 주방은 놀이터이자 교실이었다. 아버지의 플래그십 레스토랑 ‘에머릴스’의 카운터에 앉아 당근 껍질을 벗기던 어린 소년은 자연스럽게 요리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에게 결정적인 순간은 8살 때, 뉴욕의 ‘카페 불루(Café Boulud)’에서 맛본 석류 글레이즈 오리 요리였다. 그는 “그 순간,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한다. 

요리에 대한 열정은 그를 세계적인 명문 요리학교인 존슨 앤 웨일즈(Johnson & Wales)로 이끌었고, 졸업 후에는 뉴욕의 전설적인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Le Bernardin)’에서 에릭 리퍼트(Eric Ripert) 셰프 밑에서 2년간 수련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3년 전, 그는 마침내 뉴올리언스로 돌아와 아버지의 왕국 ‘에머릴스’의 셰프 겸 공동 오너로 금의환향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유산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통과 진화의 공존: ‘에머릴스’의 새로운 시대

E.J. 라가시는 ‘에머릴스’의 35년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섬세한 감각으로 메뉴에 미묘한 진화를 더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심장과도 같은 크리올(Creole) 요리의 기본은 지키되, 현대적인 조리법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맛을 선보인다. 특히 그의 요리에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포르투갈 유산이 깊게 배어있다.

그는 아버지의 프렌치-캐나다 혈통과 어머니의 포르투갈 혈통이 어우러진 가정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음식 문화를 접했고, 이는 그의 ‘경계 없는 요리’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는 “일주일에 10개, 혹은 하루에 10개의 아이디어를 실행한다. 그중 몇 개만 성공해도 괜찮다”며 끊임없는 실험과 창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에머릴스’는 ‘북미 50 베스트 레스토랑’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며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이미지 = 미쉐린가이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40주년을 향한 꿈

E.J. 라가시에게 가장 큰 영광이자 기쁨은 이 모든 여정을 아버지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영예”라며 아버지에 대한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 주방 안팎에서 완벽한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두 사람은 이제 ‘에머릴스’의 40주년이라는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J.는 “뉴올리언스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레스토랑, 이 도시를 존중하면서도 세계 최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아버지 에머릴 라가시 역시 아들의 성장에 대해 “놀랍다”고 표현하며, 그의 잠재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전설적인 아버지의 유산을 이어받아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22세 거장의 어깨 위에서, 뉴올리언스 미식의 미래는 밝게 빛나고 있다.

Cook&Chef / 이정호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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