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은 어색하지 않다, 지금은 ‘모두의 한그릇’ 시대
이경엽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7-03 11:43:42
1인 가구 증가와 인식 변화가 이끈 외식의 진화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이경엽 기자] 10년 전만 해도 혼자 밥을 먹는 건 어색한 일이었다. 고깃집, 술집에서 혼자 식사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고, ‘혼밥 레벨 테스트’라는 이름의 유행이 생겼을 정도로 혼밥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혼밥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다. 2025년 현재, 혼밥은 일상이 되었고, 이제는 외식업계가 먼저 혼자 먹는 고객을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혼밥’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2025년 기준, 혼밥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은 83%에 달한다. 10명 중 8명이 혼밥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셈이다. 10년 전만 해도 ‘쓸쓸하다’, ‘이상하다’, ‘외롭다’는 키워드가 혼밥을 설명했지만, 이제는 ‘편하다’, ‘좋다’, ‘즐기다’, ‘저렴하다’라는 감정이 소비자 입을 타고 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외식업의 운영 방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인부터 주문 가능한 메뉴가 당연하던 시대는 끝났다. 전골, 생선회, 찜, 볶음요리까지도 1인 메뉴로 재탄생하고 있다. 실제로 나이스지니데이타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과 2025년을 비교했을 때 코다리찜은 162%, 쟁반짜장은 125% 가까이 1인 메뉴 판매액이 증가했다. 외식업계도 이제 ‘혼자 먹을 수 없는 음식’이란 말을 하지 않는다.
배달앱도 변했다, ‘한그릇’이 대세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배달앱도 변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한그릇’이라는 이름의 1인 메뉴 전용 서비스를 출시했고, 출시 후 8주 만에 127만 그릇이 팔렸다. 하루 평균 6만 건 이상이 이 서비스를 통해 주문되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한그릇’ 메뉴를 도입한 가게들의 매출과 주문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메뉴 하나를 더 넣은 것이 아니라, 혼자 먹는 손님을 위한 구조와 경험을 다시 설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배달이 회전율에 대한 고민을 줄여주면서 혼밥 손님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소비자는 ‘가성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혼자 먹는다고 해서 아무 메뉴나 고르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이제 양과 가격의 균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전문가들은 이를 ‘60%의 법칙’이라 설명한다. 기존 2인 메뉴를 단순히 반으로 줄이면 양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기 쉬운데, 양과 가격을 모두 60% 수준으로 맞추면 고객은 푸짐한 1인분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음식점은 객단가를 유지할 수 있어 윈윈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은 혼밥을 위한 공간 구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벽을 바라보는 테이블이나 창가석, 키오스크가 있는 매장은 혼밥 손님에게 훨씬 부담 없는 선택이 된다. 가격만큼이나 분위기, 속도, 편의성도 혼밥 성공의 중요한 조건이다.
광화문 1인 도시락 브랜드의 전략은?
서울 광화문에서 ‘혼밥의신’이라는 배달 도시락 브랜드를 운영하는 장대성 대표는 ‘프리미엄 도시락’이라는 개념을 통해 1인 메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초기에는 고가 메뉴로 시작했지만, 고객 피드백을 반영해 저가 라인도 운영하며 현재는 일일 수십 건의 단체 주문까지 소화하고 있다.
그는 “1인 메뉴의 핵심은 메인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밑반찬을 줄이고, 고기나 생선 같은 메인을 넉넉히 담아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곳의 도시락 용기는 전부 정사각형으로 맞춰져 있어 조리 효율과 보온 유지, 깔끔한 인상까지 동시에 확보했다. 직장인 고객을 위한 시간 약속 준수, 영수증 처리, 빠른 조리 시스템 등도 높은 재구매율을 이끌어낸 요인이다.
1인 가구가 늘고, 혼밥이 일상이 된 지금, 외식은 ‘함께’에서 ‘각자’로 이동하고 있다. 메뉴 구성, 가격 전략, 배달 방식, 식사 환경까지 모든 것이 혼자 먹는 고객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다. 혼밥은 더 이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자기중심적인 식사의 방식이 됐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모두의 한그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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