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사설] '흑백요리사 2'가 남긴 명과 암, 그리고 시대적 과제
쿡앤셰프
| 2026-01-14 11:33:08
IP 보호와 윤리적 기준 마련으로 일시적 열풍을 넘어 지속가능한 미식 생태계로
[Cook&Chef = 쿡앤셰프]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가 남긴 여운이 강렬하다. 이번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 한국 미식 콘텐츠의 위상을 각인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미식 의식을 한 단계 고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예능이라는 틀 안에서 노출된 조리 철학의 왜곡과 심사의 한계는 우리에게 무거운 숙제를 안겼다. 본지는 이번 종영을 계기로 므히과 조리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시즌은 조리라는 행위가 단순한 노동이 아닌, 기술과 창의성이 응집된 고도의 창작 과정임을 대중에게 증명했다. 수십만 원에 달하는 다이닝 가격이 단순한 '비쌈'이 아닌, 셰프의 고뇌와 정교한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좋은 소비자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는 원칙 아래, 시청자들은 식재료의 이해부터 도구의 활용까지 심도 있는 미식 정보를 습득하며 수준 높은 비평가로 거듭났다. 넷플릭스의 영상미와 구성력은 우리 조리인들의 수준 높은 기술을 세계적 콘텐츠로 승화시키며 '미식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켜 주었다.
몇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예능적 소비라는 특성으로 대중적 흥행 이면에는 조리 예술의 본질을 '단순화'시킨 위험 요소도 존재했다. 예능적 재미를 위해 수많은 요리사의 노고를 한 두사람의 심사를 통해 단순 탈락으로 소비한 점은 뼈아프다. 특히 후덕죽, 박효남 셰프와 같은 거장들의 공력을 단순히 승패의 잣대로만 평가한 것은 대중에게 조리사의 깊이를 오해하게 할 소지가 다분하다.
더군다나 안성재 셰프가 보여준 분석적이고 기술적인 심사에 비해, 백종원 심사위원의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평가는 아쉬움을 남긴다. 후덕죽 셰프나 선재스님과 같이 특정 분야의 정점에 선 거장들의 요리를 논하기에 심사위원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담보되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음식은 문화의 산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에서 우리 한식 고유의 기술과 창의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한 점은 한국 음식 문화 발전을 위해 성찰해야 할 대목이다.
흑백요리사 시즌2의 흥행은 음식이 멋진 사회적 문화활동을 넘어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아이템으로 급속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는 방송의 화제성을 넘어 조리 산업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지적재산권(IP) 보호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요리사의 창의성이 담긴 레시피와 조리법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지적 자산이다. 식재료, 조리 도구, 정밀한 조리 과정을 기록하고 등록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조리는 개인의 소비 활동을 넘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활동이다. 식재료 선정부터 조리 방식에 이르기까지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강화하여 지속 가능한 미식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흑백요리사 2'는 몇몇 조리사들에게 영광을 주었지만, 동시에 우리 조리업계의 민낯과 과제도 보여주었다. 우리는 이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도록 조리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식의 문화적 가치를 기술적으로 정교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본지는 정부와 관련 기관이 조리사의 지적재산권 보호 정책 수립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하며, 조리인들 또한 단순한 기술자를 넘어 윤리적 소명을 다하는 문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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