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바다의 호르몬’ 성게알, 왜 건강식으로 주목받을까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1-20 23:29:47
미식의 영역을 넘어, 몸을 살리는 해산물의 힘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바다의 향을 가장 부드러운 방식으로 전하는 식재료를 꼽으라면, 성게알만큼 상징적인 존재도 드물다. 한 숟가락만으로도 바다의 깊은 맛이 입안 가득 번지는 성게알은 오랫동안 고급 일식 요리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게알은 미식의 영역을 넘어 ‘몸에 이로운 식재료’로 다시 조명되고 있다. 파스타와 비빔밥, 미역국 등 일상적인 식탁으로 스며들며, 그 영양적 가치 또한 자연스럽게 대중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성게는 전 세계적으로 900여 종이 분포하는 극피동물로, 우리나라 연안에도 약 30종가량이 서식한다. 이 가운데 보라성게와 말똥성게가 주로 식용으로 활용된다. 흔히 ‘성게알’이라 부르는 노란 부분은 실제로 알이 아니라 성게의 생식선으로, 성게 한 마리에서 얻을 수 있는 양은 매우 적다. 해녀들이 수작업으로 채취하고, 다시 손으로 하나하나 분리해야 하는 과정까지 더해져 성게알은 노동집약적인 식재료로 분류된다. 이 같은 희소성과 손질의 까다로움이 성게알을 귀한 음식으로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고단백 영양원
성게알이 건강 식재료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백질과 무기질의 균형 잡힌 구성에 있다. 성게알 100g에는 약 15g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해산물 중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단백질은 근육과 세포를 구성하는 기본 영양소일 뿐 아니라, 신체 회복과 면역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칼슘, 인, 철분 등 무기질과 비타민 B군이 더해져 신진대사를 돕고 피로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특히 성게알에는 아연이 풍부하다. 아연은 세포 분열과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미네랄로, 예로부터 스태미나 식품으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모의 산후 회복에 성게 요리가 활용돼 온 것도 이러한 영양학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철분과 엽산, 비타민 B군이 함께 작용해 혈액 생성과 에너지 대사를 돕기 때문이다.
성게알은 ‘기름진 맛’으로 기억되지만, 실제로는 지방 함량이 낮은 편에 속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포함된 지방의 대부분이 불포화지방산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고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오메가3 지방산 역시 성게알이 가진 강점이다. 혈압을 안정시키고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중·장년층 건강 관리 식재료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성게알에는 항산화 작용을 돕는 성분과 면역 기능을 보조하는 물질이 함께 들어 있다. 자연 상태에서 해조류를 먹고 자라는 성게의 식성이 이러한 영양 구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열량 대비 영양 밀도가 높아, 과식을 피하면서도 영양을 보충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한 식재료다.
술자리 이후, 몸이 먼저 기억하는 해장 음식
성게알이 ‘해장에 좋다’는 평가는 단순한 민간 속설에 그치지 않는다. 성게알에는 알코올 분해를 돕는 효소와 아미노산이 포함돼 있어 간 대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미역과의 궁합이 더해지면 효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역의 알긴산과 성게알의 영양 성분이 만나 숙취로 지친 몸을 부드럽게 회복시킨다.
제주에서 성게를 ‘구살’이라 부르며, 경조사 음식으로 성게 미역국을 내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력을 보충하는 음식으로 오랫동안 자리해온 것이다. 조리법 역시 단순하다. 미역국을 충분히 끓인 뒤 불을 끄기 직전에 성게알을 넣는 것만으로도, 영양과 풍미를 모두 지킬 수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바다의 보양식
성게알은 일본에서는 ‘우니’라는 이름으로 정착하며 다양한 요리 문화로 발전해 왔지만, 우리나라 역시 오래전부터 성게를 식재료로 활용해 왔다. 『자산어보』에 기록된 ‘율구합’이라는 명칭이나, 제주 방언 ‘구살’은 성게가 한반도 식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접근성이 제한적이었지만, 유통과 보관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가정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성게알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성게알은 비빔밥, 파스타, 국수, 계란찜처럼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러나 어떤 요리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몸에 이롭다’는 본질이다. 강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한 번 익숙해지면 오히려 그 향이 건강함의 신호처럼 느껴진다.
바다를 통째로 떠올리게 하는 성게알은 미각을 만족시키는 식재료이면서 동시에 몸을 돌보는 음식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영양,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밀도 높은 식재료. 건강한 식탁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성게알은 다시 한 번 주목할 만한 선택지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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