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숨 쉬는 발효의 그릇” – 금천구, 장과 장독대의 가치를 체험 공간으로 담다
정영 기자
cooknchefnews@hnf.or.kr | 2025-06-24 10:47:24
[Cook&Chef = 정영 기자] 도심 속에서 장이 숨 쉬기 시작했다. 24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가 조성한 ‘금천 강희맹 장독대 체험관’이 전통 장의 지혜와 현대의 교육을 접목해 새로운 식문화 공간으로 거듭났다. 오는 27일 오전, 금천구 보건소 앞에서는 이 체험관의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금천강희맹장독대’는 조선시대 문인 강희맹이 집필한 『사시찬요초』에 기록된 장 담그기 방식을 기반으로 하며, 숨 쉬는 그릇 ‘장독대’의 원리를 도심 속에 재현한 것이 특징이다. 구는 노후된 수경재배실과 창고를 철거하고, 전통 담장과 협문, 체험 탁자, 옹기 포토존을 갖춘 발효의 미학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숨 쉬는 항아리, 발효의 과학
우리 전통 장은 단순한 저장식품이 아니다. 된장·간장·고추장 등은 숨 쉬는 도기 항아리 속에서 온도와 습도를 스스로 조절하며 숙성되는 ‘살아 있는 음식’이다. 장독대는 햇빛과 바람, 미생물과 공기의 조화를 통해 자연발효의 절정을 만들어낸다.
이번 체험관은 바로 그런 전통 발효 환경을 ‘체험 가능한 교육 공간’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고추장 만들기, 항아리 저금통 만들기, 장 숙성 관찰 등의 프로그램은 발효 식문화에 대한 체득형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세대와 이웃을 잇는 장
강희맹 장독대 체험관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장이 매개가 되는 공동체 플랫폼’이다. 직접 담근 장을 이웃에게 나누는 ‘나눔장독대’, 바른 먹거리 교육과 실습을 겸한 ‘우리장독대’, 장을 활용한 요리수업 ‘찾아가는 강희맹 요리교실’까지, 장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구조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이번 체험관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전통 장을 직접 보고 만들며 식문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구민의 건강한 식생활 문화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대 도시에서 장독대가 필요한 이유
전통 장독대는 현대인의 식탁과는 멀어졌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은 오히려 지금 더 절실하다. 자연을 이용한 발효, 느림의 미학, 가족이 함께 모여 음식을 담그는 문화는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 잊혀졌던 식생활의 본질을 다시 일깨운다.
이번 금천구의 장독대 체험관은 그 상징적인 시작이다. 과학과 미학이 공존하는 장의 공간에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시금 음식의 본질을 배우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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