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icious / 목동 맛집> 이조면옥 : 매콤·새콤한 회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잡는다
조용수
cooknchefnews@naver.com | 2018-08-03 08:58:10
- 건면이 아닌 생면을 사용해 빠른 시간안에 먹어야 제맛을 느낀다.
요즘같이 무더운 날씨엔 차가운 냉면 육수 한 그릇이 생각나기도 간절하다. 거기에 편육과 함께 소주 한 잔 걸치고, 입가심으로 매콤하고 새콤한 홍어와 편육이 올려진 함흥식 비빔냉면에 매운 다진 양념에 식초와 겨자를 넣고 비벼 한 입 베어 물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새로운 긴장으로 건강해짐을 느낄 수 있다.
writer & photo _ 조용수 기자
Delicious / 목동 맛집 (냉면전문점)
"더위야 가라"
매콤·새콤한 회냉면 한 그릇으로 더위를 잡는다
양천구 목동 '이조면옥'
냉면은 원래 이북음식이다. 척박한 땅에 가장 수확이 좋은 조나 메밀, 고구마를 심어 밀과 벼를 대신해 겨울철 주식으로 생활했던 옛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의 선조들이 곤궁한 생활을 지탱시켜준 고마운 작물이다. 이런 메밀과 고구마로 전분을 만들어 평안도 지방은 메밀 전분을 사용한 평양식 냉면을, 함경도 지방은 고구마 전분을 사용한 함흥식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면류 음식인 냉면을 개발한 우리 조상들의 음식에 대한 식견은 탁월하다는 표현 방법밖에 없다는 것에 아쉽다.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이조면옥’은 고구마 전분을 재료로 쫄깃한 면발로 냉면을 만드는 전통적인 이북식 방식에 박찬진 주방장만의 노하우를 입혀 ‘이조면옥’만의 냉면 맛으로 20여 년의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냉면이라고 하면 육수를 만들고, 반죽한 면을 삶아내면 간단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냉면만큼 손이 많이 가고 만드는 사람의 노하우를 요구하는 음식은 없을 것이다. 간단하게 보이는 음식일수록, 업장 회전율이 높은 음식일수록 더하다. 냉면과 설렁탕의 공통점은 바로 빠른 회전율과 손과 정성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는 점이다.
‘이조면옥’의 냉면 육수는 소고기와 사골과 설깃 그리고 양지로 육수를 뺀다. 처음 사골을 12시간 끓여서 육수 하나를 만들고, 또다시 설깃살과 양지를 넣고 끓여낸 육수와 최상의 무와 대파, 마늘과 양파, 다시마와 감초 등 10여 가지 야채를 넣고 끓인 채수와 혼합하여 냉장고에 숙성시킨 후, 사용한다.
“원래 냉면의 육수는 꿩고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꿩이 귀한 요즘은 100% 수입 소고기로 맛을 내고 있습니다. 한때는 닭발과 닭머리를 육수 재료로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요즘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소고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48시간이란 시간이 걸리는 육수 만들기만큼 힘든 것이 고구마 전분의 반죽이다. 일반적인 냉면집은 스파게티처럼 마른 건면을 사용해 삶아내는 경우가 많지만 ‘이조면옥’은 생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일이 손으로 면을 반죽해야만 한다. 마치 고급 중식당의 수타면처럼 면을 뜨거운 물로 온반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냉면집 조리사의 손은 일반인과는 다른 체감온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주방의 고충을 박찬진 주방장은 다음과 같이 어려움을 전한다.
“생면이 건면에 비해 맛과 식감은 탁월합니다. 만들기도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쉽게 불기 때문에 면을 만들자마자 빨리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식감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기 위해 찬 얼음물에 담갔다가 면의 온도를 최저치로 낮춘 후, 고명과 함께 고객들의 식탁 앞으로 내놓습니다. 제대로 된 맛있는 냉면을 맛보려면 면을 삶아낸 후, 3분 이내에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이조면옥’ 주방 식구들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단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조면옥’ 냉면 중에서도 인기가 있는 냉면은 홍어회 무침을 고명으로 한 회냉면이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식초와 겨자를 곁들여 먹으면 매콤·새콤한 냉면 맛을 즐길 수 있다. 맵고·시고·달콤한 맛 세 가지로 묘사할 수 있는 ‘이조면옥’의 회냉면은 특히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다. 면발을 입에 넣으면 새콤·달콤한 양념이 입안을 맴돌고, 거듭 먹다 보면 매운 기운이 혀에 남아 연거푸 육수를 마시게 된다. 면발은 고구마 전분 함유량이 높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가위로 네 등분해서 간편하게 먹지만 함흥냉면을 즐기는 중·장년층은 면발이 질긴 그대로 먹어야 진짜 냉면 맛을 즐기는 것이라며 질긴 면발을 가위로 자르지도 않고 이로 끊어 먹는 풍경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매콤한 함흥냉면은 아무리 더운 날씨여도 따끈한 육수와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때문에 함흥냉면 집들은 육수를 내는데 각별한 신경을 쓴다. ‘이조면옥’도 주방장만의 비결로 구수하면서도 단맛이 입안을 감싸는 육수를 내놓는다. 또한, 냉면에 참기름, 식초, 겨자, 설탕, 양념장을 추가해 취향에 맞게 간을 맞춘 후 따끈한 육수와 함께 먹어야 함흥냉면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조면옥’의 박찬진 주방장이 권하는 냉면 맛있게 먹는 방법 중, 물냉면 경우엔 처음 그대로의 개운하고 시원한 냉면의 맛을 즐기는 것이란다. 그리고 서너 젓가락 먹은 후, 식초와 겨자를 넣고 자신만의 식성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이때 "식초는 면에 치시고, 겨자는 육수에 풀으시라" 라고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식초가 면을 부드럽게 만들어 소화를 돕기 때문이고, 겨자 덩어리가 면에 닿지 않게 풀어야 국물 맛이 제대로 난다는 설명이다. 냉면은 요즘 식으로 치면 대표적인 저 칼로리 건강식이다. 어떤 재료를 써도 한 그릇에 600㎉는 넘지 않는다. 다이어트에 좋은 것은 물론이고 각종 영양소의 분포 면에서도 뛰어난 음식으로 통한다. 다만 냉면은 그 성질이 차기 때문에 배가 차고 설사를 잘 하는 사람은 자주 먹지 않는 편이 좋다.
‘이조면옥’에서는 냉면뿐만 아니라 갈비찜과 갈비탕 그리고 이북식 왕만두 역시 최고의 음식으로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갈비찜은 사과, 배와 제철 4가지 과일과 천연 벌꿀로 맛과 향을 가미하고 일정 기간 숙성해 육질의 부드러움과 양념의 맛이 배합되어 그 맛이 일품이다. ‘이조면옥’이 자랑하는 차가운 회냉면과 부드럽고 맛있게 숙성된 갈비찜, 그리고 매운 회냉면의 알싸함을 잡아주는 왕만두와 함께 온 가족이 이열치열로 여름의 더위를 이겨내는 방법도 올여름의 불볕더위를 이기는 최고의 피서법일 것이다.
여름철 별미의 으뜸인 냉면. 혹자는 이열치열이라 본디 냉면은 겨울철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여름이면 ‘이조면옥’ 주차장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보면 분명, 냉면은 여름 음식이다. 이제 말복도 코앞이다. 시원한 물냉면을 먹을까? 매콤한 회냉면을 즐길까? 하는 행복한 고민과 함께 ‘이조면옥’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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