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달걀 한 알의 힘…완전식품을 다시 보는 시간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5-11-26 09:57:27
난각번호 논란, 무엇이 정답일까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국민 식자재’ 달걀은 밥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재료 가운데 하나다. 가격 부담이 적고 조리법도 다양해 아침 식사, 도시락 반찬, 제과·제빵, 간식까지 하루 종일 활용된다. 하지만 “노른자에 콜레스테롤이 많다”, “매일 먹어도 괜찮을까” 같은 걱정도 여전하다. 실제로 달걀은 어떤 영양학적 강점을 갖고 있고, 건강하게 먹기 위한 원칙은 무엇일까.
‘작은 영양 공장’…뼈·근육·뇌까지 두루 챙기는 완전식품
달걀의 가장 큰 장점은 고품질 단백질이다. 달걀 한 개(대란 기준)에는 약 6g의 단백질이 들어 있는데, 아미노산 구성이 인체에 이상적이라 ‘표준 단백질’로 쓰일 만큼 높다. 근육과 장기, 호르몬과 효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한 번에 공급해 주는 셈이다.
영양소의 분포는 노른자와 흰자가 다르다. 노른자에는 지용성 비타민 A·D·E·K, 비타민 B군, 인·칼슘 같은 무기질, 항산화 성분 루테인·제아잔틴, 뇌 건강에 중요한 콜린이 집중돼 있다. 비타민 D와 콜린처럼 다른 식품에서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띈다.
흰자는 지방이 거의 없고 단백질 비중이 매우 높다. 열량 부담 없이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싶을 때 활용하기 좋다.
이 덕분에 달걀은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하는 중·장년층의 뼈와 치아 건강, △백내장과 노안 예방에 도움을 주는 눈 건강, △집중력과 기억력 유지에 관여하는 뇌 기능, △피로 회복과 에너지 대사, 면역력 강화까지 전신 건강에 폭넓게 기여하는 식품으로 평가된다.
아침에 달걀을 먹으면 체중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잇따른다. 단백질이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점심 과식을 줄이고, 하루 전체 열량 섭취를 자연스럽게 낮춰 준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논란, 최근 연구는 뭐라고 말하나
달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바로 콜레스테롤이다. 노른자 한 개에는 180mg 안팎의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어 ‘하루 한 개 이상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연구 결과는 다소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건강한 식단을 전제로 할 때, 대부분의 성인은 하루 1개 안팎의 달걀을 먹어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노년층에서 오히려 ‘좋은 콜레스테롤’(HDL)이 늘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줄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핵심은 “달걀 자체보다 함께 먹는 음식과 전체 식단 패턴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달걀과 함께 자주 올라오는 소시지·베이컨·버터·흰빵 등은 포화지방과 정제 탄수화물이 많아 심혈관 위험을 키운다. 반대로 달걀을 채소, 통곡물, 올리브오일 등과 곁들이면 영양 균형을 맞추면서도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다만, 이미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당뇨병, 고지혈증 등 고위험군이라면 의사와 상의해 개인별 섭취 상한을 조절하는 것이 안전하다.
삶기·수란이 ‘베스트’…날달걀은 피하고, 안전하게 익혀야
달걀의 건강 효과는 조리법에 따라 달라진다. 물에 삶거나 살짝 데친 삶은 달걀·수란은 기름을 거의 쓰지 않아 열량이 낮고, 단백질 소화·흡수율도 높다. 다이어트나 혈당 관리가 필요할 때 가장 권장되는 방식이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만드는 프라이·스크램블은 조리법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사용하는 기름의 종류와 양에 따라 건강성이 갈린다. 포화지방이 많은 버터·쇼트닝 대신 올리브오일이나 카놀라유를 소량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날달걀은 살모넬라 식중독 위험뿐 아니라 단백질 흡수율도 떨어뜨려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75℃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가열해 먹을 것”을 권고한다.
아침 공복에 달걀을 먹어도 위에 큰 부담을 주지 않으며, 혈당을 급격히 올리지 않아 다른 식품과 조합하기에 좋다. 삶은 달걀에 시금치·토마토·브로콜리 같은 녹황색 채소, 베리류와 무가당 요거트를 곁들이면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 C까지 함께 챙길 수 있다.
난각번호·유통기한 확인…신선한 달걀, 이렇게 고른다
영양이 아무리 풍부해도 신선하지 않은 달걀은 안전할 수 없다. 달걀을 고를 때는 먼저 난각에 인쇄된 10자리 숫자를 확인한다. 앞의 네 자리는 산란일(예: 1125는 11월 25일)을 뜻해 신선도를 가늠하게 해 주고, 마지막 한 자리는 닭의 사육방식을 의미한다. 사육 환경 번호(1~4번)는 닭이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영양 성분의 ‘등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품질을 더 꼼꼼하게 보려면 포장지에 표시된 1+·1·2등급 표시를 참고한다. 이는 껍데기 상태, 노른자 높이, 난백(흰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로, 등급이 높을수록 균일하고 신선한 달걀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 구매 시에는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아 있고 △껍데기에 금이 가거나 얼룩이 없으며 △표면이 지나치게 반질반질하지 않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집에서는 즉시 냉장고(2~8℃)에 보관하고, 세척은 먹기 직전에 가볍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리 씻어 두면 보호막이 벗겨져 세균 침투 위험이 오히려 커지기 때문이다.
값비싼 수퍼푸드를 찾지 않아도, 냉장고 속 달걀 한 판만 잘 활용해도 일상의 영양 구조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오늘 아침 식탁에서 삶은 달걀 한 개를 더해 보는 것, 가장 간단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건강 관리법 중 하나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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