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묵, ‘다이어트 음식’ 넘어 항산화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이유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 2025-11-01 11:59:29
타닌·아콘산·식이섬유가 만드는 ‘몸속 정화 효과’
[Cook&Chef = 송채연 기자] 가을이 오면 길가에 떨어진 도토리를 종종 보게 된다. 작고 단단한 그 열매 속에는 예부터 사람들의 배를 채우고 몸을 보살핀 지혜가 담겨 있다. 흉년에도 끼니를 이어가게 했던 도토리는 오늘날엔 ‘건강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토리 가루를 끓여 만든 도토리묵은 부드럽고 담백한 맛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음식이다.
고식이섬유 저칼로리, 다이어트에 제격
도토리묵은 100g당 약 46kcal로, 칼로리가 낮으면서 수분 함량이 약 90%에 달한다.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주기 때문에 체중 조절 식단에 자주 활용된다. 여기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장 운동을 촉진하고, 지방 흡수를 억제해 콜레스테롤 배출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도토리에 포함된 탄닌 성분은 담즙산과 결합해 체내 지방 대사를 조절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속 정화와 노화 방지에도 효과
도토리 속 아콘산은 중금속이나 유해 물질을 체외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도토리 가루 1kg은 약 3.5톤의 폐수를 정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흡착력을 지닌다. 이 성분 덕분에 도토리묵은 체내 독소 제거와 피로 회복,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자연식품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도토리에 풍부한 타닌과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는 항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 노화를 늦추고, 피부 탄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칼륨 성분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혈관 건강을 지키고, 고혈압 예방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통 의서인 『동의보감』에서도 도토리를 “장을 든든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한다”고 기록해, 예로부터 위와 장을 보호하는 식재료로 알려져 왔다.
섭취 시 주의점도 기억해야
모든 음식이 그렇듯 도토리묵도 체질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변비가 있는 사람은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도토리에 함유된 타닌 성분이 장내 수분을 흡수해 오히려 변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토리묵을 감과 함께 먹는 것은 금물이다. 두 식품 모두 수렴 작용을 해 변비나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평소 몸이 차거나 위장이 약한 사람은 묵을 차갑게 먹기보다는 따뜻한 국물 요리나 전골 형태로 조리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도토리묵은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따뜻한 재료와 함께 먹으면 위를 편안하게 하고, 소화 흡수를 도와준다.
한 그릇의 자연, 가을의 건강을 담다
도토리묵은 단순히 다이어트나 건강식으로만 평가하기엔 아까운 음식이다. 숲의 향을 머금은 도토리와 맑은 물, 그리고 천천히 굳어가는 시간의 정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한 그릇의 자연이기 때문이다.
묵 한 점에는 가을의 온도와 자연의 리듬, 그리고 몸을 보듬는 소박한 치유의 힘이 담겨 있다. 몸속 노폐물을 정화하고, 혈관을 깨끗이 하며, 면역력을 높여주는 도토리묵은 계절이 바뀌는 지금, 피로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더없이 좋은 음식이다.
Cook&Chef / 송채연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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