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당근 아직도 안 먹는다고? 안 먹으면 손해인 이유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2-27 23:34:38

흡수율을 바꾸는 조리법, 영양을 완성하는 궁합
눈·점막·혈관을 함께 겨냥하는 주황빛 항산화
사진 = 픽사베이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냉장고 속 당근은 늘 ‘기본 재료’로 남는다. 국물에 한 토막, 볶음에 몇 줄, 샐러드에 채 썬 고명. 익숙함은 편리함이지만, 때로는 가치를 가린다. 당근은 특정 성분 하나로 설명되는 식품이 아니다. 항산화 성분과 식이섬유, 그리고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영양 이용률까지 갖춘 채소다. 화려한 유행보다, 반복 가능한 습관에 가까운 건강 식재료라는 점에서 지금 다시 주목할 만하다.

‘베타카로틴’의 진짜 포인트는 흡수율…익히고, 지방과 함께

당근을 대표하는 성분은 베타카로틴이다.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는 전구체로 알려져 있으며, 항산화 작용과 함께 피부·점막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영양소로 설명된다. 점막은 바이러스와 세균이 들어오는 길목에서 방어 역할을 맡는다. 환절기마다 입·코·기관지가 예민해지는 사람에게 ‘점막 관리’가 강조되는 이유다.

다만 당근의 장점은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먹느냐’에서 갈린다. 베타카로틴은 지용성 성질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지방과 함께 섭취할 때 체내 이용률이 높아지는 쪽으로 이해된다. 우유와 당근의 조합이 자주 언급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올리브오일, 견과류, 땅콩버터 같은 지방원과 곁들이는 방식 역시 같은 원리다.

조리법도 중요한 변수다. 생당근의 아삭한 식감은 매력적이지만, 익히면 세포벽이 부드러워지면서 카로티노이드 성분의 ‘이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즉 생으로 먹는 방식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선택지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식단에서 ‘눈·점막·항산화’를 더 분명히 챙기고 싶다면 살짝 익혀 지방원과 함께 섭취하는 쪽이 더욱 좋다.

당근 수프가 ‘한 끼 같은 간식’이 되는 이유…포만감과 균형

당근 수프가 건강 간식으로 자리 잡는 이유는 조리의 단순함보다 ‘구성의 균형’에 있다. 익힌 당근을 우유와 함께 갈아내면 섬유질과 단백질·지방이 한 번에 들어온다. 식이섬유는 위에서 수분을 머금고 부피를 키우는 성질이 있어 포만감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우유의 지방과 단백질은 지용성 성분 흡수를 보완하는 조합으로 설명된다.

체중 관리 측면에서도 당근 수프는 극단적 식이요법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과자나 빵처럼 밀도가 높은 간식 대신, 따뜻한 수프 한 잔으로 ‘허기-폭식’의 연결을 끊는 방식이다. 다만 특정 식품이 체중 감소를 보장한다는 식의 단정은 경계해야 한다. 당근 수프의 강점은 ‘습관을 바꾸기 쉬운 형태’에 있으며, 총 섭취량과 생활 패턴이 함께 맞물릴 때 효과가 안정적으로 체감되기 때문이다.

혈당 관리 측면에서도 당근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채소로 분류되는 편이다. 식이섬유가 당의 흡수를 완만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자주 언급되며, 유제품이나 견과류처럼 지방·단백질과 함께 먹으면 식후 혈당 곡선을 더 부드럽게 만드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동시에 섬유질은 장 운동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배변 리듬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도 식단 구성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좋은 음식’에도 적정선…과다 섭취는 불편감을 만든다

당근의 장점이 분명하다고 해서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것은 아니다. 카로틴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피부가 노랗거나 주황빛으로 보이는 카로틴혈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개 심각한 질환이라기보다 섭취량이 과해졌을 때 관찰될 수 있는 변화로 설명되지만, 생활 속에서는 충분히 신경 쓰일 수 있다. 또한 섬유질은 과하면 복부 팽만, 가스, 설사 같은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어 장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적당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당근처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조리법이 다양하며, 항산화 성분과 섬유질, 흡수율 전략까지 갖춘 채소는 흔치 않다. 생으로 아삭하게 먹고, 필요할 땐 살짝 익혀 우유나 올리브오일과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당근은 식탁의 균형을 바꾼다. 건강한 식사는 대개 멀리 있지 않다. 가장 익숙한 재료를, 가장 좋은 방식으로 반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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