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열전 89 / 그랑 토카이 아쑤 6 푸토뇨스(Grand tokaj aszu 6 puttonyos 2013), ‘왕의 와인이자 와인의 왕’
조용수 기자
cooknchefnews@naver.com | 2024-12-08 05:39:16
[Cook&Chef=조용수 기자] 헝가리 토카이(Tokaji) 지역은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귀부 와인(Botrytis Wine)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귀부 와인이란 귀부병을 앓은 포도로 만든 와인을 의미한다. 귀부병은 보트리티스 시네레아(Botrytis cinerea)라는 일종의 곰팡이가 포도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현상으로, 귀부병을 앓은 포도는 일반 포도보다 수분이 적고 당도가 매우 높아 진한 농도를 갖게 된다. 이 덕분에 귀부 포도를 사용하면 더욱 달고 진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 귀부 포도를 사용한 와인을 통틀어 ‘귀부 와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토카이 지역은 지형적 특징으로 이런 귀부병이 발생하는데, 지역 내에 흐르는 티사(Tisza) 강과 보드로그(Bodrog) 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특별한 미세 기후를 형성한다. 늦은 가을에 강에서 나오는 아침 안개가 형성되어 귀부병이 발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녔다. 토카이 지역의 토양은 주로 화산재와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로 인해 특유의 미네랄리티를 띠게 된다. 토카이 와인은 17세기부터 유럽 왕가와 귀족들 사이에서 유명해졌으며 루이 14세는 토카이 아쑤 와인을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토카이 와인은 세계적으로 고품질 디저트 와인의 대표격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긴 숙성 기간을 거친 토카이 와인은 최고의 디저트 와인으로 꼽힌다.
그랑 토카이 아쑤 6 푸토뇨스 2013은 황금주(gold liqueur)라고 불릴 만큼 풍부하고 농축된 단맛과 복합적인 맛을 자랑한다. 아쑤는 헝가리어로 ‘건포도’를 뜻하며 귀부병으로 건조된 포도를 일정량의 와인이나 머스트(must, 압착한 과즙)와 혼합해 발효시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푸토뇨스(puttonyos)는 쉽게 말해 포도를 따는 바구니를 뜻하고, 6 푸토뇨스는 ‘6개의 바구니’에서 수확한 와인을 의미한다. 3에서 6까지의 푸토뇨스로 등급이 나눠지며 5 푸토뇨스부터 고급 토카이 와인으로 분류된다. 6 푸토뇨스 이상의 와인은 에센시아(Eszencia)로 불리며 하이엔드 귀부 와인으로 취급된다. 에센시아의 경우 높은 당도 덕에 5~60년 이상 숙성해도 완성도 높은 맛과 향을 보여준다.
그랑 토카이 아쑤 6 푸토뇨스 2013은 첫 잔을 입에 머금자 마자 달달함과 동시에 말린 살구, 봄에 피는 꽃, 캐모마일(Chamomile), 말린 오렌지, 열대 과일 및 후추의 향이 느껴진다. 코에서는 달콤하고 신선한 향이 느껴지며, 살구잼의 향이 감돈다. 긴 피니시와 함께 발효와 숙성에 모두 사용된 젬플렌(Zemplen, 토카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나무로 만든 오크통) 오크통의 섬세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신선한 산도와 자연스러운 달달함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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