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 (사)대한골프협회 전임 경기위원장 이성재> “규칙을 지키는 일은 기량만큼 중요합니다”

임용희

cooknchefnews@naver.com | 2021-05-14 04:22:07

- 35년 동안 대한골프협회를 비롯해 각종 단체의 경기위원, 경기위원장을 맡아
- 현재는 대전시 유성구 체육회장으로 지역 체육문화 발전에 최선을 다해

[Cook&Chef 임용희 기자] 골프는 종종 한 사람의 인생에 비유된다. 18홀을 도는 동안 다양한 지형·지물을 만나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며,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해야 하는 멘탈 스포치이다. 인생에 심판이 없듯 골프에도 심판이 없다. 다만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개입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를 해결한다. 골프경기에 있어 이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바로 경기위원이다.


골프 입문 5개월 만에 싱글 영광
경기위원은 경기 중에 선수가 규칙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을 때 제재를 가하는 일을 한다. 그밖에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골프장 코스를 세팅하는 일도 경기위원의 몫이다. 35년 동안 대한골프협회를 비롯해 각종 단체의 경기위원, 경기위원장을 맡아 국내 골프경기의 진행을 도왔던 이성재 (사)대한골프협회전임 경기위원장. 한평생 공정한 골프경기를 위해 몸 바쳐 일해 왔던 그가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모처럼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아주 손을 놓은 것은 아니고 2019년 바뀐 룰을 바탕으로 골프코스 세팅에 관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현재는 대전시 유성구 체육회장으로서 지역사회의 체육발전을 위해 여전히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골프와 연이 닿았을까. 이 회장이 처음 골프채를 잡은 것은 대전에서 레미콘 사업을 할 때였다. 은행 지점장의 권유로 시작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한 번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인지라 초창기에는 매일 새벽 골프연습장으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골프채를 잡은 지 5개월 만에 싱글 핸디캡의 실력자가 되었고 한창 잘 칠 때는 68타까지 쳤다.

“골프의 매력은 자연과 한 몸이 되는 데 있습니다. 그린 컨디션이나 바람, 경사도의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자기 힘과 실력만 믿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골프는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스포츠
골프는 자만한 사람을 바로 알아본다. 최고의 샷 뒤에 최악의 샷이 나오는 것은 자만하여 어깨에 힘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골프를, 칠수록 어려운 운동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자기 분야에서 제아무리 큰 성공을 거둔 사람도 골프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35년간 경기위원을 하면서 숫한 사연이 있었을 텐데 어떤 일이 기억에 남는지 궁금했다.

“큰 상금이 걸린 대회에서 규칙을 어긴 선수가 우승을 놓친 일이 있었습니다. 한순간에 몇 억 원의 상금이 날아갔지요. 고의적인 위반이 아니었고 실수로 저지른 일이었기에 지켜보는 입장도 매우 안타까웠지요.”

그런가 하면 이 회장은 직접 선발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올림픽, PGA 등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 적도 많았다고 한다.

“대전시 골프협회 부회장으로 있을 때,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초등학생이었던 박세리 선수가 우승하는 것을 보고 격려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오늘의 박세리를 예견할 수 있었습니다.”

최진호 프로와 정진호 프로 역시 초등학교 5학년생이 70타 이하를 치는 것을 보고 후원을 결심한 케이스다. 일부러 대전체육고등학교에 골프부를 창단하여 대전으로 영입했고,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가 될 때까지 후원했다.

스윙 연습보다 중요한 게 규칙
국내 골프의 비전에 대해 그는 “가량 면에서는 남녀 모두 세계적인 수준에 접근했습니다. 다만 입문 때부터 스윙 연습에 매달리다 보니 에티켓이나 규칙 면에서 좀 약한 면모를 보이는 게 안타깝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골프는 배려의 스포츠인 만큼 규칙을 인지하는 게 우선이다. 미국에서 활약하는 국내선수들이 기본 규칙을 지키지 않아 패널티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그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 골프는 조금 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하드웨어에 치중하는 만큼 소프트웨어에도 신경을 써야 진정한 골프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성재 회장 자신도 여전히 골프 규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2019년 골프규칙이 확 바뀌면서 패널티 구역(워터 해저드)이나 벙커에서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아직도 세팅이 잘못된 곳이 많다. 이 회장은 이런 코스를 일일이 찾아내 새로운 규칙에 맞도록 새로이 세팅해주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내는 내 인생의 조력자
인생의 절반을 골프와 함께했으니 골프야말로 삶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다. 그에 앞서 그의 인생에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 아내 한명숙 여사다.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은 남녀프로골프협회와 달리 보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아내가 아니었으면 이 일을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일 년 365일 중 240일 이상을 골프경기장에서 보내야 하는 게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장이라는 직함이다.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관절에 무리가 와서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았다.

“아내의 별명이 본부장입니다. 그림자처럼 제 곁을 지키며 전 골프경기를 관전했지요. 컴퓨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일일이 수기로 기록을 남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한명숙 여사의 경기 기록은, 이성재 회장이 대전대학교에서 《골프수의 경기력 분석과 골프규칙 위반 및 골프타수 타당 재무적 가치》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을 때 중요한 자료가 되어주었다. 식사할 시간조차 부족한 남편,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서 고생하는 경기위원들의 간식을 챙긴 사람도 아내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내가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었기에 이 회장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라
일반인이 해피 골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성재 회장에게 물었다.

“한 타, 한 타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타이거 우즈도 뜻대로 안 되는 게 골프입니다. 골프에서는 스코어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동반자에 대한 배려가 그것입니다. 네 시간에서 다섯 시간까지 소요되는 골프경기. 승부에 연연하기보다 동반자와 자연을 벗 삼아 하루를 즐겁게 보내려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라도 즐길 수 있는 게 골프다. ‘지금 골프 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골퍼가 ‘해피 골퍼’라는 게 이성재 회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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