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Chef Story> 이상정 명장 - 청운대 호텔조리과 교수
조용수
cooknchefnews@naver.com | 2017-11-20 23:40:07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끼리’ 등 스타 셰프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셰프가 등장하는 프로그램들이 대중매체 속속히 즐비하고 있는 이 시대에 맛있는 요리와 그것을 만들어 내는 셰프들의 삶에 대해 대중들은 궁금해 하고 있다. 이 시대 최고 로맨티스트 조리명장 이상정 셰프의 화려한 다이어리를 펼쳐본다.
Master Chef Story
“순간순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때 기회는 언제든 찾아와.”
이상정 조리명장의 ‘요리 열정 그리고 인생’
[Cook&Chef 조용수 기자] 스타 셰프라는 말을 처음 사용하게 된 사람은 누구일까? 에드워드 권, 최현석, 이연복. 대중은 그렇게 말한다. 요리업계에 혁신을 불러 일으켜, 기존에 음식을 만들어 주는 사람, 요리사가 아닌 셰프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쇄신 시켜준 사람이라고. 하지만 많은 조리사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에드워드 권 셰프도 어린 시절부터 조리사로써 가장 동경하며 뒤쫓았던 이상정 조리명장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신이 있었다고 말한다.
조리사는 매스컴을 통한 대중화 속에 기존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고정적인 편견을 없애고 셰프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 직업군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리사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를 바꾼 것은 1세대 셰프 군단이라 불리는 에드워드 권이나 최현석 등의 셰프들 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조리명장으로서의 품위와 음식에 대한 열정으로 꾸준히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현 시대의 셰프 군단들의 정신적 지주인 명장 이상정을 빼고 우리는 조리사에 대해, 셰프에 대해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도 현역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며, 대학에서 제자들을 육성하고 있는 그가 되고 싶었던 것은 조리사가 아니었다. 단돈 500원을 들고 서울로 상경한 어린 한 소년이었던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처음 시작한 일이 레스토랑의 설거지였기에, 지금의 조리명장이 되어 있었다고 말한다.
“설거지? 쉬운 거 같죠? 그거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나 못하는 일지요. 수천 개가 쌓여진 접시와 그릇들을 닦으면서 생각했죠. 아, 내가 공부를 해야겠구나. 내가 공부를 해서 저 요리하는 자리에 서야지. 하고 수 백 번을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설거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횟수로 요리 인생 50년이 넘어가는 그는 명실상부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순탄치 않은 인생을 살아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빛나는 눈빛으로도 알 수 있듯이 변하지 않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그에게 지금까지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힘이 되고 있어 보였다.
3년간의 접시닦이 생활을 성실하게 마친 그는 이후 플라자, 리츠칼튼, 스위스그랜드 등 국내 유명 호텔의 주방에서 일했다. 요리 경력 32년 만인 2000년에는 부산 메리어트 호텔 총주방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1988년부터 시작된 대학 강당에서의 강의를 시작해 현재는 청운대 부교수로 현직에서 제자들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작년까지 대학원장으로 재직했지만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요리에 대한 열정과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호텔경영식당경영 산업체 반을 운영할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누구도 제가 박사가 되리라 생각도 못했어요.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중학교를 갓 졸업한 상태였습니다. 대학이라는 건 꿈도 꾸지 못했어요. 하지만 요리를 하면서 꿈을 가졌고, 일을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게 되었죠. 그러면서 순간순간 주어진 일에 충실하면 언제든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가 현재 제자 육성에 힘을 쏟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처음부터 많은 것을 가지지 못했지만 자신을 깎아내리던 무수히 많은 실수와 실패들 속에서 요리사들이 칭송하는 명장으로 오르기까지 공부하고 연구했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음을 많은 제자들에게 또 후배들에게 알려주고자 말이다. 이상정 조리명장의 수상경력 역시 화려하다. 제1회 서울 인터살롱 요리 경연대회 금상, 독일 요리 올림픽 금상 등 국내외 조리 경연대회에서 수십 개의 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노동부에서 인증하는 조리명장으로 선정돼 조리 분야의 최고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우리나라 최고의 명장이라고 부르는 데는 이러한 화려한 수상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요리는 잘 짜인 레시피가 아니라 정직과 성실 그리고 거짓이 없는 마음이 만든다고 말한다.
“커피에 소금을 넣으면 먹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미원은요? 커피는 설탕을 넣어야 하지요. 모든 음식에는 넣어야 할 것이 있고 넣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레시피를 잘 짜는 것 보다 정직한 마음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에도 정확한 정량이 주어진 레시피가 아니라 음식에 들어가는 항목만을 적어서 나누어 준다고 한다. 모름지기 음식 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레시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계처럼 정량에 맞추어진 요리가 아니라 손끝에서 전해오는 감촉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진정한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가르치는 학생들의 실수에 있어서도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실수가 거듭 돼야 숙련이 되고 그래야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어린 아이들의 꿈이 달라졌다. 예전에 대통령, 과학자, 선생님을 꿈꾸던 아이들이 요리사가 되는 것을 꿈으로 삼을 만큼 요리사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달라진 것에 대해서 그도 참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도 현직에서 명장이라는 타이틀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수 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그는 많은 요리사들이 방송프로에 나와 사람들로 하여금 요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현상들이 참으로 반갑고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핸드폰 사진을 열어보면, 다양한 요리 사진들이 찍혀 있다. 그가 새로 개발한 요리, 혹은 맛있는 요리를 먹거나, TV에서 색다른 요리들을 보게 되면 핸드폰에 사진으로 저장하여 요리연구에 도움을 받기 위함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가르친 제자들도 많아지고 대학에서 교수로 제직하는 제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이런 노력이 자신에게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리사를 꿈꾸는 사람들이나 현직에서 요리하는 많은 조리사들에게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 살아가면서 시대에 발맞추어 나가지 못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고, 맛있는 요리가, 요리를 하는 사람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그 기대에 부흥하는 것 또한 조리사, 즉 셰프의 몫이 될 것이다.
“목표를 크게 잡지 말고 할 수 있는 목표를 가지고 순간순간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작고 초라한 산골짜기에서 올라온 시골뜨기가 어떻게 명장을 꿈 꿀 수 있었겠습니까? 그때그때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게 나아갈 때 우리는 꿈이라는 것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더 높은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면 되요. 성급하게 인생을 단정 짓지 마십시오. 아무도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기회들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어느 덧 60세를 훌쩍 넘긴 그가 조리사를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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