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천일염과 프랑스 게랑드 소금 무엇이 이 둘의 ‘계급’을 평가하는가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 2026-01-14 17:45:12

성분이 아닌 기준, 소금의 가치를 나눈 것은 숫자가 아니라 언어였다 [사진=프랑스관광청공식홈페이지, 프랑스어로 ‘팔뤼디에(paludiers)’라 불리는 염전 일꾼]

[Cook&Chef = 서현민 기자] 국내 천일염과 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종종 같은 선상에 놓인다. 둘 다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켜 얻는 천일염이고, 토양과 맞닿은 토판염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소금이 시장에서 받는 평가는 크게 다르다. 하나는 고급 식재료로, 다른 하나는 여전히 원재료로 인식된다. 이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흔히 그 이유를 성분에서 찾으려 한다. 미네랄 함량이 많고 적음, 나트륨 비율의 차이 같은 수치가 평가 기준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여러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천일염은 미네랄 구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일부 항목에서는 오히려 더 높은 수치를 보이기도 한다. 성분만 놓고 본다면 두 소금 사이에 명확한 위계가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게랑드는 ‘고급 소금’이라는 이미지를 확립했다. 이 차이를 만든 것은 성분이 아니라 기준이었다. 프랑스 게랑드 소금은 오래전부터 생산 방식과 용도에 따라 명확하게 분류돼 왔다. 염수 표면에서 얇게 형성되는 소금은 마무리용으로, 바닥에서 형성되는 굵은 결정은 조리용으로 구분된다. 입자의 크기와 결정 형성 위치가 곧 역할이 되었고, 소비자는 소금을 선택하는 언어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

반면 국내 천일염은 오랫동안 하나의 범주로 묶여 왔다. 생산지와 생산 시기, 염전 바닥의 차이보다 ‘굵은소금’이라는 단일 명칭이 먼저 소비됐다. 김치용, 장용, 국용이라는 사용 맥락은 경험적으로 전해졌을 뿐, 공식적인 분류나 설명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같은 천일염이라도 성격이 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은 것이다.

토판염이라는 생산 방식 역시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게랑드의 토판염은 점토와 바람, 염부의 손길이 어우러진 전통으로 설명되며 가치로 전환됐다. 반면 국내 갯벌 염전은 오히려 투박함이나 관리의 어려움으로 인식된 경우가 많았다. 같은 방식이 문화로 해석되었는지, 노동으로만 소비되었는지가 평가를 갈랐다.

결국 두 소금의 계급을 나눈 것은 자연 조건이 아니라 해석의 방식이었다. 어떤 소금이 더 우수한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소금이 어떻게 설명되고 사용되었는가라는 질문이 더 정확하다. 게랑드는 기능과 역할의 언어를 얻었고, 국내 천일염은 그 언어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요리의 구조를 바꾸는 재료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비교가 아니라 기준이다. 국내 천일염을 다시 바라보는 일은 성분표를 새로 쓰는 일이 아니라, 이 소금이 언제, 어떤 요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 질문이 다음 이야기의 출발점이 된다.

Cook&Chef / 서현민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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