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식재료 원가… 식량안보법, 외식업계 원가 방어선 될까
이경엽 기자
cnc02@hnf.or.kr | 2026-06-09 18:14:55
[Cook&Chef = 이경엽 기자] 기후위기와 글로벌 물류 불안이 일상화되면서 외식업계의 식재료 원가 관리가 식량안보와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로 떠올랐다. 주방에서 대량으로 쓰는 밀가루, 식용유, 육류 등 기초 식자재 상당수를 수입에 기대는 구조에서,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법」 제정이 외식업계의 원가 방어선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서삼석·윤준병 의원이 공동주최한 '식량안보 대응체계 강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에서는 식량 위기가 단순한 농업 문제를 넘어 외식 산업과 소비자 물가로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인식이 여러 발언에서 확인됐다.
수입 의존이 외식 물가로 번지는 주요 통로 중 하나는 사료와 축산물이다. 김동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축산물은 농업 생산액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필수 식량인데, 사료 가격 폭등과 수입 축산물 공세로 국내 축산 기반이 위축되고 자급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총장은 배달·외식 현장의 원산지 표시 관리 실효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닭고기·돼지고기의 경우 배달음식이나 외식에서 원산지 표시 이행과 관리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말하며 표시제 강화와 단속 보완을 요구했다. 현행 제도상 돼지고기·닭고기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 의무 대상에 포함되며 배달 판매에도 적용되는 만큼, 쟁점은 표시 의무의 부재라기보다 현장에서의 이행·관리 실효성에 가깝다.
김 총장은 또 "치즈 소비가 늘고 있지만 가격 탓에 외국산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국산 대체를 위한 정책 지원과 함께 군·공공급식의 국내산 비중 법제화를 제안했다. 그가 제시한 2023~2024년 잠정치 기준 축종별 자급률은 계란이 약 99%로 가장 높고 돼지고기 71~73%, 닭고기 75~77% 수준이며, 한우는 약 39~41%, 우유는 45%로 2010년 65%에서 크게 떨어졌다.
경제적 접근성 문제도 거론됐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식량안보는 단순히 먹을 것이 있는 상태를 넘어, 국민이 물리적·경제적으로 언제나 접근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서아론 녹색소비자연대 국장은 "밀·옥수수·콩 등을 수입에 크게 의존해 대외 환경 변화에 취약하다"며 "식량위기를 이유로 원산지나 품질 표시가 느슨해져선 안 되며,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이 법에 명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가 불안을 타개할 대안으로는 민간 유통망 지원과 비축 제도가 제시됐다. 백상윤 포스코인터내셔널 상무는 "연간 1,800만 톤 이상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수출 통제 같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내 식량기업"이라며 "해외 식량자산에 투자해 국내에 도입하는 기업에 수입 쿼터나 비축사업 참여 등 제도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방청석에서도 비축 제도의 정교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재돈 한국쌀가공식품협회 관계자는 "비축 목표뿐 아니라 비축물량을 어떤 원칙으로 방출할 것인지도 법령에 명시해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예측 가능한 제도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도 입법 필요성에 공감했다. 김동현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은 "위기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적 공백이 있다는 점에 정부도 공감한다"며 "하반기에 두 의원 발의안과 정부 검토안을 통합해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시적인 식량안보 위기는 결국 셰프의 도마 위와 외식업소의 계산대로 이어진다. 이번에 논의되는 「식량안보법」이 국산 농축산물 자급률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해외 공급망을 구축해, 외식업계의 원가 방어선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ook&Chef / 이경엽 기자 cnc02@hn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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