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태 교수(우송대 외식조리학부) 패치푸드 개발 특허 등록 : 씹고 뜯고 맛보지 않아도 즐기는 맛의 신세계가 열리다
조용수
cooknchefnews@naver.com | 2018-05-26 18:05:34
살기 위해 먹어야만 하던 때가 인류역사에 있었다. 아니, 인류사 전반이 그렇다. 그러나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먹는다는 것은 어느새 생존의 차원이 아닌 쾌락의 영역 속에 자리 잡았다. 생각해보면 미식(味食)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류역사에 비춰보면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writer _김형종 / photo _조용수
Special Interview
씹고 뜯고 맛보지 않아도 즐기는 맛의 신세계가 열리다
패치푸드 특허낸 우송대학교 외식조리학부 오석태 교수
아무튼 영양과 함께 맛의 중요성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삶의 질을 이야기할 때도 포함되는 가치이기도 하다. 요즘 맛집을 탐방하고, 방송을 통해 보고 배운 레시피를 따라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는 문화는 새롭지도 않다. 그야말로 미식의 유목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발상의 전환
여기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 이가 있다. 바로 우송대학교 외식조리학부 오석태 교수다.
“왜 우리는 입으로만 음식을 맛보고 즐겨야 하는가.”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오 교수는 ‘왜 입으로만 음식의 맛을 느끼고 먹어야 하는지’ 의문을 던진다. 발상의 전환이 인류를 진화의 길로 인도한 것처럼 그의 의문은 신대륙을 향한 항해의 첫걸음인 것이다. 그렇다면 입원 환자들이 각종 주사로 연명하는 것은 뭘까. 이에 오 교수는 “그것은 주사로 영양을 공급해 환자를 살리는 방편일 뿐”이라며 “본질적으로 음식을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답한다.
피부로 즐기는 맛의 세계, 패치푸드
음식을 먹는 행위에는 두 가지 메커니즘이 작용한다고 오 교수는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음식을 섭취해 얻을 수 있는 건 영양을 공급받아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얻는 즐거움이다. 음식에서 느껴지는 맛과 식감, 그리고 먹은 후의 포만감 등 사람이 쾌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그렇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는 입을 통해서 음식을 섭취해왔다. 여기에 오 교수는 의문을 품은 것이다. 어차피 오감을 통한 만족이 대뇌작용에 의한 화학적 반응이라면 피부를 통해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10여 년 전부터 그런 고민을 했다는 오 교수는 여러 피부과 전문의를 만나 그 가능성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심을 기울이는 이가 없어 독자적인 개발에 힘을 쏟았고, 드디어 2015년도에 특허출원해 지난해 2월 그 원리를 인정받아 특허를 획득하게 되었다. 물론 미국에서 이미 군의 전투식량으로 패치 푸드가 개발된 상태다. 그러나 그것과 오 교수의 패치푸드는 다르다. 전투식량으로서의 패치푸드가 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오 교수의 ‘패치푸드’는 양방향 음식패치를 뜻한다. 보통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과정을 거쳐야 하고, 분해되어 영양분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의 패치푸드는 몸에 붙이기만 하면 빠르게 영양소를 흡수함과 동시에 향과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일반 음식섭취와 비교해 특정한 맛과 향을 즐기면서도 필요한 영양소를 선별해 즐길 수 있다는 차이점도 있다.
풀어야 할 숙제들
4차 산업시대가 주요한 의제가 되고 있다. 오 교수는 그와 관련하여 음식 영역 또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주여행이 현실화되고,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음식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조리와 배설의 문제가 없는 패치푸드야말로 그러한 시대에 필요한 아이템임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의료용으로서의 활용도 또한 높다. 단순히 연명을 위한 주사에서 고통을 수반하지 않는 음식섭취의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다. 군이나 미용의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패치는 속도 조절이 가능하기에 다양한 영역에 쓰임새가 열려 있다. 실질적으로 무한한 시장 가능성을 가진 게 패치푸드라는 말이다. 오 교수의 설명은 진화의 한 변곡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만큼 흥분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반대급부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좀 더 진행된다면 이것이 약이냐, 음식이냐 하는 경계의 모호성을 띠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는 패치푸드 가져올 혁명적 변화에 뒤따르는 부작용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계가 모호해진 만큼 규제가 필요하고, 피부오염과 같은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패치 푸드는 아직 1단계에서도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상품화를 위해 제약사들과 논의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오 교수는 “지금은 약과 음식을 넘나드는 사회”라며 “초보적인 단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일정적인 규제범위 안에서 제품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Cook&Chef 조용수 기자]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