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食史식사합시다] 슈하스코, 브라질이 먹고 마시고 사랑하는 음식

정수연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5-28 21:15:07

숯불과 꼬챙이로 읽는 브라질의 환대 출처 : AI 생성이미지

[Cook&Chef = 정수연 전문기자] 브라질의 식탁을 떠올릴 때, 슈하스코는 고기구이 이상의 장면으로 다가온다. 긴 쇠꼬챙이에 꿴 고기가 숯불 앞에서 천천히 익고, 먼저 익은 겉면이 칼끝에서 저며져 사람들의 접시 위로 나뉜다. 고기를 굽는 시간은 곧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이 되고, 불 앞에서 이어지는 식사는 브라질의 넓은 땅과 목축 문화, 가우슈의 생활, 오래 먹고 나누는 식사법을 함께 보여준다.

슈하스코는 브라질식 숯불 고기구이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소시지 등을 두툼하게 썰어 꼬챙이에 꿰고, 굵은 소금을 뿌려 숯불에서 굽는다. 슈하스코의 맛은 고기와 굵은 소금, 숯불의 힘에서 나온다. 브라질 사람들이 이 음식을 사랑해온 이유도 고기의 풍성함과 함께, 그 고기 앞에 사람들이 모이고 오래 머무는 식사 문화에 있다.


넓은 땅이 만든 고기구이의 식탁

슈하스코의 배경에는 브라질의 광활한 땅이 있다. 브라질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절반에 이를 만큼 넓은 국토를 가진 나라다. 지역마다 기후와 생산물이 다르지만, 슈하스쿠를 이해하는 데 특히 중요한 배경은 남부와 중서부의 목축 문화다. 넓은 초지와 가축 사육의 환경은 고기를 굽고 나누는 식문화를 브라질의 일상 안으로 끌어들였다.

브라질 남부는 온난한 기후와 목축에 적합한 환경을 바탕으로 고기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소는 중요한 식재료였고,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숯불은 가장 직접적인 조리 도구였다. 커다란 고기 덩어리를 불에 올리고, 익은 부분부터 나누어 먹는 방식은 넓은 땅과 목축의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슈하스코의 장면은 초원의 불에서 선명해진다. 넓은 들판, 방목된 소, 말을 탄 목동, 불 곁에 모인 사람들이 이 음식의 출발점에 있다. 넓은 땅과 목축의 환경은 고기를 넉넉히 굽고 나누는 방식을 브라질의 식문화로 자리 잡게 했다.


가우슈의 불에서 시작된 음식

슈하스코의 기원에는 가우슈가 있다. 가우슈는 브라질 남부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일대의 초원에서 말을 타고 소 떼를 돌보던 남미의 목동 집단이다. 이들은 넓은 목초지를 이동하며 소를 관리했고, 야외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었다. 오늘날 슈하스쿠가 긴 꼬챙이와 숯불, 큰 고기 덩어리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이유도 이 생활 방식과 이어진다.

가우슈에게 고기는 초원의 생활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식량이었다. 넓은 방목지에서 소를 기르고, 필요한 만큼 고기를 잘라 불에 구워 먹는 방식은 목동의 하루에 맞는 식사법이었다. 많은 조리 도구가 없어도 꼬챙이와 불, 소금만 있으면 고기를 익힐 수 있었다.

이 방식은 브라질의 식문화 안에서 점차 잔치와 모임의 음식으로 넓어졌다. 초원에서 먹던 목동의 식사는 도시의 슈하스카리아로 들어오고, 가정의 주말 식탁과 생일, 결혼식의 음식으로 이어졌다. 슈하스코는 가우슈의 야외 식사에서 출발해, 오늘날 브라질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가장 브라질다운 방식으로 고기를 나누는 음식이 되었다.


굵은 소금과 숯불이 남기는 맛

슈하스코의 조리법은 분명하다. 고기를 두툼하게 썰고, 긴 쇠꼬챙이에 꿴 뒤, 굵은 소금을 뿌려 숯불에서 천천히 굽는다. 부위마다 다른 고기의 맛에 굵은 소금과 숯불 향이 더해지면서 슈하스쿠의 맛이 완성된다. 소금은 고기의 수분과 맛을 끌어내고, 숯불은 겉면을 익히며 고기의 향을 깊게 만든다.

브라질 슈하스코에서 특히 사랑받는 부위로는 피카냐가 있다. 지방층이 붙은 소고기 부위로, 숯불 위에서 지방이 녹아내리며 고기의 맛을 더한다. 슈하스쿠에서는 소고기뿐 아니라 닭고기, 돼지고기, 소시지, 때로는 파인애플 같은 재료도 함께 구워진다. 고기 옆에 파인애플과 채소가 함께 구워질 때, 슈하스쿠의 식탁은 묵직한 육류의 풍성함에 산뜻한 여유를 더한다.

익은 고기는 한 번에 접시에 담겨 나오지 않는다. 겉면이 익으면 칼로 저며내고, 남은 부분은 다시 불 앞에 놓인다. 먹는 사람은 기다리고, 굽는 사람은 다시 돌리고, 고기는 조금씩 나뉜다. 이 반복 속에서 슈하스코는 조리와 식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음식이 된다. 불 앞에서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만큼 식탁도 길어진다.


슈하스카리아, 계속 권하는 식사의 방식

브라질에서 슈하스코전문 식당은 슈하스카리아라고 불린다. 이곳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방식은 로디지오다. 여러 종류의 고기를 꽂은 꼬챙이를 직원이 들고 테이블을 돌며, 원하는 손님에게 즉석에서 고기를 썰어준다. 손님은 여러 부위를 조금씩 맛보고, 더 먹고 싶을 때는 계속 받을 수 있다.

로디지오는 슈하스쿠의 식문화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고기는 주방에서 완성된 접시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식탁 사이를 돌며 사람들에게 건네진다. 서버의 손에서 손님의 접시로 옮겨지고, 식사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브라질식 환대는 여기서 드러난다. 더 먹을지 묻고, 다시 권하고, 조금 더 썰어주는 과정 자체가 식사의 일부가 된다.

슈하스카리아의 식탁은 고기 곁의 음식들로 더 풍성해진다. 산뜻한 비나그레치는 고기의 기름진 맛을 덜어주고, 마니오크로 만든 파로파는 식탁에 고소한 질감을 더한다. 쌀과 콩, 샐러드, 때로는 페이조아다 같은 브라질 음식이 함께 놓일 때 슈하스쿠는 고기구이를 넘어 브라질식 한 상으로 넓어진다.


집과 주말, 브라질의 식사는 오래 이어진다

슈하스코는 식당을 넘어 가정과 주말의 자리로도 이어진다. 브라질에서는 집이나 아파트의 베란다, 루프탑, 공용 파티 공간에 슈하스쿠 화덕이 마련된 경우도 있다. 고기를 굽는 화덕과 꼬챙이를 걸 수 있는 구조, 연기를 빼는 후드, 고기를 손질할 수 있는 작업대가 함께 있는 공간은 슈하스쿠가 브라질의 생활 깊이 들어와 있음을 보여준다.

주말이면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모이고, 숯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다. 생일이나 결혼식 같은 큰 행사에도 슈하스쿠가 자주 오른다. 축구나 테니스, 골프 같은 운동을 마친 뒤 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도 브라질의 식문화와 잘 어울린다. 슈하스쿠의 분위기는 고기의 양보다 함께 머무는 시간에서 만들어진다. 누가 굽고, 누가 기다리고, 누구와 나누어 먹는지가 식사의 결을 만든다.

브라질 식문화에서 함께 먹는 시간은 큰 의미를 갖는다. 식사는 빠르게 끝내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과 대화하며 머무는 시간이다. 슈하스쿠는 이 성격과 잘 맞는다. 고기가 천천히 익는 동안 사람들은 기다리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다시 먹는다. 불 곁에서 이어지는 시간이 식사를 더 길고 풍성하게 만든다.


고기 한 점에 담긴 브라질의 환대

브라질의 식탁은 여러 문화가 겹쳐 만들어졌지만, 슈하스코는 그중에서도 남부의 목축 문화와 함께 먹는 식사법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원주민의 작물인 마니오크는 파로파가 되어 고기 곁에 놓이고, 포르투갈과 유럽 이민의 식문화, 아프리카계 문화의 향과 조리법은 브라질의 여러 음식 안에 남아 있다. 슈하스쿠는 그 다양한 식탁 위에서 고기를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는 음식이다.

초원의 가우슈, 도시의 슈하스카리아, 가정의 주말 화덕, 잔치의 긴 식탁이 모두 슈하스코안에 있다.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한 고기 한 덩어리는 숯불을 지나 사람들에게 나뉘고, 그 곁의 음식들은 고기의 풍성함을 받아낸다. 브라질의 식탁은 이렇게 고기 하나를 중심에 두고도 여러 맛과 사람을 함께 불러들인다.

슈하스코한 접시에는 넓은 땅에서 시작된 목축 문화, 불 곁에서 고기를 나누던 가우슈의 생활, 식탁을 돌며 계속 권하는 로디지오, 주말마다 사람을 모으는 브라질의 식사 문화가 함께 놓인다.

숯불 앞에서 고기가 익고, 익은 부분이 칼끝에서 얇게 저며지고, 사람들의 접시 위로 나뉘는 동안 슈하스쿠는 브라질이 음식을 통해 관계를 만드는 방식을 보여준다. 브라질은 고기를 굽고, 그 고기 앞에 사람을 모은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슈하스쿠는 한 끼를 넘어 브라질의 환대와 공동체성을 담은 식문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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