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 건강노트] 국물 맛이 달라지는 제철 한 가지, 오징어의 숨은 효능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2026-01-26 23:28:30

타우린과 단백질의 ‘바다 보양식’…피로·혈관·두뇌까지 한 그릇에
동의보감이 기록한 오징어의 쓰임, 현대 영양학이 다시 주목하는 이유

이미지 생성: ChatGPT (OpenAI) 제공 / Cook&Chef 제작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밥상 위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차갑게 먹는 반찬보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이 먼저 떠오르고, 기름진 메뉴보다 속을 편하게 달래주는 맑은 국이 반갑다. 그 계절의 문턱에서 한국인의 식탁이 가장 자주 꺼내 드는 해산물이 있다면, 단연 오징어다. 회로도 먹고, 볶음으로도 즐기고, 튀김으로도 사랑받지만, 오징어의 진짜 매력은 결국 ‘국물’에서 드러난다. 특히 무와 함께 끓인 오징어무국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바다의 감칠맛이 깊고, 속을 편안하게 풀어주는 개운함이 있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집밥의 정수에 가깝다.

그런데 오징어무국이 단순히 ‘시원하다’는 말로만 설명되기엔, 오징어가 가진 영양적 장점이 꽤 탄탄하다. 오징어는 고단백 식품이면서도 지방 함량이 낮아 ‘가볍게 든든한’ 한 끼를 만들기에 좋다. 무엇보다 오징어를 건강식으로 떠올리게 하는 핵심 성분은 타우린이다. 피로한 날 “오징어가 당긴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타우린은 간 해독 과정과 피로 회복에 관여하는 성분으로 잘 알려져 있고, 혈중 지질 균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꾸준히 언급돼 왔다. 여기에 셀레늄, 비타민 E, 아연, DHA 등 항산화·순환·두뇌 기능과 관련된 영양소가 함께 거론되면서, 오징어는 ‘맛있는 해산물’에서 ‘영양 균형을 갖춘 식재료’로 자리매김했다.

무와 오징어가 만나면, 조미료가 줄어든다

오징어무국이 유난히 ‘개운하게’ 느껴지는 건 무의 역할이 크다. 무는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국물에 자연스러운 단맛을 더하고, 소화가 부담스러운 날에도 속을 편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무가 충분히 익으면서 나오는 단맛은 오징어의 감칠맛과 만났을 때 인공적인 조미료 없이도 맛의 골격을 세운다. 

무와 오징어의 조합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서로의 질감을 살린다’는 점이다. 무가 지나치게 물러지지 않게 익히면 국물에 단맛이 퍼지면서도 건더기의 식감이 살아 있고, 오징어는 오래 끓이지 않으면 부드럽고 탱탱한 단백질의 결을 유지한다. 즉, 국물이 맑고 개운하되 허전하지 않다. 이 균형감이 오징어무국이 아침국, 해장국, 저녁국 어디에나 어울리는 이유다.

바다 속 타우린, 피로·혈관·두뇌를 한 번에 챙기는 방식

오징어가 특히 주목받는 대목은 ‘피로 회복’ 이미지다. 마른 오징어 표면에 하얗게 올라오는 가루가 타우린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면서, 오징어는 술자리 안주를 넘어 회복을 돕는 식재료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로 타우린은 간 기능과 관련된 역할로 자주 언급되고,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반복된다. 또 DHA 같은 지방산과 아연, 비타민 E 등은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 발달이나 중장년층의 인지 건강과 연결되어 이야기되곤 한다. 그래서 오징어는 ‘고단백인데 무겁지 않다’는 장점 위에 ‘회복을 돕는 영양소가 함께 들어 있다’는 이미지가 더해지며, ‘가정식 보양’의 재료로 자연스럽게 선택된다.

흥미로운 지점은 전통 의서에서도 오징어의 쓰임이 꽤 구체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오징어의 석회질 부위가 한약재로 가공되어 지혈에 활용됐다는 기록, 먹물이 어혈과 연결되어 전해졌다는 설명 등은 식재료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몸을 돌보는 재료’로 여겨졌던 흔적이다. 물론 전통 기록을 현대의 과학적 근거와 그대로 등치시킬 수는 없지만, 오징어가 오래전부터 ‘기운을 보한다’는 식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사실은 오늘날 건강식 트렌드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사람들의 식탁은 늘, 몸의 감각이 먼저 선택해 온 셈이다.

오징어에 대한 오해와 주의점

오징어를 이야기할 때 자주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오징어는 콜레스테롤이 많아서 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오징어가 콜레스테롤로 오해받는 배경에는 ‘해산물=콜레스테롤’이라는 오래된 도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식품 속 콜레스테롤이 곧바로 혈중 콜레스테롤 악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꾸준히 제시되며, 전체 식단의 지방 조성(포화지방 vs 불포화지방), 섬유질 섭취, 가공식품 비중 등 ‘식사의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쪽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오징어 자체를 ‘무조건 피해야 할 식재료’로 분류하기보다는, 기름진 가공육·튀김 위주의 식단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 어떤 채소와 곁들이는지가 핵심이 된다.

다만 분명한 주의점도 있다. 오징어에는 퓨린이 포함돼 있어 통풍을 앓고 있거나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이라면 과도한 섭취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마른 오징어처럼 딱딱하고 질긴 형태는 과식했을 때 소화 부담이 커지거나 턱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위장 질환이 있거나 위산 과다로 고생하는 사람도 본인의 컨디션을 고려하는 편이 좋다. ‘건강식’이란 이름은 어디까지나 내 몸의 조건 안에서 성립한다는 점을, 오징어도 예외 없이 보여준다.

오징어 맛의 핵심은 ‘끓이는 시간’

오징어를 가장 실용적으로 즐기는 법은 어렵지 않다. 오징어무국의 맛을 가르는 건 재료의 화려함이 아니라 조리의 균형이다. 무는 국물에 단맛이 우러날 만큼 충분히 익혀야 하고, 오징어는 질겨지지 않을 만큼 짧게 익혀야 한다. 이 둘의 시간 차이를 이해하면 국물은 맑고 시원해지고, 건더기는 부드럽다. 육수를 더하면 풍미가 깊어지지만, 무와 오징어만으로도 충분히 맛이 난다는 점이 오징어무국의 강점이다. 

결국 오징어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친숙함’ 하나로만 버티는 재료가 아니다. 고단백·저지방이라는 기본기 위에 타우린과 항산화 영양소,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온 활용의 역사까지 더해져,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꺼내 들 만한 이유가 분명하다. 오늘 한 그릇의 오징어무국은 단지 따뜻한 국물이 아니라, 가족의 하루 컨디션을 안정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집밥 처방’이 된다. 아이는 잘 먹고, 어른은 속이 편하고, 다음 끼니가 가벼워지는 국. 이 계절에 오징어가 딱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Cook&Chef / 송자은 전문기자 cnc02@hnf.or.kr

[ⓒ 쿡앤셰프(Cook&Chef).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